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남연군묘

  꺼져가는 촛불처럼 조선의 기운이 쇠락해 가던 시절, 자신의 야망을 감추고, 시정잡배 파락호로 위장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이하응(1820~1898). 그는 안동 김씨와 풍양조씨의 세도정치 속에서 앞날을 내다보며, 자신의 후손을 왕위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하응은 풍수설의 신봉자로, 지관 정만인에게 아버지 남연군의 묏자리를 의뢰하였다. 당대의 유명한 풍수쟁이였던 정만인은 충청도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가야사를 일러주며 2대에 걸쳐 왕이 나올 자리라고 했단다. 이에 이하응은 1846년 가야사를 불태워 없애고, 이미 경기 연천에 모셨던 아버지의 묘를 가야사 탑이 있던 자리로 이장하였다. 그로부터 7년 뒤에 둘째 아들 명복을 낳았는데, 그가 조선조 철종의 뒤를 이은 고종임금이다. 고종의 뒤를 그 아들 순종이 계승했으니, 지관 정만인의 예언이 적중한 셈이고 이하응은 자신의 뜻을 성취한 셈이었다. 불행하게도 그 명당자리는 두 명의 왕을 내었지만, 이 둘을 마지막으로 500년 조선 왕조는 몰락하고 말았다.

 

  남연군의 묘를 이장한 덕인지는 몰라도 이하응의 뜻대로 그의 아들이 12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하응은 대원군이 되어 아들을 섭정하면서 숨겼던 야망을 펼쳐 막강한 권력으로 조선을 통치하기에 이르렀다. 1868년에 독일인 오페르트는 조선과의 통상을 교섭하다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프랑스 신부 페롱과 조선인 천주교도들과 함께 대원군 아버지 남연군 묘를 도굴하여 시체와 부장품을 미끼로 통상문제를 흥정하고자 하였다. 도굴단은 덕산군청을 습격해 무기를 탈취하고, 민가로부터 농가구를 약탈하여 야밤에 남연군 묘소 도굴을 감행했으나 묘광(墓壙)이 단단하여 사체발굴에 실패하고 날이 밝아오자 도망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대원군 이하응은 크게 노하여 쇄국양이정책을 강화하며 천주교를 탄압하여 수많은 천주교도들을 학살하였다. 이미 1866년 병인양요로 대원군은 국가적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면서 천주교도를 통외초구(通外招寇)의 무리로 내세워 8000여 명의 천주교인을 처형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이 박해에 불을 붙여, 내포 지방의 교인들을 대대적으로 색출하여, 인근 서산의 해미에서 대량 학살하였다. 내포지방은 천주교회 창설기부터 천주교가 유포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희생자를 내었고 부근의 지방까지 피해를 입었다. 그 뒤 1871년 신미양요(辛未洋擾)로 다시 박해가 가중되었다.

 

 명당이라는 남연군 묘.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기리에 있다.  이 지역이 명당 자리로 유명세를 타서 주변에 수많은 묘역이 조성되어 있었다. 인근 가야산을 포함한 이 지역은 덕산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가야사 절터, 봉분 앞 비석, 남연군 왼쪽에 부인 여흥민씨를  합장하였다고 적었다.

 

  봉분 위로 오르는 계단

 

양쪽 외곽에 망주석 두개, 장명등, 두 마리의 양모양의 석상, 혼유석이 놓여 있다. 봉분 위,  뒤로는 석문봉(652m), 왼쪽으로 옥양봉(593m), 오른쪽으로는 가야봉이 벙풍처럼 감싸고 있다.  또 오른쪽 뒷방향으로 나중에 만들었을 상가 저수지가 있다.

 

 

장명등, 그 모양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 면의 아래엔 4군자를 새겼고, 윗부분엔 꽃을 조각하였다.

 

  묘표 앞부분, 완산 이씨 이구라 적었다. 완산이 지금의 전주로 이해된다. 요즘 드라마 '정도전'을 보면 이성계는 여진족의 후손으로 나온다. 무엇이 정설인지 몰라도 전주 이씨라는 조상의 뿌리도 신뢰할 수 없겠다. 요즘 현대인들의 성씨 뿌리도 불과 백 년 전이 불투명한 것이고 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조상 만들기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다.

 

묘의 뒷부분

 

묘가 바라보는 방향은 동쪽으로 치우친 동남향으로 흘러내라는 산등성이로 막힌듯 트여서 덕산으로 빠져 간다.

 

묘표의 뒷부분

 

봉분에서 내려가는 계단, 그 앞의 평지가 옛날에 있었다는 가야사 터이다.

 

가야사 터

 

안내문

 

 바로보는 주방향이 동남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