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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휘운가무

 저녁 식사 후, 호텔에서 쉬다가 8 시 공연을 보기 위해 7 시 30 분 경 로비에 모여 호텔 후관으로 이동했다.  중국엔 지역마다 이런 공연이 활성화되어 있다. 관광 수익을 높이려는 정책으로 생각되는데, 많은 등장인물들을 동원하고, 화려한 무대장치에,  첨단 장비를 활용해서 관객들을 압도한다. 수년 전 상해에 갔을 때, 항주에서 송나라 시대를 재현한 송성 가무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공산주의 국가마다 정책적으로 집단 무용과 서커스 곡예를 장려했기에 그저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작년 서안에서 본 '장한가'는 그들의 자연까지 끌어들인 기발한 무대장치와 조명으로 웅장한 쇼를 연출하여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었다. 양귀비와 당 현종의 휴양지였던 화청궁 연못에 무대를 만들고, 뒷산을 배경으로 삼아 달이 뜨고 달이 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장예모 감독의 천재성에 감탄했었다. 이야기는 황당해서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장치와 현란한 연출 기교에 매혹되고 말았었다. 여기 황산의 휘운가무공연은 무엇을 보여줄는지 기대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우리가 머물던 향명호텔, 공항에서 매우 가까웠다.  우리가 숙소는 이 건물 전면 3층이었는데, 이 호텔 후관이 공연장이었다.

 

  휘운가무 포스터

 

향명대극원 - 공연장 입구

 

  스크린 영상을 배경 삼아 공연을 시작하였다. 무대 오른쪽에 한국어 자막이 나와 곁눈질을 하며 공연을 봤는데, 앉은자리가 측면이라서 보기에 불편했다. 공연을 시작하는 멘트가 중화 제일주의였다. 세계의 중심인 중국, 그 가운데의 황산...  이런 식으로...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은 운해 위에 솟은 황산의 암봉들 위에 동이 트는 장면으로 매우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여기서는 동영상과 사진 촬영을 모두 허용하고 있었다. 단 사진 찍을 때 플래시 발광은 절대 사양... 

 

  황산의 네 계절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봄...

 

여름...  원숭이로 분장한 배우들이 재주 부리고 있다.

 

겨울

 

황산에 얽힌 전설로 나무꾼과 선녀의 사랑 이야기...

 

헤어졌던 나뭇꾼과 선녀가 새들이 만들어 준 다리 위에서 재회하고 있다. 우리나라 오작교 위에서 해후하는 견우직녀 이야기 비슷해 보였다. 우리가 들어왔던 견우직녀 이야기도 중국이야기일 것 같은데...

 

  다음으로 휘주 여인들의 생활상을 보여 주었다. 산이 많고 농토가 적은 휘주에서는 결혼 후 먹고살기 위해 대부분의 남자들은 돈을 벌러 집을 떠난다. 독수공방으로 집을 지키며 외롭게 살아가는 여인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다.

 

 중간 부분은 사진 찍기가 귀찮아서 공연만 보았다. 중간 내용은 휘주의 어린이들이 서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크게 출세한다는 것과 어려운 집안에 어린아이가 어머니 계신 집을 떠나 모진 세파를 극복하고 상인으로 대성하여 돌아와 어머니를 만난다는 것인데, 전면의 무대는 세상의 거친 세파를 비바람과 폭포의 거친 물결로 표현하고 있다. 무대의 벽이 뒤집혀 폭포가 되고, 그 위로 물이 흐르며 무대 앞으로는 실제 빗방울처럼 물이 떨어졌다.

 

 공연 중간에 앞자리가 비어 있길래 그리로 자리를 옮겼다. 때마침 무희가 가까운 통로에 있어서 한 컷 촬영해 보았다. 무희의 복색이 만주식이었다.

 

  청나라 시절 휘주의 광대들이 황제에게 불려가 경극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주유의 영웅담을 공연하여 총애를 받고, 그 덕으로 북경에 진출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

 

공연 후 등장인물들의 인사...

 

 스크린의 화려한 영상만 남기고 한 시간 10 분여의 공연이 끝이 났다.

 

 매표소의 입장료 - 자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실내공연임에도 스케일이 크고 많은 배우들이 춤과 서커스 곡예로써 휘주 지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레이저 빔,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무대 장치 등 많은 볼거리가 있었으나, 내 개인적 소견으로 볼 때 공연하는 무희들의 정성이 다소 부족해 보였다. 군무를 할 때 동작들이 일치되지 않았고, 스토리의 연결도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 그저, 첨단 장치들을 활용해서 외형적 화려함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무용과 노래, 서커스가 혼합된 공연이 아니었던가 생각했다. 게다가 무희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볼 수 있었던 그녀들의 의상도 멀리서 봤을 때처럼 그리 우아하지 않았다. 여행사 상품으로 강제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을 것 같다.  내 스스로도 공연 보기를 즐기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지만...

 

  명청시대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가 27 명이었다는 이야기...  한족 고유의 것이 아닌 청나라 복식에 변발을 한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중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하기야 만주족에게  300여 년을 통치당했으나,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변두리 오랑캐라 여겼던 만주족의 청나라 관리를 영광으로 여긴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쉽게 수긍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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