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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향기

2014 화랑미술제

  어려서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었다.

 

 만화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고, 좋아하는 만화 속 주인공들을 공책 갈피에 모사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그래서인지 학교 미술 시간이 제일 즐거웠었다. 그래서 미술부에 들어가기를 원했는데, 안타깝게도 미술부는 돈이 많이 들었다. 그것이 내 발목을 잡아 그림의 꿈을 접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화실에 나가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좋은 화구도 마련하고 캔버스에 이젤까지 갖추고 붓과 나이프를 사용하며 유화까지 시도했었는데, 생활이 바빠서인지 잠깐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간 어느 사이에 까맣게 잊고 살았었다. 군 졸병시절에 산꼭대기 대공초소에 홀로 올라서 군인 수첩에 쓰지 말라는 일기를 쓰며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무료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제대할 무렵의 고참들의 추억록에 그림을 그려준 게 인연이 되어 고참병이 되어선 본부중대 인사계의 지원 아래 크리스마스 시즌 카드를 그려서 전우들에게 팔았다.  물론 카드값은 불우사병을 돕는 기금으로 썼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후임 사병을 한 명 뽑아 그와 함께 동두천 시내에 나가 양장점을 돌며 자투리 천을 얻어다가 가위로 오려 색지에 붙이고, 금분과 은분으로 그 주변에 소총, 또는 철모같은 군장류들을 그렸었는데, 전우들에게 인기가 좋아 제법 팔렸었다.  물론 주문생산도 했었다. ㅎㅎ

 

  아마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다고 돌아다니는 것도 그때 이루지 못한 그림의 꿈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고 보정을 하는 작업은 그림그리는 일과 유사하다. 자연의 색깔을 컴퓨터란 마법의 기계로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입히고 빼고 하긴 하지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보정이 지나치면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 들어 사진의 생명력을 잃는다. 아무래도 사진의 생명은 리얼리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랑미술제에서 많은 유형들의 그림들을 보고나니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제 조심스럽게 그림의 문을 두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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