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의 향기

동구릉의 깊은 가을

 흐린 듯하더니 햇살이 퍼지자 청명한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금년 8월 10일 동구릉역이 개통되었단 소식에 8호선 전철을 이용하여 가보리라 마음먹었던 터라 바삐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간 동구릉은 3-4차례 방문한 터라 그 풍경들이 눈에 선했지만, 아홉 능이나 있다 보니, 헷갈려 모두 기억되지 않았다. 생각나는 것은 조선 태조의 건원릉과 문종의 현릉, 선조의 목릉, 영조의 원릉 정도였다. 

 지도 검색 결과 동구릉역에서 동구릉까지는 800여m로  걸어서 10여분 정도 거리였다. 3번 출구로 나와 직선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자동차 통행량이 대단히 많았다. 동구릉 안에 들어서자 시내에서 볼 수 없는 가을빛이 수려했다. 파문지듯 떨어져 날리는 나뭇잎 사이로 숲길을 걸으며 복잡한 세속의 시간들을 잊을 수 있었다. 왕릉을 세며 가다가 건원릉을 지나서부터 잊어버렸다. 역사에서 기억되는 역대 왕들이야 쉽게 기억되지만 왕의 아버지로 추존된 경우와 왕비들의 이름과 행적들은 보고 들을수록 헛갈려 혼란스러웠다.  안내 설명서를 보며 굽은 길을 돌아가며 능참배를 이어 갔다. 

 한 곳에서 아홉릉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 탓에 동구릉을 한 바퀴 순회해도 구릉의 이름이 잘 기억되지 않는다. 왕릉은 한양도성에서 100리를 넘지 않는 범위에 있어야 하기에 한양 동쪽 이 지역에 왕릉이 많다. 동쪽 방향으로 서울 노원구의 태릉(중종의 계비 문정왕후) 강릉(명종과 인순왕후), 남양주 금곡에 홍릉(고종)과 유릉(순종), 진건읍에 사릉(단종비 정순왕후) 진접읍에 광릉(세조와 정희왕후)  등이 있다.      

 

입구 안에 있는 역사문화관, 예전과 큰 변화가 별로 없는 듯... 실내로 들어섰다가 휘둘러 보고는 바로 나왔다.

 

입구의 홍살문

 

재실(齋室) - 제사를 위한 집

 

안채

 

행랑채

 

수릉 - 문조익황제와 신정왕후의 능(순조의 아들, 효명세자로  22세에 사망 , 아들 24대 헌종이 8세로 즉위하자 익종으로, 대한제국 광무 3년 1889년 다시 문조익황제로  추존되었다. 신정왕후 조씨는 남편 사망 후 대비가 되었고, 철종 사후 이하응과 결탁하여 고종을 즉위시킨 후 4년간 수렴청정으로 정사에 관여하며 풍양조씨의 중흥을 꾀하며 경복궁 중건 등을 이하응과 협의하였다. 수렴청정 이후 조용히 여생을 보내다가 1890년 83세로 경복궁에서 사망하였다.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연유로 남편의 왼쪽에 안장하였다. 아들 헌종은 순조의 비인 할머니 순원왕후 김씨의 수렴청정을 받으며 성장했으나 후사 없이 23세로 요절하였다. 이후 철종->고종->순종)

 

현릉- 제 5대 문종과 현덕왕후의 능(현덕왕후는 문종의 3번째 세자빈으로 단종을 낳고 사망하였다. 세조 때 단종이 폐위되자 모친인 현덕왕후도 폐위되어 다른 곳으로 이장되었다가 1513년 중종 8년에 복위되어 남편의 오른쪽 언덕에 안장되었다.)

 

정자각 뒤로 문종릉, 오른쪽 언덕이 중종 때 복원하여 이장한 현덕왕후의 능이다.

 

건원릉-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능(1392년 개성에서 개국하여 1394년 한양으로 천도하여 조선의 기틀을 다졌다. 1408년 74세로 사망하여 이곳에 묻혔다. 봉분은 고향인 함흥의 억새를 심어 매년 4월에 단장하며 이후 벌초를 하지 않아 억새로 덮여있다.)

 

1889년 태조고황제로 추존되었다.

 

태조 건원릉비

 

억새 봉분과 비각

 

목릉- 조선 14대 선조와 첫 번째 왕비 의인왕후 박씨와 두 번째 왕비 인목왕후 김씨의 능

 

정자각 뒤가 선종의 능이고 오른쪽이 의인왕후 박씨의 능이다. 

 

선조의 능

 

의인왕후의 능

 

선조의 능 맞은편에 인목왕후 김씨의 능이 있다. 

 

휘릉 - 16대 인조의 두 번째 왕비 장렬왕후 조씨의 능. 1638년 인조 16년에 왕비가 되었고 효종 즉위 후 대비가 되어 현종-> 숙종 때까지 왕실의 어른으로 지냈다.

 

원릉 - 21대 영조와 영조의 두 번째 왕비 정순왕후 김씨의 능. 정순왕후는 경주김씨로 충남 서산시 음암면에서 태어났으며  추사 김정희의 증대고모뻘이다. 1759년인 영조 35년에 15세의 나이에 왕비가 되었고, 정조 사후 1800년 순조가 11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르자 대왕대비가 되어 왕실 최고 어른으로서 3년간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 이때 국정을 주도하면서 조정의 주요 신하들로부터 개인별 충성 서약을 받았다. 신유박해를 주도하고, 정조가 만든 근위병인 장용영을 폐지하며 규장각을 축소시키고, 공노비를 혁파(革罷)하였다. 1805년 창덕궁에서 60세로 사망하였다.

15세 때, 51세 연상인 66세의 영조와 6월 22일에 창경궁 명정전에서 가례를 치르고 왕비로 정식 책봉되었다. 의붓아들인 사도세자·혜경궁 홍씨(둘다 1735년생)보다도 10살이나 어리며, 정조(1752년 생)의 계조모지만 실제 두 사람의 나이는 겨우 7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심지어 결혼할 당시에는 정순왕후의 할아버지인 김선경도 생존해 있었는데, 1699년(숙종 25년)생으로 영조가 5살 더 많았다. 조선의 역대 왕비들 중에 가장 국왕과 나이 차가 많았다. 

 

경릉 - 조선 24대 헌종과 효현왕후, 효정왕후의 능. 왼쪽부터 헌종 효현왕후 효정왕후 순으로 3기가 나란히 안장되어 있다. 헌종은 순조의 유일한 친손자이자 효명세자의 하나뿐인 외아들로 아버지인 세자가 22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요절하고, 할아버지 순조마저 건강 악화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왕세손(王世孫)의 신분으로 8세의 어린 나이에 국왕이 되었는데 조선 왕으로서는 최연소로서, 10세에 즉위한 할아버지 순조와 단종보다도 어린 나이에 즉위했으나 그 역시 23세로 후사없이 요절하였다. 순조의 정비이자 할머니인 왕대비 순원왕후 김씨가 수렴청정을 실시했다. 어머니는 풍양조씨 신정왕후로 철종 사후 안동김씨의 세도를 견제하고 풍양조씨들을 등용시키고자 이하응의 어린 아들을 고종으로 즉위시켜 4년간 수렴청정을 하였고 요절한 아버지 문조의 뒤를 이어 수릉에 안장되었다.

 첫 왕비는 안동 김씨로 김좌근의 딸인 효현왕후 김씨였으나, 결혼 2년 만인 헌종 9년인 1843년에 16세의 나이로 일찍 사망했고 이후 효정왕후 홍씨를 계비로 맞았다. 효정왕후는 1904년 74세로 덕수궁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헌종의 치세는 외가와 처가에서 알 수 있듯이 실로 풍양 조씨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로 조선이 파탄 직전까지 가고 있던 시절이었다.

 

혜릉 가는 길

 

혜릉 - 20대 경종의 첫 째 왕비 단의왕후 심씨의 능. 세종대왕의 국구인 심온의 12대손이며 1696년(숙종 22) 10세의 나이로 세자빈에 책봉되었으나, 경종이 즉위하기 2년 전에 자식 없이 33세 나이로 병사하였다. 1720년 경종이 즉위하자 왕후에 추봉되어 전호는 영휘라 했으며, 1726년(영조 2)에 공효정목이라는 휘호가 추상되었다. 


숭릉 가는 길

 

숭릉 - 18대 현종과 명성왕후 김씨의 능이다. 현종은 효종의 아들로 청나라 심양에서 태어나 19세에 즉위하여 34세에 창덕궁에서 사망하였다. 조선 국왕들 중 유일하게 후궁을 들이지 않고, 중전인 명성왕후 김씨에게만 충실했다. 부부간의 금슬 자체는 그럭저럭 좋았다고 하나 사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명성왕후가 태종비 원경왕후 민씨처럼 워낙 성깔 있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후궁을 들이지 못했다고도 한다. 현종은 화를 낼 때는 단호했지만 아버지, 아내, 아들과는 정반대로 현종은 기본적으로는 매우 온화한 성품으로 성군으로 평가된다. 명성왕후 김씨는 10세에 세자빈이 되어 슬하에 1남 3녀를 두었다. 18세에 왕비가 되고, 현종 사망 후 아들 숙종이 즉위하자 왕대비가 되어 창경궁에서 살다가 43세로 사망하였다. 

 

숭릉의 정자각은 맞배지붕 형식이 아니라 유일하게 팔작지붕으로 건축하여 멀리서 보아도 우람하고 크게 보였다. 



숭릉 앞 연못가 도로

 

1)수릉(문조-효명세자 추존, 24대 헌종의 부와 신정왕후 조씨-고종 지명과 4년 동안 수렴청정) -> 2)헌릉(6대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단종의 모) -> 3)건원릉(태조) ->  4)목릉(14대 선조와 의인왕후 박씨, 계비 인목왕후 김씨) ->  5)휘릉( 16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 조씨) ->  6)원릉( 21대 영조와 정순왕후 김씨-순조 즉위시 3년간 수렴청정) -> 7)경릉(효명세자의 아들 24대 헌종과 효현왕후, 효정왕후) -> 8)혜릉( 20대 경종의 첫 째 왕비 단의왕후 심씨) -> 9)숭릉(17대 효종의 아들인 18대 현종- 19대 숙종의 부와 명성왕후 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