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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토함산 석굴암

  두 번째 방문이었다. 우리 애들이 어렸을 때 아내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왔었다. 그때 애들은 천방지축 순진하게 뛰노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었는데, 그동안의 세월에 이젠 대놓고 어른 행세를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어렸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코밑이 꺼메지고 목소리가 변성기에 접어들면 벌써 대하는 태도부터가 다르고, 부모하곤 함께 여행도 하지 않으려 하니, 재미가 반감되고 오히려 긴장감만 커간다. 독립해 나간 큰 녀석이 그립긴 하지만 품에서 이미 벗어나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 비치는 것도 어려워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순하디 순한 막내만 부모 따라나섰으나, 말수가 없어져 무뚝뚝하고 행동이 기계적이라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부모 싫다 하지 않고 따라나서 준 것이 고맙고 대견스러운 일이었다. 맛있는 거라도 많이 먹여야 하는데, 차만 타고 돌아다니니, 그것도 원만하지 않아 내심 미안하기만 했다.  딸 키우는 사람들 얘기 들으면 잔정이 많아 커서도 아기자기하다던데, 딸자식은 인연이 없어 그저 부럽기만 할 뿐이다.

 

  엣 추억을 떠올리며 매표소에서 카드를 내미니, 카드는 안된다고 한다. 왜 안되냐고 물으니, 절이라서 안된단다. 절은 왜 카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인지 이해가 되지도 않지만, 설굴암이 단순한 종교시설인가, 아니면 문화재인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관리주체가 문화재청인지, 아니면 조계종인지도 따지고 싶지 않지만, 종교시설 이전에 우리나라 문화재임에는 틀림없을 터이다. 그래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어디 한둘이던가. 왜 이런 자그마한 일로 불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처럼의 즐겁던 기분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입맛이 썼다. 하는 수없이 현금으로 표를 사서 입장했다. 굽이굽이를 돌아 석굴암에 들어섰을 때, 촬영 금지 푯말이 붙어 있어 또 당황하게 만들었다. 옛날 같으면 강렬한 빛의 플래시를 발광시키니 행여 석불에 누가 될 수도 있겠지만, 플래시 발광 없이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국립중앙박물관 안에서도 사진 촬영을 허락하고 있는데...  구태연한 의식들이 문명을 따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 말라는 짓을 도둑질처럼 도촬하기는 싫어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너무 섭섭했다. 가뜩이나 유리문으로 꽉 막아버려 전면의 일부분밖에 볼 수 없는데, 그것마저 사진을 못 찍게 하다니... 본존불을 두고 에워싼 부조와 본존불 뒤의 십일면관음보살은 이곳까지 와서도 볼 수가 없어 그저 인쇄된 사진으로만 대신해야 한다니 이런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마는 그것이 이곳의 법이라면 그저 따를 수밖에...  석굴암을 우측 문에서 좌측 문으로 통과하여 나오면서도 못내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석굴암 아래 석간수 물 한 잔을 마시며 이쉬움을 달랬다. 애초엔 이 감로수가 본존불 앞 천연 샘에서 용출되는 것을, 샘을 막고 물길을 돌려 석굴암 아래로 흐르게 하였고, 그 뒤로 석굴암 안의 본존불과 부조에 이끼가 끼고 썩기 시작하자, 훼손을 막기 위해 유리문으로 석굴암을 밀폐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을 에어컨으로 찬 바람을 내어 습기를 제거한다니 이 또한 안타깝고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어쨌거나 감로수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왔던 길을 구비구비 되돌아 허하게 나왔다. 나와서 주차장 끝에 마련된 망원경으로 가서 500원을 넣고 석굴암 동쪽 감포 방향의 동해를 바라보았으나 육안으로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먼 하늘에 뿌연 연무가 자욱해서 시계가 좋지도 않았다.

 

 석굴암 길목의 종루, 종루에 들어가려면 천원을 내고 종을 한 번 치고 나와야 한단다. 그냥 종루에서 전망만 한다고 하니 종지기는 안된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매표소와 일주문

 

 

 

석굴암 전면

 

 

 

석굴암

 

 

석굴암 아래 비공개 지역

 

나가는 방향의 일주문

 

주차장 앞에서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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