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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서울 창의문

 지인 따라 청운동에 갔다가 풍악소리에 취해 쫓아간 곳이 바로 창의문이었다. 본디 자하문으로 불리다가 중종반정을 이룬 공신들이 자신들의 반정을 의로운 거사라 합리화하여 창의문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창의문 안쪽에 작은 무대를 마련하고 국악과 양악을 어우르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음악에 조예가 없어 잠시 관람하다가 문루로 올라가 숙정문까지 등산허가를 받으려 하니 오후 4시가 마감이라 불가하다고 한다. 인근 산속에 위치한 크고 작은 군부대와 초소들, 그리고 철조망... 청와대 부근 효자동에 깔린 무수한 경찰들이 안쓰럽다. 그 많은 인력들이 청와대 경호를 위해 그 고생을 해야 하니, 첨단 디지털 경비기기들이 즐비한 오늘의 현실에도 정복 입은 경찰들의 노고와 지출경비가 아깝다는 생각이고, 이승만시대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던 경찰들의 서슬에 본능적으로 오싹한 한기가 일어 등골이 서늘해진다. 청와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난번 선거 때 야당후보는 청와대를 광화문 앞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겠다고 했는데...

 

경복궁을 훼손하고 북악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앉은 일제 총독 관사였던 청와대가  꼭 그곳에서 공포감을 조성하며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주면서까지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1969년 북한 특수부대 124군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했던 김신조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차라리 대통령 경호가 그리 막중하다면 관악산 지하 벙커가 어떨는지...

 

 자하문은 1396년(태조 5) 서울 성곽을 쌓을 때 세운 사소문(四小門)의 하나로 창건되었다. 북한(北漢) ·양주(楊州) 방면으로 통하는 교통로였으나 1416년(태종 16) 풍수지리설을 주장하는 자들이 이곳의 통행이 왕조에 불리하다 하여 폐문(閉門)한 채 일반의 통행을 금지하다가 1506년 (중종 1)에 다시 열어놓았다.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 때는 능양군(陵陽君:인조)을 비롯한 의군(義軍)들이 이 문을 부수고 궁 안에 들어가 반정에 성공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이 문은 반정과 관계가 깊어 달리 보면 반역도의 문이기도 하겠다. 중종반정이야 연산군의 패륜과 학정 때문에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광해군을 내쫓고 인조를 세운 인조반정은 역적들의 성공한 쿠데타였다. 그 결과 병자호란의 참상을 겪게 되고 백성들은 참혹한 전란으로 죽거나 오랑캐들에게 끌려갔다. 국방도 튼튼히 하지 못하면서 쓰러져가는 明나라에 사대하고, 무서운 기세로 일어서는 신흥강국인 후금(淸)을 배척하다 그들의 말발굽에 온 나라가 짓밟혔다. 임진년에는 남쪽 왜적들에게 자근자근 씹히고, 병자년에는 북녘 오랑캐들에게 질끈질끈 밟히게 되니, 이 어찌 한심하고 대책 없는 위정자들이 아니던가. 백성들은 누굴 믿고 생업에 종사하며, 누굴 위해 나라에 세금을 바치며 굽실거리고 산단 말인가. 백성들에게 호통치며 가렴주구로 제 가문의 영달만을 꾀하던 조선의 정치가들이 한없이 우스워진다.  그들의 더러운 유전자가 없어지지도 않고 오늘에 이어지는지 군대도 기피한 정치가들이 전작권도 없이 미국에 빌붙어 게거품을 입에 물고 종북척결을 외치면서 안보를 운운하는 현대의 모습도 그때와 크게 달리 보이지 않는다. 

 

  창의문은 성밖의 지세가 지네를 닮았다 해서 문루 처마 아래 봉황조각대신 지네를 잡아먹는 닭의 형상을 조각해 붙였다고 한다. 문루(門樓)는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740년(영조 16) 다시 세우고 다락 안에 인조반정 공신들의 이름을 판에 새겨 걸었다. 1958년 크게 보수하였으며, 정면 4칸, 측면 2칸의 우진각 기와지붕으로 서울 사소문 중에서 유일하게 완전히 남아 있는 문이다.

 


문밖 부암동 쪽으로 북악산을 오르는 도로가 건설되었다. 도로 아래에서 올려다본 창의문

 

창의문 문안의 작은 음악회

 

  창의문 문루

 

  문밖 세검정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북한산 보현봉 , 청운동부터 저 산봉우리를 주변 사람들에게 숱하게 물어봤으나 아는 사람이 전무했다. 매일 보는 산봉우리 이름도 모르며 사는 무관심이란... 북한산에서 기(氣)가 제일 센 산봉우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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