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mage

봄꽃

  흐린 날씨 때문에 날이 좋으면 앞뜨락의 살구꽃을 찍으려고 했는데, 맑은 날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갔더니, 아뿔싸 벌써 꽃이 거의 다 지고 말았다. 앞뜨락 풀밭엔 제비꽃과 서양 민들레만 지천으로 널려 있고, 울밖엔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고 있었다. 모처럼 미세먼지도 없어 화창한 봄날, 창밖엔 봄이 무르익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선 때를 놓치면 만사를 그르치고 만다. 모든 것이 때가 있어 그때를 맞춰야만 낙오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성정을 냄비 같다고 폄하하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팔팔 끓다가 불만 끄면 어느새 식어버리는 냄비, 그 냄비처럼 철 따라 살아가는 방식도 자연과 함께한다. 벚꽃놀이, 철쭉구경, 모내기, 여름휴가, 단풍구경, 어느 것 하나 계절을 빼곤 생각할 수 없다. 하다 못해 어렸을 때 노는 것도 시세가 있었다. 연 날리기, 못 치기, 딱지치기, 자치기, 구슬치기, 땅따먹기 등 시세가 끝나면 비쎄던 딱지도 그만 쓸모없는 쓰레기가 돼버리고 말았다. 나이 들어 살만해져서 철맞춰 관광지에 가게 되면 언제나 숱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단풍 보러 명산에 가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앞사람 궁둥이만 쳐다보다 돌아오게 된다. 단풍뿐이 아니라, 벚꽃 구경, 철쭉 구경, 여름휴가, 대부분 관광지가 계절과 맞물려 있어 아름다운 자연보단 사람들에 치이고, 장사꾼들에게 손님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바가지만 쓰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그 철 따라 지자체마다 축제를 여는데, 도처에서 몰려든 먹거리 풍물장터로 아예 혼돈상태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내경우엔 일부러 축제기간을 피해 방문하는 처지가 되었다.  

 

  자연에 맞춰 살아서인지 쉽게 잊는 일도 다반사이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온나라가 법석 떨다가 한 달 정도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정치가들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까마귀 고기를 먹었냐고 비아냥거리겠는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활짝 피었다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꽃처럼, 팔팔 끓다 식어버리는 냄비처럼 살아서는 안될 일이다. 비리로 얼룩진 큰 사건이나 정치가들의 공약들은 쉽게 잊지 못하는 사적감정보다 오래오래 기억하며 되씹을 일이다.

 

 

 

 

 

 

 

살구꽃

 

 

벚꽃

 

 

 

 

명자나무꽃

 

 

 

 

 

 

황매화

 

 

'im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삽교 방조제  (0) 2016.04.16
4월 광교산 입구  (0) 2016.04.15
이천 산수유 마을  (0) 2016.03.31
인사동 풍경  (5) 2015.12.16
철 이른 폭설  (4) 201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