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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오죽헌과 김시습 기념관

1. 오죽헌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순신 장군, 퇴계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이 화폐의 주인공들인데, 놀랍게도 이율곡과 신사임당은 母子관계인데도 우리나라 화폐의 중심인물로 등장했다.  일찍이 퇴계와 율곡이 각각 1000원과 5000원 지폐 속의 인물로 쓰였고, 여성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조선시대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사임당 신씨를 선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성계의 대표적 인물로 류관순 열사와 신사임당이 최종 결선에 들었으나 결국 신사임당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신사임당도 좋겠지만 한 집안의 어머니와 아들을 한 나라 화폐의 인물들로 선정한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선 성리학의 쌍두마차라는 율곡과 퇴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묻는다면 시원하게 이야기해 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선후기 추앙해야할 명현으로 받들여졌지만 율곡과 퇴계사상이 오늘날 현대인에게 남긴 영향력은 눈꼽만큼도 없어 보인다. 수박 겉핥기식의 교육 때문이기도 하지만, 추상적 성리학의 관점은 오늘날 실용적 가치보다 뛰어나지 못해서 한때 공리공론을 일삼는 허상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최소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폐의 주인공들이라면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 그들의 교훈이 강렬하게 살아 있어서 국민들의 영혼 속에서 깨우침을 주어야 할 터인데 충무공과 세종대왕을 제외하고는 그저 추상적 상상만을 떠올리게 된다.  

 

  율곡의 모친 신사임당과 달리,  퇴계 이황의 어머니는 누구실까? 신사임당은 어찌 그리 유명해졌을까? 시와 그림을 잘 그려서일까? 조선시대 여인들의 시와 그림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용꿈 끝에 율곡이 태어난 곳이 오죽헌이라면 퇴계가 태어난 곳은 또 어디이고 그 흔적은 남아있으려나.... 두 명현 가운데 율곡에게 편향된 것같은  위인담이 균형감을 잃지는 않았는지... 세계 속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母子의 화폐출현에 화폐를 도안하고 발행한 당국자들의 짧은 소견이 안쓰럽다.

 

  그동안 오죽헌은 많이도 방문했었다. 그래서 생략하려다가 지나가는 길이라 들렸었다. 그런데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주차장이며 전시관이며, 경내의 조경들이 쇄신되어 한층 더 성역화되어 있었다. 주차는 무료, 입장료는 3000원, 경복궁의 입장료와 같다. 교육적으로 생각하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었다. 전에 보지 못했던 공원들과 율곡과 신사임당 동상도 새로 건립했는데, 화폐 속에서 익힌 인물의 모습과 달라 보여 그리 친숙하지는 않았다.

 

 들어가는 길가의 율곡상

 

오죽헌 정문

 

율곡사당인 문성사

 

 율곡을 잉태한 오죽헌, 문이 닫혀있는 방이 몽룡실

 

 안채

 

 율곡의 벼루를 모셔놓은 어제각

 

율곡기념관 내부 전시물

 

포토라인에서 촬영한 오죽헌 전경

 

율곡 기념관

 

 

2. 김시습 기념관

 

 포악한 세조의 집권에서 벗어나 벼슬을 내버리고 숨어 살았던, 매월당 김시습 기념관이 선교장과 가까운 경포 가는 길가에 있었다. 김시습과 강릉땅이 무슨 연관이 있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지나가는 길가이기에 잠시 차를 세우고 기념관 안을 둘러보았다. 김시습 유물이 지금까지 보존되었을 리도 없어서 여타의 기념관처럼 글씨들과 영인본으로 보이는 책자들이 유리전시관 안에 진열되었고, 영상실에서는 김시습의 한문 소설 중 용궁부연록이 영상실에서 만화로 상영되고 있었다. 한적함 속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엎드려 관람하던 아가씨 둘이 갑작스런 인적에 깜짝 놀라 자세를 고치고 바로 앉았다. 그들을 놀라게 한 내가 미안해서 얼른 영상실을 지나 나왔다. 입구 안내석에 앉은 직원에게 김시습 기념관이 이곳에 있게 된 까닭을 물었더니, 놀랍게도 김시습의 관향이 강릉이란다. 김시습이 강릉 김씨라서 강릉에 기념관을 세웠다는 것인데, 없는 것보다 낫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설정에 무리가 있어 보였다.

 

 김시습 기념관 외부. 무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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