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가 되면 섬이 되고, 물 빠지면 육지가 되는 서산 천수만의 작은 섬 간월도. 그 섬을 다 채우고 섰는 간월암은 지난번 방문 때보다도 더 퇴락해진 모습이었다. 주변에 포구나 식당들은 산뜻하고 예쁘게 치장했는데, 정작 주인공격인 간월암엔 풍상이 몰아쳤는지 예전보다 더 낡고 쓸쓸해 보였다. 추운 날이었지만 하늘빛이 너무 고와 집을 나섰었는데 바닷가엔 내륙과 달리 엷은 해무가 번져 쾌청하지 않았다. 큰맘 먹고 멀리까지 찾아간 발품이 아까웠다. 암자 옆에 바다를 향한 작은 건물은 갓 부화된 새처럼이나 볼품없이 기와 한 장 없는 맨머리로 해풍을 맞고 있었다.
조선조 창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무학대사가 이 암자에서 달을 보며 도를 깨우쳤다고 해서 간월암이라는데, 해 떠오른 오전보다 오후 시간이나, 아니면 달 떠오른 야경이 더 아름다울 풍경이겠다.
오른쪽의 드럼통 위의 널빤지 배는 만조시 간월암으로 건네주는 교통수단이다. 배 위에서 줄을 당겨 간월암으로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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