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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겨울 동학사

 모처럼 청명한 날씨였다. 날씨도 제법 푸근해서 동학사를 찾아 걸었다. 동학사 아래 웬 모텔과 펜션, 음식점들이 그리 많은지 깊은 계곡 법당에서 중생들을 구제하실 부처님도 놀라시겠다. 산중 깊은 절을 찾는 것은 아름다운 산수를 벗하며 그윽한 향연 앞에서 부처님 상호를 뵙는 것이 목적일진대, 절 아래에선 세속의 본능들을 굽고 탐하는 난장판이니, 평범한 범생이 중생으로서 불계와 속계의 공존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동학사는 신라 충신 박제상을 추모하는 동계사가 있고, 고려말 충신 포은 야은 목은을 추모하는 삼은각과 조선초 삼촌 수양에게 시해당한 단종임금과 그를 위해 목숨 바친 사육신 생육신 등 351 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한데... 

 

 시류가 이럴진대 감히 오지랖 펼 처지는 아니지만, 한 번쯤 경건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발설해 보았다. 그런데 대부분 상가 토지가 절의 소유이고, 절에서 세를 받아가는 것이 현실이란 걸 생각하면 불계와 속계는 함께 돌아가는 동질의 세계일 뿐이다. 예로부터 노름을 즐기는 스님들이 끊이지 않는 속리산 모사찰의 잡음을 보면 불계와 속계 모두 본능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고만고만한 중생들의 세상이리라. 성급한 일반화로 스님들을 욕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모두들 제자리에서 본연에 충실하기를 바랄 뿐이다. 즐비한 상가를 지나 차량이 통제되는 동학사 경내의 포장된 도로를 따라 골짜기 물소리를 벗 삼아 동학사 끝지점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예전과 달리 변한 것이 있다면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작년부터 정부에서 수백억을 조계종단에 지원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었다. 대중들이 고찰을 찾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거늘 예전부터 문화재 관람료로 돈벌이하는 것이 못마땅했었다. 길목을 막고 등산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제로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은 이미 불심이 아닌 세속의 탐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커다란 목조 건물이 골짜기를 끼고 즐비하게 들어선 동학사 경내는 일반 방문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은 대웅전이 있는 작은 공간 뿐이라 아쉽기 그지없다.

 

동학사 일주문

 

세진정(洗塵亭) - 계룡산 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물로 세속의 먼지들을 씻어내자는 정자. 흐르는 물은 적지만 상쾌한 산골짜기 바람으로 크게 호흡하였다.

 

숙모전이 있는 인재문 계단에서 들여다본 담장 안의 동계사와 삼은각 숙모재

 

동학사 현판이 걸린 우람한 종무소 건물

 

종무소 옆 범종루

 

대웅전 - 계곡 따라 길게 뻗은 동학사의 우람한 절집 중에 방문자들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대웅전 위 수행공간과 먼 곳의 계룡산 능선

 

동학사 끝 골짜기 건너 향아교에서 내려다보는 동학사 풍경

 

골짜기의 물은 어김없이 낮은 곳으로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있었다. 

 

계곡 건너 관음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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