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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운현궁

  고종이 어린 시절 살았었고, 석파 이하응이 살았던 운현궁. 조선 말기 우리나라 정치권력의 중심부였다. 현재 서울시에서 매입하여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말로만 들었던 운현궁을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왕궁만큼 웅장하진 않았으나 보통의 사대부 저택보다 위엄 있고 웅대하였다. 조선시대 건축물의 백미인 듯, 전통 기와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 어지럽게 난립한 고층 건물이 아니었다면 압권이었을 텐데, 볼품없이 수직으로 세워진 주변 건물 때문에 시계가 어지러웠다. 

 

  열강들의 식민지 침탈이 맹위를 떨칠 때, 독선과 아집으로 대응을 하지 못해, 자신의 영화마저 지키지 못하고 망국의 치욕만을 남긴 대원군과 그의 일족들... 국가와 백성들의 안위보다는 멀리 보지 못하고 자신과 일족의 영달만을 꾀했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까지 파멸의 나락으로 이끌고 말았다. 조선말기 왕가의 여자들이 끌어들인 친정세력의 권력 독점과 이에 맞섰던 대원군, 시아버지와 권력 투쟁에 몰두하며 민씨일가들의 세도정치를 이루었던 비운의 왕비.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일제에 야합했던 위정가들은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채, 일제와 싸움 한 번 하지도 못하고 나라를 송두리째 잃고 말았다. 그 결과 조선 팔도가 일제에게 철저히 유린되어 해방 이후 지금까지 그 흔적 지우기가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갈갈이 찢어진 조선 궁궐들을 겨우겨우 꿰맞추는 작업이 지금도 지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형적인 이런 노력보다 없어지지 않고 더욱 심화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친일 잔재들이 더 큰 문제이다. 과거 청산도 하지 못한 채, 비루한 제 선조들의 친일행적 지우기와 부와 권력에 대한 탐욕에 몰두하는 작태가, 조선말기 위정자들의 모습이 지금도 재현되고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우측이 노안당으로 들어가는 대문

 

  남쪽으로부터 첫 번째 건물인 노안당. 이곳은 대원군이 사랑채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그가 임오군란 당시 청에 납치되었다가 환국한 이후 민씨 척족의 세도 정치 아래에서 유배되다시피 은둔생활을 한 곳도 이 건물이고, 만년에 임종한 곳도 노안당의 큰방 뒤쪽에 있던 속방이었다. 노안당은 전형적인 한식 기와집으로 추녀 끝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노안당의 당호는 공자가 '老者를 安之하며'라고 한 글에서 인용한 것이라 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대원군인 석파 이하응을 위해 쓴 노안당 현판 

 

난을 그리고 있는 석파 이하응, 난을 치는데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는 석파 이하응, 대원군이 되기 이전엔 자신의 난그림을 당대의 세도가들에게 팔아 살림돈으로 썼다고도 한다.

 

 대비의 책봉문을 가지고 온 김좌근 상. 안동김씨의 대표적인 세도가였던 김좌근. 이하응이 파락호였던 시절에도 그를 돌봐준 인연으로 대원군 집권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벽에 걸려있는 족자는 추사 김정희 글씨 

 

노안당의 검소한 실내 장식

 

 두 번째 건물인 노락당.  노락당은 운현궁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로서 가족들의 회갑이나 잔치 등 큰 행사 때 주로 이용하였다.  고종 3년(1866) 3월 21일, 고종과 명성왕후의 가례도 이곳에서 치렀다고 한다.

 

노락당 안의 생활 모습. 명성황후가 부대부인 생신축하를 위해 세자를 데리고 운현궁을 방문한 상황을 밀랍인형으로 재현하였다.

 

노락당 뒷모습

 

세 번째 마지막 건물인 이로당

 

노락당으로부터 이어진 복도가 특이했다. 노안당과 이로당은 모두 이런 복도로 연결되며 그 중심이 노락당이다.

 

이로당 동쪽 측면

 

이로당 측면에서 바라본 노락당 뒷면

 

노락당과 이로당 외곽 담장, 광장에서 노락당으로 들어가는 대문

 

광장에서 바라본 노락당, 이로당 담장과 노안당으로 들어가는 대문. 관람동선은 노안당->노락당->이로당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와 운현궁을 관람한 후 인사동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 나절 관광거리로 풍족할 듯하다. 현재 운현궁 유물 전시관이 보수공사 중이라 아쉬웠다. 12월 20일 이후 개관예정이라니 차후에 다시 가볼 수밖에...

 

  운현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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