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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모악산 금산사

 

   명산으로 이름난 모악산에 있는 금산사, 두 번째 방문이었다. 곧게 뻗은 4차선 국도에서 2차선의 옛길로 접어들면서 금산사까지 아기자기한 여정이 한층 운치 있었다. 태풍으로 흐린 덕에 덥지 않은 날씨가 오히려 여행에 도움을 주었다. 마음 맞는 벗들과 함께하는 여행, 꽃보다 청춘은 아니어도 즐겁고 유쾌했다.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대표적 사찰로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과 비슷한 형태의 목조 삼층 미륵전에 미륵장존육상을 모셨다. 백제 법왕의 자복사찰로 창건하였고, 이후 통일신라 혜공왕 때 진표율사에 의한 6년여의 중창으로 사찰다운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여, 당시 신라 불교의 주류였던 교종 계통 법상종의 중심 사찰로 역할을 했는데, 법상종이 미륵신앙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종파라 이곳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이 없는 대신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 절의 중심이다.

 

  후삼국시대 이곳의 맹주였던 견훤은 스스로 세상을 구원할 미륵이라 자칭하며 이곳에서 민중들의 민심을 얻어 한때 크게 일어났으나, 왕위 계승권을 둘러싼 자식들의 분쟁으로 아들에게 이곳 금산사에 유폐되었었다. 그 덕에 견훤은 초라한 신세가 되어 고려의 왕건에게 투항하고 말았다. 

 

  현세의 생활이 어렵고 괴로울수록 내세 신앙이 강해진다. 반만 년의 우리 역사 가운데, 현세에 만족하며 태평성대를 누렸을 때가 얼마였을까? 신도들을 등쳐서 간을 빼먹고 무고한 수백의 사람들을 살상한 구원파 같은 사이비 종교가 득세를 하는 걸 보면, 우리가 사는 오늘의 현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진정으로 현세의 고통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메시아나 미륵불은 언제 나타날 수 있을까. 메시아로 생각했던 2000년 전의 유태인들의 예수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간난과 고통에서 구원하지 못했었다. 우리의 메시아, 우리가 바라는 미륵불은 결국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내 마음의 평온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무소불위 전지전능한 절대자가 아니라 생각에 따라서 우주도 품을 수 있는 내 마음이란 생각이 든다. 

 

  금산사 금강문 입구 계곡의 무지개 다리, 선암사 승선교 같은 아치형 다리가 오늘날 사찰 건축의 대세인 듯...

 

 

  금강문

 

 금강문에서 바라본 천왕문

 

  보제루

 

  보제루 아래 통로 앞 전경. 오른쪽이 국보 제62호 미륵전이다. 미륵전은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이 그분의 불국토인 용화세계에서 중생을 교화라는 것을 상징화한 법당이다. 즉 미륵신앙의 근본도량을 사찰 속에 응축시킨 것이 미륵전이요, 먼 미래의 새로운 부처님 세계에서 함께 성불하자는 것을 다짐하는 참회와 발원의 장소이다.


  미륵전은 신라 경덕왕 21년(762)부터 혜공왕 2년(766) 사이에 진표율사가 가람을 중창하면서 미륵보살에게 계를 받았던 체험 그대로를 가람에 적용하여 세웠다. 안에는 미륵장륙상을 본존으로 모셨으며 남쪽 벽에 미륵과 지장보살에게서 계를 받는 광경을 벽화로 조성하였다. 그러나 이 건물은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다.  

 

  절의 본당이라 할 수 있는 미륵전은 나무로 지어진 3층 건물로 각 층은, 대자보전, 용화지회, 미륵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모두 미륵불을 지칭하는 다른 표현들이다. 미륵전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내부는 한 층으로 통해 있으며, 높이가 12m에 이르는 미륵 입상이 서 있다. 원래는 진표율사가 절을 세울 때 철불로 미륵장륙상을 세웠다고 하나 임진왜란 때 왜군에 의해 절이 불타면서 철불은 없어졌다고 한다.  

 

  방등계단과 미륵전, 그리고 화사한 백일홍...

 

  미륵불 본존은 높이가 11.82m이고 삼존불 중의 협시는 8.79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이다. 통일신라시대 진표율사가 미륵전을 조성할 당시에는 3년간에 걸쳐 완성한 미륵장륙상 한 분만 모셔졌었다. 그 뒤 조선시대에 수문 대사가 다시 복원 조성하면서 소조 삼존불로 봉안했는데, 1934년에 실화로 일부가 소실되었다. 4년 만인 1938년 우리나라 근대 조각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김복진(金復鎭, 1901~1940)이 석고에 도금한 불상을 다시 조성해 오늘날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미륵 본존은 거대한 입상이지만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금도 남아 있는 불단 아래의 거대한 청동 대좌는 정확한 조성시기를 알 수 없지만 잦은 소실과 복원의 과정에서도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여러 불상을 받들고 있는 역사의 대변자가 되는 셈이다. 본존불은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하고, 왼손 역시 손가락을 조금 오므렸지만 밖을 보이게 한 시무외인이다. 대개 미륵불은 다른 불상과 구별되는 별개의 특징을 지니지 않는다. 본존불 양 옆의 협시보살은 왼쪽이 법화림(法花林) 보살이고, 오른쪽이 대묘상(大妙相) 보살이다.

 

 대적광전

 

 대적광전 안의 부처님

 

 우측 끝 용마루 가운데 탑이 얹힌 건축물은 대장전. 대장전은 미륵전의 정면 서쪽에 앞면과 옆면 각 3칸씩의 다포식 팔작지붕으로 보물 제827호이다. 진표율사가 절을 중창하면서 세웠다.

 

미륵전을 짓고 이를 장엄하는 정중 목탑(庭中木塔)으로서 가운데에서 우측 부분에 위치하였으며 정 팔각 원당형으로 조성했던 건물이다. 당시의 양식은 탑과 같이 산개형(傘蓋形)의 층옥(層屋)으로서 맨 꼭대기 옥개에는 솥뚜껑 모양의 철개(鐵蓋)를 덮고, 다시 그 위에 불꽃 모양의 석조 보주(寶珠)를 올렸다. 

 

 그 뒤 조선시대에 들어와 1635년(인조 13)에 가람을 중창하면서 본래 목탑이었던 것을 지금과 같은 전각의 형태로 바꾸면서 대장전이라 했는데, 지금의 위치로 이전한 것은 1922년이다.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전각 꼭대기에는 복발과 보주 등이 아직 남아 지금도 신라 때의 목탑 양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대적광전 뒤의 나한전

 

대적광전 뒤, 나한전 옆 조사전.

 

 대적광전 후측면에서 바라본 맞배지붕 명부전과 팔작지붕 대장전

 

  송대(松臺)라고 부르는 방등계단(方等戒壇). 또한 이 계단의 중앙에 보물 제26호인 부도가 있어 그 형태에 따라 석종형(石鐘形) 부도라고 부른다.

 

  방등계단의 수계법회(受戒法會)를 거행할 때 수계단을 중앙에 마련하고, 그 주위에 삼사(三師)와 칠증(七證)이 둘러앉아서 계법을 전수하는 데 사용했던 일종의 의식 법회 장소이다. 이러한 예는 경상남도 양산의 통도사와 개성의 불일사(佛日寺) 등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한국 불교의 독특한 유산이다. 불교의 정신을 대표하는 계(戒). 정(定). 혜(慧) 삼학(三學) 가운데 계는 으뜸으로서 계를 지킴은 불교의 기본 토대가 된다. 이 계의 정신이 일체에 평등하게 미친다는 의미에서 방등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편 방등계단의 성격을 도솔천(兜率天)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즉 미륵신앙의 근본도량인 금산사에는 미륵의 하생처로서 미륵전을 조성하고, 그 위에 도솔천을 구현하여 미륵 상생 신앙을 나타냈다는 말이다. 결국 금산사는 미륵 상생 신앙과 하생 신앙을 조화롭게 겸비하였다는 신앙적 성격을 지녔다는 뜻이 된다. 

 

  방등계단에서 바라본 미륵전

 

  방등계단에서 바라본 나한전과 조사전

 

  방등계단 위 보물 제25호인 오층 석탑. 정사각형 판재를 이용한 이 석탑은 높이가 7.2m로서 소박하고 단순한 구조를 지녔다. 본래 기록에 따르면 9층이라 하였는데 지금 남아있는 옥개석의 형태나 체감률 등에서 6층 이상이 손실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후백제의 견훤(甄萱)이 금산사를 창건하면서 이 석탑을 건립하였을 것이라 하나 이는 잘못된 것이고, 고려시대에 조성되었다는 확실한 기록이 전한다. 즉 1971년 11월에 석탑을 해체 수리하는 과정에서 〈모악산 금산사 오층 석탑 중창기〉가 발견되었는데, 그 내용 가운데 979년(경종 4)에 시작하여 981년에 완성했다는 사실이 보인다.

 

  한편 탑 속에서는 중창기와 함께 금동 관음상을 비롯한 여러 소불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탑의 복장품은 현재 동국대학교 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부처님 사리를 모신 부도와 오층 석탑

 

  방등계단 위 부처님 사리탑과 적멸보궁

 

  오층 석탑과 사리탑 적멸보궁

 

  방등계단과 미륵전

 

  대적광전, 방등계단, 미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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