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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태안 구례포

  작년 가을에 갔었던 구례포를 다시 찾았다. 서해안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부터 안개를 만났는데, 구례포는 안개바다였다. 서북쪽 해안으로부터 물 빠진 모래사장으로 끊임없이 스멀스멀 기어서 솔숲으로 몰려들었다. 안개 탓인지 계절도 한철 늦어 이제서야 아카시아꽃이 만개했다. 안개바람 탓으로 서늘해서 트레이닝복 상의를 더 걸쳤다. 한낮엔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해변 관리소에선 경고방송이 끊이지 않았다. 자칫 물때도 모르는 사람들이 해변에 나갔다가 실종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밤늦게까지 시야가 제한적이어서 화물선의 구슬픈 무적소리를 자장가처럼 하염없이 들었다. 인가 없이 안개만 자욱한 해변에는 밤도 일찍 찾아들었다. 바깥바람이 차가웠으나 전기담요덕에 따끈한 바닥에 침낭을 깔고 누워 친구들과 모처럼 정담을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가는 길에 서산의 마트에서 주부식을 구입했으나, 막상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다 보니 빠트린 게 한둘이 아니었다. 마늘과 간장, 조미료도 없이 감자와 양파, 호박을 넣고 찌개를 끓였었다. 오후엔 인근 학암포 선창에 나가 소라와 고동, 맛조개를 사서 술안주 삼아 간식으로 먹었다. 해감시키지 않은 맛조개에선 모래가 으적으적 씹히기도 했지만, 그것도 바다맛이라 여기며 맛있게 먹었다. 저녁엔 납작한 돌을 구해 돌판에 목살을 구워 술안주를 대신했다. 안개 걷힌 아침식사는 뻐꾸기 소리를 반찬삼아 먹었다. 얼마 만에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는지 감개무량했었다. 

 

 날이 맑고 화창했는데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텐트를 걷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작년에 방문했었음에도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안에서 뜻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안갯속에 물 빠진 구례포 해안. 저물 무렵,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해넘이 무렵 해안가

 

이튿날 아침 안개가 걷히고 밀물이 몰려들고 있었다.

 

 

 

햇살이 퍼지자, 해안은 비로소 제 색깔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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