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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城

남한산성

  날씨조차 을씨년스러웠다.

  오랜만에 들렸던 남한산성. 남문을 통과하려니 했더니, 그 사이 남문 아랫녘에 터널을 뚫어 정문 격인 남문은 보지도 못했다.  구름이 가득한 저물 무렵에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가볍게 입은 옷차림이 부담이 되어 자동차 밖으로는 얼마 나가지도 못했다. 휴일을 맞아 사람들도 많아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았고... 산성 안에 복원해 놓은 행궁도, 지휘소인 수어장대도 가지 못하고, 로터리 부근의 식당에서 저녁만 먹고선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되돌아왔다.

 

  치욕의 한이 서린 이곳 남한산성.  그저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맞은 두 번의 호란에 조선군은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삼천리강산을 오랑캐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임란 이후 44년 만인 병자호란에 인조임금은 산성으로 도망쳐 성문을 꼭꼭 싸매 걸고 한 달 보름여를 버티다간,  그동안 깔보고 능멸하던 오랑캐들에게 송파나루 삼전도에서 엎드려 머리가 땅에 닿는 절을 아홉 번이나 하고 나서 목숨을 부지하곤 항복을 했다. 그 후 273년 만에 조선은 총칼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500여 년 사직을 일본에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왕을 비롯한 고위직들이야 어찌어찌 호의호식하며 목숨을 부지했겠지만, 대왕의 처분만을 바라보며 순종하며 살아왔던 이 땅의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백성들을 위하며 살아도 시원찮을 텐데 지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다가 소탐대실 나라를 위험 속에 빠트리고 마니 어찌해야 이 나라 백성들은 마음 편하게 일상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치욕스러운 역사가 오늘도 반복되고 있음에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더욱 추워 그저 온몸이 오그라들고 있었다. 금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라는데, 이곳의 현수막은 벌써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퍽이나 자랑스러운 듯이 비바람에 펄럭거리고 있었다. 

 

  남한산성 동문

 

 

 

 

만해 한용운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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