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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봉황산 부석사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찰로 유홍준은 조계산 선암사를 꼽았지만, 식견 없는 내 눈으론 영주 부석사가 최고로 보인다. 건축물의 구조적 미학으로 본다면 경주 불국사가 으뜸이겠으나,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자연친화적 절집은 아무래도 영주 부석사가 제일이 아닐까 한다. 그야말로 조금도 거슬림이 없는 소박하고 단정한 부잣집 정원 같은 절이다.  과거 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을 부석사 무량수전으로 삼았으나 이젠 안동 봉정사 극락전에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부석사는 제일 오래된 고찰이 아니어도, 수백 년 묵은 나무의 뼈대가 겉으로 드러나 수백 년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듯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수년전에 이곳에 들렸을 때, 소백산 부석사가 아니라 태백산 부석사라고 스님들이 시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영주로 내려오는 대간의 줄기가 태백의 줄기라는 것이었는데, 세속에 있는 나로서는 태백이나 소백이건 모두 우리나라의 대간일 텐데, 태백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스님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영주시의 관광 안내도를 보면 지금도 이곳의 산맥은 소백의 줄기로 소개되어 있는데 , 그 사이에 일주문 현판엔 태백산 부석사라고 새겨 넣었다.  어쨌거나 이곳까지 고속도로를 따르지 않고 영월 김삿갓면으로부터 고봉준령을 넘어온 나로서는 소백이건 태백이건, 경내 범종루 현판에 새겨진 봉황산 부석사가 가장 옳은 이름으로 생각한다.

 

  통일 신라때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부석사는 여기 말고도 충남 서산에 또 있다. 몇 년 전 문화재 브로커들이 일본에서 불상을 몰래 가져와 밀매하려다 적발되었는데, 그 부처님을 모셔둔 곳이 바로 서산의 부석사이다. 본디 서산 부석사에 있었던 것을 임진왜란쯤에 왜인들이 약탈해 갔던 것으로 추정하는데, 브로커들이 훔쳐서 국내로 들여왔다는 것이다. 반환을 요구하는 일본 관계자들과 줄 수 없다는 우리나라 입장이 오늘날의 한일관계처럼 서로 팽팽해서 긴장감을 준다. 약탈해간 문화재를 되찾아온 사람들을 애국자로 표창해야 하겠으나, 밀매하려다 적발된 것이고 보면, 그들의 마음속 순수성이 의심스럽긴 하다. 하여간 서산 부석사도 의상대사를 짝사랑하다 혼백이 된 선묘 낭자가 사찰 건립을 방해하는 무리들을 위협하기 위해 큰 돌을 들어 올렸다는 이야기까지 동일하게 전해온다. 서산 부석사에는 선묘 사당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것이 진짜라고 진위야 따질 수 없는 일이겠다.  망망한 서해를 바라보는 서산의 부석사도 아담하고 소박해서 보기가 좋지만, 산세와 잘 어울리며 풍채 있는 절집들이 아름답기로는 영주 부석사가 더 뛰어나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돌아 내려온 탓에 약간의 멀미 기운도 있었으나, 고개 너머부터 도로 양편에서 익어가는 빨간 사과에서 가을의 싱그러움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까지 올라가는 길 양편에도 사과들이 붉게 익어가고 있었고, 농익어 길바닥에 떨어져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은행열매들도 가을이 지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토요일 오후라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가을 냄새에 취해서 여유로워 보이는 시골맛에 민박집을 기웃거려보았으나, 이미 상업화된 민박집은 도시의 모텔보다 누추하면서도 박정했다.  민박을 포기하고 은행열매의 독한 냄새를 향기로 여기며 부석사 경내를 한참 둘러보았다. 하늘빛이 흐린 날에 이따금 내비치는 석양빛이 따가웠으나 부석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툇돌에 앉아 한 때를 보내면서 지나다니는 풍류객까지도 한참을 바라보다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태백산 부석사라 현판을 갈아붙인 일주문, 좌우로는 사과들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천왕문 지난 석축 위에 새로 지은 출입문, 계단이 퍽이나 높고 가팔랐다.

 

  문안으로 들어서자 삼층석탑과 고색창연한 범종각이 우뚝 서있다. 범종각 현판엔 봉황산 부석사라 이름하였다.

 

  범종루 다락 아래를 통과하여 안양루와 무량수전으로 올라 간다.

 

  범종루 아래를 통과하며 올려 본 안양루, 안양루 석축은 범종루 석축에서 15도 정도 틀어쌓아 획일적인 직선을 피했다.

 

  안양루와 무량수전

 

  다시 안양루 다락 밑을 통과하여 무량수전으로 올라간다.  다락 밑은 어둠의 세계인가. 대부분의 사찰들이 다락 아래를 통과하여 법당으로 올라가게 만들었다. 법당은 광명의 세계라 어둠을 통과하여 빛을 만날 수 있다는 이치라고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부석사 무량수전은 어둠의 세계를 두 번이나 지나야 만날 수 있는 거룩한 곳이다.

 

  음향각 처마 아래에서 올려본 안양루

 

  음향각에서 바라본 범종루

 

  안양루 앞의 석등과 무량수전

 

  무량수전 부처님은 옆으로 앉으셨다.

 

  무량수전 우측 뒤에 있는 부석, 양쪽에서 명주실을 잡고 밑을 훑으면, 명주실이 바위 밑을 걸림 없이 통과한다고 한다. 그래서 떠있는 돌, 부석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안양루

 

 안양루에서 바라본 앞산들의 아늑한 능선

 

  범종루 위의 북과 목어

 

  내려오는 길에 만난 문화해설사, 아쉬운 마음에 한참이나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 범종루와 안양루의 뒤틀린 구조가 정겹게 어우러져 있었다.

 

  매표소 옆의 안내도, 예전에 만든 것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부석사의 입장료는 의외로 저렴했다. 어른 1200원, 승용차 주차료가 3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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