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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계룡산 신원사와 중악단 천도재

  갑사에서 가까운 신원사를 찾았다. 신원사는 규모는 크지 않으나 소박하고 단아하며 깔끔한 절이다. 동학사와 갑사, 신원사가 계룡산의 대표적인 고찰인데 내 보기에는 그중 신원사가 제일 단아하며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절이다. 백제 말 의자왕 때 창건한 절로 역사가 깊다. 예전에 계룡산 골짜기에 우후죽순처럼 많았던 무속신당들을 철거하자 계룡산 주변으로 뿔뿔이 흩어졌는데, 일부 무속인들이 옮겨 간 곳이 신원사 주변이다. 계룡산 정상인 천왕봉과 가장 가깝기도 하거니와 산에서 뿜는 기운이 가장 강한 곳이 신원사가 아닐까 나름 짐작해 본다. 계룡산 서남쪽에 자리한 신원사는 조선시대 중악단을 두고 산신께 제사 지냈다. 조선조 때 묘향산에 상악단을, 지리산에는 하악단을 세워 국가에서 산신께 제사를 지냈다. 지금은 묘향산 상악단과 지리산 하악단이 소실되어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만 조선 왕실 산신 제단으로 유일하게 보전되고 있다. 이 중악단은 1999년 보물 제1293호로 지정되었다. 신원사 중악단은 조선말 고종비였던 민비가 국가에서 폐지한 산신제를 1879년(고종 16년) 중악단을 복원하고 산신제를 지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민비 시해날인 10월 8일에 고종황제 명성황후 천도 추모 문화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민비는 1895년 10월 8일 일본 자객들에게 경복궁 옥호루에서 시해되었다.

 역사가들에게 민비는 공(功)보다는 과(過)가 많은 인물로 평가된다. 시아버지인 대원군과 맞서기 위해 인척을 끌어들여 족벌정치 금권정치로 조선왕조를 파멸의 길로 몰았으며,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청나라를 끌어들여 진압함으로써 청나라의 노골적인 조선 내정 간섭을 자초하였다. 1894년 조선에서 충돌한 청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자, 민비는 패망한 청나라 대신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이려고 했고 이를 염려한 일제는 경복궁에 자객을 침투시켜 민비를 살해하였다(을미사변).  생전에 민비는 백성의 안위보다는 자식의 건강과 안녕을 위하여 무속신앙에 빠져 명산대찰에 엄청난 시주를 하는 등 국가의 재산을 탕진했다. 아마 중악단 복원도 민비의 이런 의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후원을 받는 신원사 입장이야 중악단이 복원되고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천도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나름 추측해 보았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며 당당하게 일제 자객들에게 맞서던 명성왕후 민비의 모습은 흥행을 목적으로 한 '명성황후'라는  뮤지컬 극의 대사였을 뿐 사실과 거리가 멀다. 뮤지컬 대사와 몇 편의 영화에서 비련의 주인공인 민비의 연기는 당시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며 영웅화하기도 했지만, 민비는 백성들을 사랑하고 대의를 좇던 인물은 아니다. '명성황후'란 휘호도 1897년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변경한 이후 추존된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다.      



신원사 일주문

 

약수대

 

벽수선원

 

대웅전과 영사나전과 고려 시대 건립한 것으로 추정하는 오층 석탑.

 

영원전

 

대웅전

 

독성각

 

대웅전과 영원전

 

범종각과 영사나전

 

대웅전 앞 뜨락

 

대웅전에서 중악단으로 가는 길에 있는 천수관음전

 

포대화상 석상, 개인적 소견으로 보기 거북한 중국발 화상인데, 대부분의 절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어 개탄스럽다.

 

중악단, 예전애 보지 못했던 명성황후 노래비가 있었다. 자세히 읽어보니 금년 10월 8일 천도재 때 세웠다.

 

중악단 중문, '계룡산신제일도량'이란 현판을 달았다.

 

중문에서 본 바깥문 안쪽과 대칭으로 지은 살림집, 좌측은 민비가 방문했을 때 머무르던 처소라 전한다.

 

중악단

 

중악단에서 본 중문

 

문 안쪽에 걸린 현판들, 토속 신앙인 계룡산 산신이 이곳에 강림하고 참선과 부처님 말씀에 희열을 얻는제일의 도량이란 의미였다. 

 

중악단 원경

 

선원 뒤의 감나무, 주홍색 감들이 활짝 핀 꽃처럼 달려 가을 속에 농염하게 익고 있었다.

 

일주문 앞에서 바람에 날리는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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