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서안 잡경

  베이찡이나 상하이, 충찡, 난찡 등의 현대의 거대한 도시들의 규모는 익히 들어왔지만 진, 한, 당나라 시대의 수도였던 고대 도시 서안은 한갓 조그만 시골 도시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 도시였다. 다운타운엔 고층 건물들과 백화점들이 즐비하고 1미터만 땅을 파도 유물이 나온다는 시내의 곳곳은 재개발로 요동치고 있었다. 서안의 도시 개발은 외곽에 신도시를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도심 재개발처럼 옛날의 건물들을 허물고 그 터에 고층 건물을 새로 짓는 형식이었기에 곳곳에 누더기처럼 안전망을 두르고 치솟는 고층건물들이 많았다. 시안 외곽의 유명 관광지도 마찬가지였는데,  당나라 때 휴양지로 유명한 화청지 주변은 완전 공사판이었다. 어수선한 공사판이 끝나면 한결 좋은 환경의 관광지가 될 것 같다. 중국인들이 우리보다 잘하는 것은 고층건물도 정체성을 분명히 해서 많은 건물 위에 그들의 전통 건축양식을 올려놓아 멀리서 보아도 그들의 전통미가 아름답게 드러난다는 것이었다. 국적불명의 우리나라 대도시의 빌딩들보다도 한층 더 세련미가 있어 보였다. 그래야만 건물 자체 하나하나도 볼거리가 되고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넓은 차도를 셋으로 나눠 세 차선마다 프라타나스 가로수를 심었다. 키 큰 가로수들의 넓은 잎들이 하늘을 가려 보행자들이 시원한 그늘 속에서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왕복 두 개의 차선으로 구분된 우리의 차선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족 : 대륙인들의 쪼잔함에 유의해야 한다. 대륙의 호텔들은 그들이 제공하는 타월이나 침구류에 상당히 민감하다. 흰 목욕 타월이나 베갯잇에 염색약이나 색깔 있는 이물질이 묻었을 땐 엄청난 가격으로 보상하라는 건데,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모텔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들이 여기선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한다. 당하지 않으려면 사용하기 전에 한 번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별 것 아닌 것 때문에 여행 기분 잡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몇 해전, 백두산 아래에서 묵었을 때, 우리 일행이 흰 타월에 염색약이 살짝 묻었다고 새 타월 여러 개 값을 물은 적이 있었고, 가까운 지인이 청도 여행 시 호텔 측과 큰 실랑이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번 시안방문에서도 유사한 일을 당할 뻔했었다. 

 

  서안 호텔엔 냉장고가 없었다. 시원한 물 마시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식당에 가서도 맥주 한 컵이 기본 서비스였지만 냉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서안지방 사람들은 찬 물은 마시지 않나 보았다. 항상 따뜻한 녹차나, 아니면 실온 상태의 생수를 사서 마셨다. 어쩌면 여름철 건강을 위해서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서안 거리의 차도와 인도, 그리고 가로수

 

 상점 앞 석상도 수백 년은 되어 보였다. 땅만 파면 그저 유물이 나온다는데...

 

 서안 거리

 

 길거리의 표어

 

 종루 거리

 

 전통사찰 경내

 

 장안성문

 

 승용차에 붙은 주차위반 딱지

 

 서안 팔로군 사령부

 

 화청지 부근의 조형물

 

 공사 중인 화청궁 앞의 조각상 - 펜스 너머로 촬영했다. - 시안 주변에 있는 동상들은 모두가 역동적이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힘 있고 자신감 넘치는 우월적인 동상들이었다. 

 

 화청궁 정문

 

 화청지

 

 진시황릉

 

 병마용갱 내부

 

 재개발 중인 대흥선사 주변

 

 종루 거리 야경

 

  기원전에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다는 진나라, 그리고 초한대전에서 승리한 한나라, 수나라를 딛고 일어선 당나라의 수도였던 서안. 그야말로 찬란한 고대문명을 꽃피웠던 유적도시였다. 우리나라 역사의 신화시대인 진나라 유적들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져 보인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한나라의 고분들은 방치되다시피 들판의 흙더미처럼 깎이어 나간 채 풍화되고 있었고 천년 넘은 고찰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현재 인구 1200만이라는 서안은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살아 꿈틀거리는 도시였다. 아직까지 한 번도 외세의 침략을 받지 않았다는 그곳은 중국인들의 자긍심으로 남아 앞으로 거대한 대륙 중국을 움직이는 또 다른 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산 등정 1  (6) 2013.07.28
明淸시대 휘주시장 老街  (6) 2013.07.28
대흥선사  (1) 2012.08.14
흥경궁 공원  (2) 2012.08.14
한양릉  (3) 201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