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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군위 인각사(麟角寺)-삼국유사의 산실

   인각사를 만난다는 설레임에 잠조차 설쳤다. 그러기에 한 걸음에 달려갈 듯, 차를 몰아서 길고 지루한 고속도로를 지나 군위군 국도로 들어서니, 아뿔싸 도로엔 눈이 가득했다. 국도에는 일손이 미치지 않는 듯, 왕복 2차선의 좁은 길에다 그늘진 산 아래 응달은 아주 빙판이었다. 그 좁은 길에 웬 덤프트럭은 그리 많이 다니는지, 반대편 차선의 덤프트럭과 교행할 때는 공포까지 느끼곤 했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인각사 앞에 도착했는데, 온통 흰 눈이 덮여 있어서 지나치고 말았다. 차를 돌릴 공간이 없어 한참을 지나간 뒤에야 U턴해서 인각사 경내로 들어섰다.

 

   흰 눈이 가득한 마당에 절집 두세 채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일연스님을 생각나게 해 준 것은 정면의 경량철골구조 전시관이었다. 불원천리 멀다 않고 달려왔기에 허탈한 마음을 잠시 진정한 후, 단청칠 된 국사전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발자국을 내며 눈 위로 걸음을 옮길 때, 인적을 느껴 돌아보니 종무소 보살님이 인사를 건넸다. 인적도 없는 들녘의 공허한 절간에서 모른 체해도 그만일 것을, 환대해주는 보살님이 그저 고마워 체면 불고 하고 성큼 종무소 안으로 들어섰다.

 

  통상 절집의 위치는 명당자리에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자리에 남향을 향해 앉았는데, 특이하게도 인각사의 극락전은 서쪽을 향해 앉아 있었다.  일부러 부처님 계신 서방정토를 향했을지도 모르겠다.  또, 인각사의 국사전은 냇가의 학소대란 절벽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전하는 말에 기린이 뿔을 이 학소대 바위에 얹었다고 하여 麟角寺(린각사)라 이름하였다고 종무소의 如意輪 보살님이 전해 주었다.  본존불을 모신, 극락전은 복원 중으로 단청은 물론이고 아직 현판조차 달지 않았다.

 

  인각사는  643년(선덕여왕 12)에 원효(元曉) 대사께서 가 창건하였고,  고려 충렬왕 33년(1307년)에 보각국사 일연(普覺國師) 스님이 중창하고 이곳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하였다. 당시 이 절은 크고 높은 본당을 중심으로 하여 그 앞에 탑, 좌측에는 회랑, 우측에는 이선당(以善堂) 등이 있었고, 본당 뒤에 무무당(無無堂)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일연스님은 총림법회(叢林法會) 등 대규모의 불교행사를 개최했었으며, 시대는 알 수 없으나 조정의 명으로 김용검(金龍劍)이 절을 크게 중건하고 밭 100여 경(頃)을 헌납하기도 했단다. 조선 중기까지 총림 법회를 자주 열고, 승속(僧俗)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나, 그 뒤의 역사는 전하지 않는다. 

 

  우리 겨레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삼국유사의 산실인 이곳 인각사를 방치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름 없이 허름한 암자에도 석불을 세우고 금칠하는 현실에 유서 깊은 사찰이 휑한 벌판에서 삭풍을 맞으며 쓸쓸히 눈바람을 맞고 있다는 현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지자체에서라도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지... 인각사 앞을 지나는 도로명이 "삼국유사로"라는데, 그에 걸맞은 인각사의 중건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겠다. 정사인 삼국사기보다도 민족 문화의 가치가 더 크다고 평가받는 삼국유사의 산실이기에 인각사는 마땅히 중흥되어야 할 것이다.  

 

  종무소는 남향으로 앞으로는 국사전을 마주 보고, 멀리는 화산을 우러보고 있어서, 따스한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들어왔다. 보살님께서 내주신 따끈한 커피와 따뜻한 햇살이 마치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의 따사로움이 오늘에 전하는 듯했다.  

 

 인각사 표지석

 

국사전과 명부전

 

인각사 종무소

 

 종무소 유리문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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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소 안에 걸린 보각국사(일연 스님) 비명

 

종무소 여의륜 보살님

 

부도탑과 석불상 

 

부도탑 너머의 국사전, 극락전, 종무소

 

명부전- 인각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란다.

 

산영각(보통은 산신각이라고 하던데, 아주 작아 미니츄어 같았다.)

 

비각

 

일연선사 생애관

 

전시관 내부의 인각사와 삼국유사, 일연스님 소개문

 

출토된 유물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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