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신륵사였다. 평일 오후여서인지 신륵사엔 주변부터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기 때문인지 식당을 찾아들었으나, 주인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로 요기하고 신륵사 경내로 들어갔다. 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는데, 매표소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매표 없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이곳 신륵사에도 징수하던 관람료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신륵사는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썩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고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내에 들어가서 두 번 실망했다. 첫 번째는 가람막을 씌우고 범종각일대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신륵사 좌측면 바위 위 강월헌 정자 주변에 추락 위험이라 적은 현수막과 정자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어설프게 둘러친 금줄 때문이었다. 사찰의 노후된 건물을 보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즐기는 정자는 자연 속에 동화되어야 제 멋이다. 더욱이 강일헌 정자는 남한강 구비 작은 바위 벼랑 위에 있어서 여주 부근 남한강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임에도, 금줄과 현수막이 자연 풍경을 망쳐 버렸다. 내걸린 현수막은 사고가 나도 절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스님들도 너무 하시지 그 아름다운 곳에 붉은 글씨로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다니... 수십 년 전부터 강월헌을 봐왔어도 저렇게 흉칙한 현수막을 본 적이 없었건만... 경고를 하려거든 정자 옆에 정자와 어울리는 예쁘고 아담한 경고 안내판으로 대신할 것이지... 스님들이 생각 없이 너무 나가셨다 싶다. 그리고 강월헌 앞에 있는 나무 두 그루도 윗부분이 잘려나가 성냥개비 세워놓은 것처럼 볼썽사나웠다. 경관 훼손 정도가 심해서 어렵게 이곳을 찾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게다가 정자 위 다층전탑 뒤쪽에선 유람 나온 한 무리의 아낙네들이 야유회 놀이라도 하시는지 왁자지껄 소란스럽기도 하고... 설마 음주가무는 아니시겠지만 좀 지나치다 싶었다. 차라리 두 귀를 막고 듣고 보고 말하지도 말라는 토쿠가와 이에야쓰의 행동철학이 요즘을 살아가는 현명한 지혜처럼 생각된 하루였다.
일주문
중문
강변길가에 세운 다락, 고풍스러운 운치가 돋보였다.
공사 중인 범종각 옆, 구룡루, 예전 대웅전을 보수할 때 이곳을 임시 법당으로 사용했었다.
큰 법당인 극락보전
극락보전 앞 석탑과 구룡루
법당 뒤의 조사당
명부전
다층전탑,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벽돌을 쌓아 만든 탑이다.
강가의 정자 강월헌과 삼층석탑, 잘려나간 두 그루의 나무모양이 흉물스러웠다. 그 아래 어지러운 금줄과 현수막도 마찬가지였고... 저렇게 자연경관을 훼손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다층전탑 아래 은행나무 고목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리가 띵해지고, 신륵사에서 나오는 발걸음도 무거웠다. 참으로 하루동안 무상했던 뚜벅이 여주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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