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호로 출발하기 직전에 속보로 전해진 무안공항의 여객기 추락 참사 소식을 들었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국내 항공기 참사 사고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확률적으로 항공기 사고가 자동차보다 안전하다지만 하늘을 나는 쇳덩이가 추락하면 그야말로 대책이 있을 수 없다. 어쩌다 비행기를 탔을 땐 비좁은 좌석에서 불편을 감내하며 지상에 착륙을 한 뒤에야 비로소 안심이 되곤 했다. 사고소식처럼 날씨가 음산하게 흐려지고 눈발도 조금 비쳤다. 천장호 출렁다리 입구엔 주차장이 여럿이었는데, 대부분 만차여서 어쩔 수 없이 자리가 비어있는 대형 주차장에 차를 댔다. 주말인 탓인지 난장처럼 사람들이 붐볐다. 뛰어난 명승지도 아니건만 사람들이 붐비는 것이 놀랍다. 하기야 생소한 이곳에 내가 구경거리 찾아왔으니 그들과 동류이겠지만...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설치하는 출렁다리가 나름 효과가 있긴 있나 보다. 이곳 천장호 출렁다리는 2009년에 만들었다니까 요즘 유행하는 출렁다리의 효시쯤은 아닐는지.
청양군에서 배치한 유도요원들이 곳곳에서 내방객들을 안내하여 관람을 돕고 있었다. 200여 m 길이의 출렁다리를 건너 오른편 황룡 조각상이 있는 산책로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출렁다리 초입과 끝지점에 대형 빨간 고추와 구기자를 세우고 매달아 청양군 주산물의 상징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인파 속에 묻혀 흐린 하늘 아래 저수지를 가로질러 건너는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다만 지자체에서 벌이고 있는 이런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설치 경쟁은 삼가했으면 좋겠다. 보다 생산적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대체 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출렁다리 입구 길가의 조형물
아이들을 위한 출렁다리 체험 시설
이곳에도 콩밭 매는 아낙상이 있었다. 장곡사 입구의 아낙네 모습보다 억세게 보이는 모습이 노랫말과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홀어미니 두고 시집가는 젊은 처자의 여고 안스러운 마음이 담겨야 제격이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황룡정
출렁다리 입구
건너편에 있는 황룡상, 현수교의 줄을 당기는 구조물 위에 황룡 조각상을 두었다.
황룡상 왼편에 있는 호랑이상, 이 지역에 전해오는 호랑이와 소금쟁이 전설을 형상화한 듯하다.
호랑이와 황룡을 그린 벽화, 이른바 포토죤이란다.
출렁다리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출렁다리
산책로의 황룡상
돌아오는 길에 되돌아본 출렁다리, 오른편에 칠갑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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