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매향리 역사 기념관

  날씨가 너무 좋아 외출을 감행하였다. 사람들이 많지 않을 매향리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지난번 근처까지 갔다가 보지 못하고 되돌아온 매향리 역사 기념관을 찾았다. 말이 거창해서 역사 기념관이지, 엉성하게 지은 비닐 막사와 찻길 옆 공터 마당에 쿠니 사격장에서 수거한 포탄 더미를 수북하게 쌓아 놓은 곳이 매향리 역사 기념관이었다.  

  매향리 쿠니 사격장은 1951년 매향리 앞바다 농섬 등 모두 2376 만 9000㎡ 규모로 미 공군 폭격장으로 사용하다가, 2005년 폐쇄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54 년간 미군의 끊임없는  폭격훈련으로 현재 농섬과 그 주변 땅은 파괴되고 허물어져 절반도 남아있지 않다. 한국전쟁과 남북분단의 참담함이 전쟁 이후 근자까지 자행되었던 현실이 한없이 가엽다. 바닷가 평화로운 포구 마을 농섬에 매일 미군 폭격기가 날아들어 굉음을 내며 폭격 연습을 할 때, 농섬 가까이 바닷가 이곳에 살아가던 주민들의 삶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피폐해졌다.  

  사격장이 폐쇄된 지금에도 해변가 사격장 일대는 수거하지 못한 불발탄이 수두룩 하다니, 그 비극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주권 국가이면서도 전작권도 없이, 미군에 종속되어, 해마다  주둔 방위비를 인상해서 뜯어가려, 조폭처럼 군림하는 미국의 압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불쌍한 채무자가 되어 시달리는, 우리나라 현실에 참으로 가슴 아프다    

 

  마당가에 늘어놓은 포탄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시관은 잠겨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플랜 카드가 가슴을 쳤다.

 

철문 밖에서 들여다 본 전시관 내부 

 

  마당에 걸어 놓은 포탄 껍데기들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포탄들...

 

  기념관 전망대 외벽 벽화

 

  포탄으로 만든 조형물

 

  추락한 F4 팬텀기 엔진

 

  마을 진입로 길가에 담처럼 쌓아 진열한 포탄 더미

 

  매화 꽃 아래 돌담처럼 쌓인 포탄 껍질들...

 

  전망대 뒤쪽 계단과 벽화

 

  옥상 위에 전시된 사격 타켓 , 농섬에서 미군 전투기의 기총사격 목표물이었던 차령 잔해 일부 

 

매향리 안내도

 

  매향리 선착장인 고온항, 고온항 왼쪽으로 우리나라 굴지의 기아자동차 화성 공장이 있다. 

 

  매향리 부두와 지척지간인 당진 제철소와 화력 발전소

 

 좌로부터 쿠니 사격장이었던 농섬과 해안 초소, 회 센터...

 

  매향리 언덕에서 바라보는 쿠니 사격장이었던 농섬, 밀물로 가득 차서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일몰 풍경이 아름다울 거라고 주민들이 얘기해 주었지만, 너무 참담하단 생각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는 54년간 미 공군 사격훈련장으로 사용됐던 쿠니사격장이 있다. '쿠니'란 명칭 유래는 매향리의 옛 지명인 고온리(kooni)의 영어 표기를 미군들이 '쿠니'라고 부르며 사격장의 고유명칭이 되었다. 6·25 이전에 매향리 쿠니사격장 부지는 풀이 우거지고 먹이가 풍부한 갯벌을 품은 무인도였다. 그러나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8월, 미 공군은 매향리 농섬을 해상표적으로 삼아 사격훈련을 해왔다. 쿠니 사격장은 불과 1㎞ 인근에 민가가 있어 미군은 조종사들이 긴장감을 갖고 실전과 같이 '폭격하기 좋은' 사격장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1951년 조성된 매향리 사격장은 육상 사격장과 매향리 앞바다 농섬 해상사격장 등 모두 2376 만 9000㎡ 규모로 미 공군 폭격장으로 사용돼 왔다. 1954년 미군이 주둔하며 연간 250일, 하루 11시간 사격을 퍼부었고 현재 농섬과 육지는 파괴되고 허물어져 절반도 남아있지 않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전투기 폭격음과  비행소음 등에 시달려야 했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8개월 된 임산부를 포함해 불발탄 등의 사고로 13명이 사망했고, 우울증과 트라우마를 겪다 자살을 선택한 주민도 34명에 달했다. 결국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1988년부터 사격장 종료를 위한 소송을 벌인 끝에 2005년 8월 사격장은 폐쇄됐다. 그러나 사격장이 폐쇄된 지 12년이 흘렀으나 아직도 포탄 잔해물이 수거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까지 갯벌에 3m 이내에 있는 불발탄 등 포탄 잔재물은 3만 6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포탄 제거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 국방부와 화성시는 농섬을 중심으로 반경 500m에 달하는 갯벌에 포탄 잔재물 제거와 오염된 갯벌의 정화비용으로 약 100억 원 이상 필요하지만 예산 분담률을 놓고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50여 년간 진행된 사격훈련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매향리 주민들. 사격장이 폐쇄된 지금까지도 각종 위험과 물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인천일보 2017. 6. 22   http://news.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768497&replyAll=&reply_sc_order_b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