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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이로제 걸렸다. 두문불출 나가지도 않고 방콕생활하니까 우울증이 온다. 오후 한 차례씩 동네 뒷산에 산책을 나갔었는데, 산길에서조차 사람을 만나면 서로 경계하니 그것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 덕에 뒷산 산책도 끊었더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가장 두려운 것이 마스크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앞 발코니에 나가서 따스한 햇볕을 쬐면서 동네를 내려다보면 걸어 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차들만 바쁘게 왕래할 뿐, 걷는 사람이 없어 골목길이 휑하다. 골목길 관찰도 지루해서 TV를 켜면 하루 종일 바이러스 이야기이다. 그것도 확진자가 점점 늘어 간다는 뉴스이고 보면, 인간의 삶이 바이러스에 무너지는 것 같아 무상감까지 느낀다. 

 

  바이러스 보균자들이 종교집회에 참석한 탓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데, 일부 대단위 개신교에서는 일요일 예배를 강행하리라 한다. 또, 과격한 보수단체들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한다고 하니, 참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웃과 사회와 나라를 바이러스 소굴로 만들려는 무리들에게 공권력은 왜 좀 더 과감하게 차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일까. 위수령이나 계엄령은 이럴 때 조치해야 할 것 같은데, 그저 자제하라고 말로만 호소하고 있다. 그 호소가 통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방종과 일탈이 난무하는 일부 종교인들과 반정부주의자들이 난장판을 만들어 나라를 혼돈 상태로 만들고 있다. 그들을 적극 통제하지 못하는 공권력은 한없이 무기력해 보이고, 언론까지 시시비비가 아닌 정쟁에 빠져 비판만 일삼으며 한가롭게 코로나 중계방송만 하고 있으니, 그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상술에 발 빠른 일부 신문사들은 구독료 자동이체 독자를 위해 구하기 힘든 마스크를 몇 장 얹어 주는 이벤트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울화통이 터지고 답답해서 가족들과 함께 바닷바람이라도 쐬려고,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 갔더니,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이 모였는지, 공휴일 종로거리만큼이나 부산스러웠다. 휴대폰에서는 화성시 확진자와 동선을 끊임없이 알리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새우튀김 핫바 등을 사 먹으며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사람 많은 궁평항이 부담스러워 차에서 내리지 않고, 궁평항 출구로 나와 인적이 없는 수문 안쪽 방조제 준공 기념 공원으로 갔다.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네다섯 살쯤 보이는 여자애 둘이 준공기념비 주변에서 씽씽이를 타며 놀고 있었다. 그 뒤쪽에 아이들 부모가 작은 텐트를 쳐 놓고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가족 소풍을 나온 모양이어서, 그 모습이 눈물겨웠다. 그들의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 같아 슬며시 자리를 피해 되돌아 나왔다. 하릴없이 다시 방조제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매향 3리 작은 포구에 내렸다. 이곳에도 산책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해풍이 세게 불어서 쌀쌀했다. 윤년 윤달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삼월인데, 마음껏 호흡하며 가슴을 펼 날을 고대하며 오후 한 때를 매향리 포구에서 지냈다.  모처럼 나들이에 가지고 간 카메라가 찬 바람에 놀랐는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아쉬운 대로 휴대폰으로 몇 장 찍어 기념했다.   

  

 

  화성방조제 준공 기념비

 

 오른 쪽이 궁평항

 

  왼 쪽 궁평항과 방조제 수문

 

  매향 3 리 포구. 가운데 보이는 섬이 미군이 해상 폭격 연습장으로 사용했었던 쿠니 해상 사격장이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굴뚝들은 충남 당진으로 제철소와 화력발전소들이 있는 곳이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조류가 밀려들었다. 기우는 햇살에 눈이 부셔 피사체가 잘 보이지 않았다.

 

밀물 때문에 등대까지 가지 못했다. 몇 년 전, 이곳에서 밀물에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을 갈매기들이 사냥하는 놀라운 풍경들을 본 적이 있었다.  수평선 너머 굴뚝 연기는 영흥도 발전소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낚시대를 드리운 꾼들...  궁금해서 어망을 쳐다보니, 물고기가 없었다. 서로 겸연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는 쪽은 궁평항에서 매향리로 이어지는 방조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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