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토요일부터 화서문과 장안공원 일대에서 미디어 아트를 한다고 하여 모처럼 구경 나갔다. 괜한 헛돈질하는 게 아닌가 싶어 못마땅하지만, 어떤 행사인지 궁금해서 카메라를 챙겨 들고나갔더니 어찌나 차가 밀리던지, 숨 막힐 지경이었다. 장안문 앞부터 걸어 화서문까지 이동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전망 좋은 곳엔 의자를 놓고 입장료를 받는 모양이었다. 마침 도착한 시간이 시작할 무렵이어서 맨 뒤에 서서 발돋움하며 머리를 디밀고 끝까지 지켜보았다. 의자를 놓은 가운데 유료 자리 앞줄엔 역시나, 소위 유력인사들이 참석했다는 말에 비위가 상했다. 시내 청소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시장과 알지도 못하는 시의회 의장이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이 행사가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화성은 도처에 보수 중인데 그 아래 성문 앞에서 자랑스레 행사를 벌이다니 지독한 어불성설이었다. 그다음 수원시 국회의원들이 뒤돌아 인사를 했다. 저들은 입장료 내고 앉았는지 궁금하다. 세금으로 거금이 드는 이런 행사를 하면서 가운데 자리에 로얄석을 만들어 돈을 받고, 다른 시민들은 붉은 금줄 밖 외진 곳에서 쭈그리고 앉아 곁눈질하듯 관람하라는 행사를 벌이는 모양이 우습다. 시만들이 뽑아 선출된 자들이 좋은 자리에 앉아 우쭐대는 꼴이란 눈꼴사나워 못 봐주겠다.
공교롭게 내가 선 자리 바로 뒤에 대형 스피커가 있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귀상태가 몹시 불편했다. 귀마개라도 준비해 올 것을... 까치발을 하고 끝날 때까지 서서 봤더니 온몸이 저리고 쑤셨다. 서북공심돈과 화서문 옹벽에 쏘아대는 현란한 영상들을 카메라로 조절하며 찍기가 어려워 ISO부터 셧터 속도까지 자동으로 맞춰놓고 찍었다. 영상들이 수시로 명멸하여 어두울 때는 심도가 낮아 사진들이 대부분 뭉개지고 말았다. 오히려 핸드폰으로 몇 장 찍은 사진이 훨씬 선명했다. 영상 쑈가 끝나고 행궁동 골목을 잠시 걸었는데, 영상쑈와 무관하게 토요일밤이어서, 골목마다 젊은이들로 인산인해였다. 젊음이 좋긴 좋아 보였다. 젊은이들이 흥청거리는 거리엔 미디어아트 행사보다 오히려 힘과 낭만이 가득해 보였다.
장안문 부근 공원 입구

공원에 설치한 야간 조명 조형물





미디어 아트 영상 공연장-시장과 시의회의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공연 시작- 봉황과 용이 날아올랐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풍등도 따라 오르고...

작은 드론도 공중을 한 바퀴 돌았다.


무희들의 춤 공연


상모꾼의 상모 돌리기도 무대 앞에 이어지고


장용영 군사들이 휘두른 칼바람이 밤공기를 갈랐다.



마지막 부분엔 영상 위로 뜬금없이 고래 드론이 공연장 위를 한 바퀴 돌았다. 변호사 우영우 촬영했던 집이 저 화서문 뒤에 있는데, 드라마 장면들이 떠올랐다.







공연의 마지막 장면

공연 뒤 무대 위 영상



장안공원을 가로질러 장안문까지 이동하며 볼거리들을 찾아 기웃거렸다.





장안문 옹성 안에 들어서자 이곳에서도 화려한 영상들이 장안문을 수놓았다.



장안문 위 동쪽으로 가는 성벽


사람들로 뒤엉킨 장안문 일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풍등 날리는 장면이나 중국식 빨간 용문양은 우리 전통 무늬와 거리가 멀고, 뜬금없이 등장한 드론 비행기나 고래의 상징적 의미는 이 행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하다. 수원 특유의 정체성을 지닌 영상물이었다면 보다 의미 있었을 텐데... 알맹이 없이 화려하게 돋보이고자 하는 전시행정이 보여주는 겉치레 영상쑈 같아 고생한 보람에 비해 아쉬움이 컸다.
'수원화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남문 팔달문에서 북문까지, 화성 반 바퀴 (4) | 2026.09.18 |
|---|---|
| 수원 화성 밤나들이 창룡문 주변 (12) | 2026.06.25 |
| 화성 행궁의 봄 (5) | 2026.04.25 |
| 팔달산 고인돌 유적과 정조의 효심 서린 화양루 (2) | 2026.04.24 |
| 봄 화성, 동편 성곽길 (16) | 2026.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