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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잠구민댁과 당월패방군

  황산 등산 후 관광명소를 돌아다녔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 게다가 등산 후유증으로 모두 뻗정다리가 되어 걸음걸이가 신통치 않았다. 옛날 휘주로 불렸던 안휘성 황산시는 인구 20여만의 작은 도시로 우리나라 신도시처럼 새롭게 발전하는 중이었다. 곳곳에 아파트와 상가를 지으며 분양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의 경제력을 보여주듯  외곽으로 뻗어가는 고속도로 건설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가는 대체로 깨끗하고 깔끔해 보였다. 

 

 시내를 오가며 창밖을 내다보다가 발견한 탑, 가이드에게 물으니 과부탑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는 잘 모르겠다. 

 

 잠구민댁 전경도, 잠구민댁은 일종의 집성촌인데, 휘주 지방의 전통적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마을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아 영화 세트장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건축물을 통해서 휘주 지방의 생활양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계단 위 잠구민댁 대문

 

 마을 전체를 담으로 두르고, 입구에 대문을 달았는데, 대문 지붕의 추녀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것이 중국 남부지방의 전형적 건축양식이다.

 

  집 이름이 경례당이다.- '예를 밭 갈듯이 갈고닦는 집'이란 의미이고 보면, 유교적 덕목을 얼마나 중시했을지 짐작이 간다. 

 

  집안 기둥 윗부분의 조각 장식

 

  대부분의 집들은 전실과 후실을 이은 형태로 전실과 후실 사이에는 지붕이 없다. 남자들이 없었던 휘주의 주택들은 건물 외벽에 창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지붕의 터진 공간을 이용해서 채광을 하며, 우천시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쓰기도 했다.  방은 주로 2층에 있고, 여자들이 지붕 위에서 멀리 볼 수 있도록 의자를 놓고, 집 떠난 남편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집집마다 후실 안에 당호를 써서 현판을 달았다.

 

  마을 회관처럼 사용했다는 주택으로 집 이름이 의인당이다.

 

  역시 전실과 후실 사이에는 지붕이 없다.

 

  휘주의 집들은 담장 끝이나 처마 끝에 凸모양으로 장식을 해서 붙였는데, 이를 마두벽이라 한다. 이 "마두벽"의 의미는 말등에 가득 실린 재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집 떠난 남편의 금의환향을 바라는 의미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헐리우드 만화영화 '쿵후팬더'에 나오는 배경 건물들은 이 마두벽을 달고 있는데, 이는 휘주 지방의 건축양식을 영화에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마을 가운데 있는 광장과 공연장

 

  다리를 건너 이동하며, 발견한 탑.  참으로 중국엔 도처에 크고 우람한 탑들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저잣거리의 작고 깨져서 볼 품도 없는 탑들도 울타리를 둘러치고 귀중한 문화재로 융숭하게 대접을 하는데, 대륙에서는 너무 많아서인지 그저 평범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포씨마을의 당월패방군과 포가화원 입구, 휘주 지방은 부차와 구천의 고사로 유명한 오월 시대, 월나라 지방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월나라 왕 구천과, 구천을 도와 미인계로 오나라를 망하게 한 서시의 고장이겠다.  예전에 항주에 갔을 때 바위에 써놓은 부차의 글씨를 본 적이 있다.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오월동주와 와신상담, 서시의 이야기로 유명했던 본 고장에 내가  서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했다. 예로부터 휘주 지방에는 여자들과 어린애들만 집을 지켰기에 유교적 덕목들을 미덕으로 섬겼다고 한다. 그리고 이 미덕을 지켜낸 충신과 효자 열녀들을 기리기 위해 곳곳에 패방을 세웠는데, 포씨집안에 이 패방들이 7개나 세워졌다고 해서 가문의 명성을 드높인 포씨집안의 패방군은 당월패방군으로 불린다.  패방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절효정문으로 곳곳에 세운 홍살문과 같은 것이다.  

 

 중국의 국가 주석이었던 강택민이 다녀갔다는 표지석

 

 패방군 앞에 있는 여자들의 사당. 정절과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다. 첫 번째 현판은 "정효양전"으로 '정절과 효도'를 여자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안 쪽의 현판엔 사당의 당호를  '청의당'이라 새겼는데, 가운데 글자인 '懿(의)'는 아름답다는 의미인데 풀어서 보면 일(壹) 차(次) 심(心)이 모인 회의 字이다. 다시 말하면 첫 번째의 마음이 아름답다는 말로 일부종사를 위한 일종의 경구로 보인다. 사당 안에는 패방들을 축소한 모형들을 두루 전시하여 그 의미들을 새기게 하고 있었다.  

 

  즐비하게 서있는 패방들, 첫 번째 패방 뒤의 집이 포씨 가문의 남자 사당이다.

 

  포씨가문의 남자 사당

 

  사당의 추녀 끝이 하늘을 찌른다. 

 

  남자 사당답게 현판에 새긴 덕목의 범위가 크고 넓다. "착한 것을 즐기고 좋은 것을 베풀라"는 것이 포씨 가문의 가훈이었겠다. 

 

  사당 안에는 포씨가문의 대표적 인물들의 초상이 3면에 걸려 있다.

 

  명나라 말기에 세웠다는 "포찬의 효자방" 

 

안내문- 1534년 명나라 말기에 세우고, 1749년 청나라 때 중수했단다.

 

  패방군에 이어서 방문한 인근의 포가화원, 포 씨 집안의 정원인데, 복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중국 남쪽 지방의 정원 양식을 따라 만들었는데, 분재가 많았다. 분재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대충 훑어보며 지나쳤다. 날이 흐리고 날씨가 더워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이 포가 화원은 휘주 지방의 정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정원 입구에 휘풍이라 적었다. 휘주 지방의 풍경이라는 뜻이겠다.

 

  군봉경수 - 황산의 수려한 암봉들을 표현한 듯하다. 

 

  우리 돈으로 12억을 호가한다는 분재, 나무가 귀한 것이라 비싸다는데 분재는 별 관심이 없다. 본디 분재는 일본에서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것을 작게 만들어서 집안으로 끌어 들이려는 일본인들의 습성을 대륙의 중국인들이 왜 따르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다른 중국정원에도 이런 분재들을 더러 보았었다. 나무는 자연에 두고 즐겨야지, 집에 들여놓고 자라지 못하게 성장점을 자르고 비틀어 놓고 그것을 즐긴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다.

 

저물 무렵의 황산 시가, 날씨가 더워서인지 지나다니는 행인도 별로 눈에 뜨지 않았다.

 

강가 다리 앞에 있는 낙타 조형물

 

 도시에 높은 건물이 없고 나무가 많아 푸르며, 보이는 것들의 대부분이 지나침이 없어 보였다.

 

호텔 앞 풍경

 

저녁 8시에는 휘운가무공연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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