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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향기

"레 미제라블"-바리케이드 너머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는 동안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숨죽이며 울었다. 두 시간 40여분의 지루하다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났을 때, 객석을 박차고 일어나는 관객조차 없었다. 실패로 끝난 청년들의 혁명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민들과 청년들이 바리케이드에 진을 치고 "바리케이드 너머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있다."며 합창하는 엔딩 장면에서 오늘의 현실이 떠올라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끓어오르기도 했다.

 

  식상하리 만큼 숱하게 읽고 들었던 레미제라블의 줄거리임에도,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영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 장면도 놓치기 아쉬운 영화였다. 화면을 압도하는 죄수들의 노역장면을 시작으로, 도둑임에도 오히려 촛대까지 보태주신 신부님에 감화되어 장발장이 새사람으로 태어나는 장면 부터, 전하는 대사들이 일상대화가 아닌 노랫말이어서 모두가 한 편 한 편의 시처럼 감동으로 다가와 가슴을 찔렀다.   열악한 공장에서 공장장의 유혹 때문에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배척받아 쫓겨나고 끝내 파멸하고 마는 팜틴의 모습에서, 정의로움보다 얍삽한 본능에 충실한 우리네 털 없는 원숭이들이 생각났다. 사람이 먼저라는 인정의 바탕보다는 내 주머니의 푼돈을 염려하는 우리의 현실이 가슴 아팠다. 온갖 술수로 뭇사람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이며 꼬제트를 이용해서 큰돈을 챙기려는 여관집 주인 테나르디에 부부의 행각은 차라리 애교스러웠다. 법의 집행자로서 장발장을 체포하려는 자베르의 책무감은 권력에 빌붙는 이 땅의 일부 공권력보다 외경심이 생길 정도였다.  

 

  사랑하는 사람 마리우스를 위하여, 연적인 꼬제트를 위기에서 구해주며, 총탄이 빗발치는  혁명의 현장에서 연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에포닌의 노래는 꼬제트의 화려한 얼굴보다도 더 빛나고 아름다워 심금을 울렸다. 사기꾼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그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어쩔 줄 몰라 비를 맞으며 방황하고 갈등하지만, 연인 마리우스대신 총을 맞고 죽어간다.

 

   혁명의 현장에서 젊은이들이 숨져갈 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외면하며 문을 굳게 잠그는 몰인정한 파리 시민들의 모습이 바로 오늘의 우리처럼 생각되었다.

 

  물론, 당시 프랑스의 상황과 오늘 우리의 현실이 똑같은 등식으로 설명될 수 없지만, 노래도 잘 부르지 못하는 음치에다 박자관념 하나 없는 박치인 내가 이 영화에 열광한 것은, 영웅적 권위보다는 “평등과 자유의 시대”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 때문에 더 크게 이 영화에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에포닌의 노래 "On my own" 보기 : http://www.youtube.com/watch?v=KCPoIsi8m08&feature=player_embedded

 

On my own"  -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며 방황하는 에포닌의 노래

 

 이제 또 다시 홀로 남겨졌네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지/ 집도 친구도, 안녕하며 말 건넬 사람도 없어/ 그이가 곁에 있다고 믿어./ 가끔 한밤중에 홀로 길을 걸어 봐 모두가 잠든 시간에 말야/ 그이를 떠올리곤 함께 걷는 것처럼 생각하며 즐거워하지/ 온 도시가 잠들면 난 내 마음 안의 나만의 세상으로 들어가/ 나만의 생각 안에서 그이가 곁에 있다고 상상해 보곤 하지/ 아침이 올 때까지 함께 걷곤 해/ 그이는 없지만, 나를 안아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 내가 길을 잃고 눈을 감고 있어도 그이는 날 찾아올 수 있거든/ 빗물은 거리를 은빛으로 단장시키고 가로등 불빛은 강물 위 안개 속에 흩뿌려지네/ 어둠 속 가로수는 별빛에 휘감기고/ 나는 영원히 그이와 함께 있지 알고 있어,/ 나만의 상상이란 걸 그저 혼자만의 독백이라는 걸 잘 알아/ 하지만 그이가 내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난 우리 둘을 위한 뭔가가 있다고 믿어/ 그를 사랑해, 하지만 이 밤도 날이 새면 그는 내 곁을 떠나지,/ 강물도 의미 없이 흘러갈 뿐 그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겠지만/ 길거리의 나무들, 사람들도 모두 어색한 느낌만 들뿐/ 난 그를 사랑해, 하지만 매일 새로운 걸 느끼지/ 지금까지 내 인생은 그저 의미 없는 나날이었다는 걸/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갈 테지/ 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행복들로 가득한 이 세상/ 그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하지만 나만의 생각일 뿐...

 

 

"바리케이드 너머엔"

 

성난 민중의 노래가 들리느냐?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을 민중들의 음악이다.

가슴의 심장소리는 북소리의 울림이며

내일이 오면 새 삶이 시작되리라.

 

굳은 의지로 우리와 함께 전쟁에 참여하겠는가?

저 바리케이드 너머엔 우리가 꿈꾸는 세상

우리의 혁명에 참여하겠는가?

우리에게 자유를 줄 싸움에 참여하라.

 

민중의 군대를 위해 희생할 수 있겠는가?

죽는 자도 있고, 사는 자도 있지

각오는 되어 있는가?

순교자의 피가 프랑스의 목초를 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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