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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향기

몸살 앓는 백제의 미소 - 서산 삼존 마애불

 모처럼 큰맘 먹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돌아 마애삼존불을 찾았는데, 개울물 건너는 다리부터 공사판으로 어지러운 풍경이었다.  삼존불에 오르는 계단 옆으로 석재를 끌어올리는 레일이 설치되어 볼상사나웠다. 삼존불상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불이문도 엉망으로 해체되어 있고, 그 주변이 성의 없이 마구 파헤쳐져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보수를 하려고 이토록 자연스러운 주변 경관들을 파헤치는지, 절로 한숨이 나왔다. 천년 풍상을 견디고 오늘에 전하는 삼존불은 자연과 하나 된 아름다움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할 수 있을까. 왜 이리 문화재를 못살게 들볶는지 모르겠다. 그전에는 삼존불 위에 비바람을 피하는 전각을 짓는다고 삼존불상 옆 암벽에 들보 구멍을 뚫었었는데, 전각을 철거한 지금 그 흉측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삼존불상 자체가 안으로 휘어진 암벽을 따라 조각되었기에 인위적으로 손대지 않아도 비바람을 절로 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에 전각을 올렸던 과거의 전력이 있는데,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거창하게 공사판을 벌리는지 모르겠다.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에서 백제인들의 소박한 웃음을 보려고 불원천리 멀다 않고 찾아간 나그네의 심회는, 어지러운 공사판에 마음만 상해서 돌아오고 말았다.

 

  경주 석굴암의 경우,  석굴 내부의 샘을 메꾸고 지붕을 시멘트로 밀봉을 한 이후로 석굴암 내부에 물이끼가 끼어 본존 부처님을 비롯한 석상들이 훼손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고자 석굴암 에 유리벽을 세우고, 사시사철 에어컨으로 그 습기들을 말리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재 관리 수준인 바, 진실로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하나를 보수해도 검증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관리하는 높으신 분들이 깨우쳐야 할 것이다. 

 

 계단 옆에 설치된 공사용 나무레일

 

오후 햇살에 미소 짓는 마애 삼존불

 

 

  삼존불 석상은 밖에서 안으로 휘어진 벽면을 따라 조각되어 자연적으로 비바람을 막을 수 있다.

 

비닐로 덮어놓은 삼존불상 아래와 출입금지 표시로 엉성하게 휘감아놓은 비닐 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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