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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이른 폭설

  아침부터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눈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엔 쌓일 겨를 없이 녹아 질척거리고,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엔 수북수북 쌓여갔다. 한낮에 소강상태를 보이며 햇볕이 쨍하길래, 차를 몰고 나들이 나섰다가 낭패를 보았다.  출발 무렵부터 쏟아지던 눈은 세 시간 여를 쉬지 않고 내렸다. 오랜 지기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다 돌아올 무렵엔 차위에 소복하게 내린 눈이 한 뼘 이상은 쌓였나보다. 눈을 걷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리막길에선 모든 차들이 벌벌 기며 내려 가고 있었다. 풋 브레이크를 밟지도 못하고 저단기어 엔진브레이크로 간신히 언덕을 내려와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창밖엔 벌써 별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참으로 양면적인 눈발이었다. 어지럽게 날리는 눈발로 하얀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모처럼 카메라를 꺼내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운전자들은 여전히 벌벌 기어다니는데, 꼬마들만 신났는지 육교 계단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었다.  걷는 행인들의 표정도 어린이들마냥 천진난만해 보였다. 대부분이 흥분한 사람들처럼 감정에 들뜬 듯,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운전하는 사람들 눈에는 카메라까지 들고 설경을 찍는 내 모습이 몹시도 밉상이었겠다. 세월은 지났어도 눈쌓인 거리를 보며 잠시나마 동심에 젖어보는 것도 인지상정이라 싶다. 가뭄에 허덕이던 금년내내 애처롭게 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라 모처럼의 폭설로 괴롭긴 했었으나,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세월은 흘렀으나 마음만은 어린 시절 그대로인 걸...  그저 성큼 지나가 버린 시간들이 야속하다. 

 

 

   창밖 풍경

 

 

 

 10차선 도로 주변

 

 눈썰매에 아이를 태워 끌고가는 어떤 젊은 엄마

 

  렌즈에 눈송이 한방이 제대로 떨어졌다. 

 

 오백 년 넘은 느티나무도 눈을 뒤집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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