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해서 떠난 여행길에 들렸던 공산성. 예전 방문 때보다 달라진 건 없었으나 성벽 둘레에 황색 깃발들을 세우고 서문(금서루)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블록을 새로 깔았다. 그런데, 차량통행을 위해 고증 없이 사각문을 만든 것이 부실공사였었는지 문 안쪽 귀퉁이마다 철골 기둥으로 떠받쳐 놓고는 민망했는지 짚을 엮어 가려 놓았다. 애초에 잘 만들었다면 공주 시민들 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뿌듯한 문화 유적지가 되었을 텐데...
그러나, 성 아래 주차장을 마련해 둔 것은 다행한 일이었다. 성으로 오르는 입장료는 따로 받고 있었지만, 공주 시내 곳곳에 이런 무료 주차장들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었다.
백제시대 축성된 산성으로 백제 때에는 웅진성으로 불렸다가 고려시대 이후 공산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백제 문주왕 원년에(475년) 위례에서 웅진(熊津)으로 천도하였다가, 성왕 16년 (538년)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64년간 도읍지인 공주를 수호하던 산성이었다. 해발 110m인 공산(公山)의 정상에서 서쪽의 봉우리까지 에워싼 산성으로 둘레는 2.5km 정도이다. 원래 토성이었는데 조선 중기에 석성으로 개축되었다.
그런데 이 공산성은 충절의 성(城)이 아니라 배신의 성(城)이었다.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수도 사비성이 함락되자 의자왕은 황급히 이곳 웅진성으로 몸을 피했다. 그런데 웅진성으로 피신한 지 5일 만에 성주 예식진이 의자왕을 포박하여 사비성에 주둔하고 있던 당장 소정방에 바치고 말았다. 신하에게 배신당한 의자왕은 태자와 왕자들을 비롯하여 만이천 명의 백제 백성들과 함께 당나라로 압송되어 머나먼 타국에서 구차한 삶을 살다가 죽었다. 웅진성 성주는 그 공으로 당나라 장수로 임용되었고... 역사엔 가정이 없다지만, 성주가 배신을 하지 않고 왕과 함께 전열을 가다듬어 나당연합군에게 항전을 했더라면 백제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예식진(禰寔進, 615년 ~ 672년)은 백제 웅천 출신으로 당(唐)의 군인이며 백제 의자왕 때의 역신이다. 백제가 멸망한 뒤 당으로 건너가 '좌위위대장군(左威衛大將軍)'에 올랐다. 조부는 좌평 예다(譽多)이고, 부친은 좌평 사선(思善)으로 2대에 걸쳐 좌평을 역임한 명문 가문 출신이었다. 2006년에 예식진묘지명(禰寔進墓誌銘)이 낙양(洛陽)의 시장에 서 발견되어, 2007년 길림성의 격월간 역사잡지인 <동북사지(東北史地)>에 기존의 다른 백제 유민들의 묘지명과 함께 처음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더불어 백제 유민 예식진의 존재도 확인되었다. 묘지명은 중국 하남성 낙양시에 있는 낙양이공학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예식진은 660년 백제 멸망 당시 북방성(北方城) 웅진의 방령(方領)이었다.『구당서(舊唐書)』와『삼국사기(三國史記)』등에는 예식(禰植)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예식진과 예식은 같은 인물이다. 660년 7월 13일 의자왕이 나당연합군(羅唐聯合軍)의 공격을 피해 사비성(泗沘城)에서 웅진성(熊津城)으로 피난오게 되었다. 이때 예식진은 의자왕을 도와 나당연합군의 침공을 물리치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7월 18일에 이미 함락되어 나당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던 사비성으로 의자왕을 사로잡아 끌고 가서 당군 원수 소정방(蘇定方)에게 바쳤다. 예식진의 이러한 배신으로 의자왕은 당군에게 포로가 되었고 백제는 저항의 구심점을 잃고 멸망하게 되었다.
이후 예식진은 당에 들어가 당 고종으로부터 궁정의 경비와 호위를 담당하는 정 3품의 좌위위대장군(左威衛大將軍)에 제수되었다. 672년 5월 오늘날 중국 산동성 용구시인 내주(萊州) 황현(黃縣)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 고종의 조서(詔書)로 같은 해 11월 21일 장안성 남쪽의 고양원(高陽原)에 묻혔다. <네이버 백과, 위키 백과에서 발췌>
금강 가까이 있는 공산성 서문 '금서루'
성의 서북쪽 끝지점 아래 금강과 다리
공산정
공산성의 북쪽 성벽과 금강, 북문 부근의 성벽이 일부 허물어진 것을 검정색 비닐로 덮어 놓았다.
공산정에서 바라본 성밖 풍경, 서쪽 야산 고개를 넘으면 그 유명한 송산리 고분군과 백제 무령왕릉, 국립 공주박물관, 공주한옥마을이 있다.
Photo by Sony a6000, ILCE-6000L/B. E PZ 16-50m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