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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양삭 거리와 공연 풍경

  하루종일 비가 끊이지 않고 내렸다. 우산을 썼음에도 옷이 축축하게 젖어 한기가 스며들었다. 우리나라 7-80년대처럼 곳곳이 공사판이었다. 양삭은 계림 남쪽에 있는 도시이다. 산수의 아름다움은 계림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그러나 수려하다는 산수풍경도 공사 중인 크레인과 가림막, 공사 중장비들 때문에 빛이 바랜다는 느낌이었다. 모든 게 우중충한 가운데 길가에 무질서하게 세워진 상가의 보수용 버팀목까지 난립하고 있어서 그 사이를 헤집으며 번화가인 서가시장까지 걸었다. 비 때문인지 시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진열된 상품들은 만두, 두부 등 먹거리들과 잡화 중심이어서 눈으로 구경만 하며 시장 끝부분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마침 산수화 파는 가게가 있어 들어가 한참 구경을 했더니 주인이 급관심을 보였다. 구도가 좋고 보기 좋은 그림들은 값이 비쌌고 내가 보기에도 좀 모자란  것 같은 소품들은 헐했다. 몇 개 값을 물어보다가 밖으로 나오려니, 큰 소리로 등뒤에서 값을 마구 깎아내렸다. 어딜 가나 물건을 살 땐 떠날 때, 등 뒤의 소리를 듣고 사야 되나 보다. 한 점 정도 사둘 걸 그랬다. 

 

  시장으로 가는 길

 

시장 입구

 

거리 풍경

 

 저녁 식사 후 야외공연을 보러 갔다. 가이드 아가씨가 입에 침 마르도록  칭찬하던 거였는데, 꽤 이름난 장예모가 만들었다는 '인상 유삼저'였다. 중국엔 명소마다 이런 공연이 없는 곳이 없다. 내가 본 것만 해도 소주의 '송성가무', 서안의 '장한가' 휘주의 '휘운가무' 등등등... 중국여행 때마다 대부분 관람한 셈이어서 사실 별 흥미도 없었다. 이런 공연들은 대체로 스케일은 크고 무대 장식과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들은 그런대로 볼 만하지만, 그 내용은 그다지 신통하지 않은 무협영화 수준이라 이미 흥미를 잃었었다. 추적 주척 비까지 내려 마냥 을씨년스러웠다. 꼴랑 다섯 명의 여행객을 안내하는 동포 아가씨와 중국인 운전기사. 수없이 봐와서 별 특색도 없이 그저 그렇고 그런, 쇼핑센터에 가도 달랑 다섯 명이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것도 한두 번, 빈번하게 방문하는 강제 쇼핑은 정말로 끔찍스레 만망한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몇 개의 값비싼 옵션 중의 하나가 이 공연이었는데 비까지 내리는 탓에 흥이 나지 않았다. 여행내내 가이드 아가씨는 손해가 막심하다며 징징 우는 소리로 자신의 가련한 신세를 한탄했다.

 

  극장 입구, 현판에 '중국이강산수극장'이라 적었다.  

 

  공연장으로 가는 길, 왼쪽에 거대한 목조 세트장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하늘을 찌르는 대나무 숲들이 이어져 있었다. 

 

 공연장 후면, 공연장에서 나눠준 1회용 비닐 우비를 입고 들어갔다.

 

  공연 시작, 한국어 자막이나 음성은 지원되지 않았다. 중국어와 영어 안내 방송 뿐. 관객들은 대부분 한국인들 같았는데...

 

  깜깜했던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고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이강변의 수려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왔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공연장의 산수풍경에 관객들은 저마다의 탄성을 흘렸다. 참으로 멋진 자연이었다.

 

 배우들은 각자 횃불을 들고 작은 배로 이동하기도 하고, 물위의 다리 위로 이동하며 공연했다. 가이드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동작의 의미들을 유추하며 관람했는데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화려했지만 비때문인지 배우들의 동작들이 성의 없어 보였고 엉성했다. 그렇게 엉성한 연기들은 또 눈에 거슬렸다.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는 데다가 무대까지 멀어서 흥미가 점점 떨어져 갔다. 

 

 공연의 절정부분에서, 폭우가 내렸다. 그 덕에 주위의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갔다. 덕분에 우리는 우산을 쓰고 관람했다. 물 위의 조각달 위에서 무희가 춤을 추는 장면... 

 

  모든 조명이 꺼지고 물 위의 다리를 통해 배우들이 무대의 우측 먼 곳으로부터 앞으로 걸어 나오는데, 끝없이 꾸역꾸역 쏟아져 나왔다. 제발 그만 나와 공연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들의 인해전술은 그 끝이 없어 보였다.

 

  드디어 공연의 끝 부분. 여기에서 우리는 먼저 나왔다. 이 공연에 조금도 미련이 없어서인지, 공연에 대해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예모, 내가 보기엔 그는 희대의 사기꾼이다. 서안 화청궁에서 봤던 그의 '장한가'는 황당한 줄거리지만 무대 장치와 공연의 스케일에 조금 감동했었는데, '인상 유삼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가 머물었던 호텔앞 이강변. 이곳에서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 모두가 아름다운 산수화였다. 너무 아름다웠다.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

 

 양삭에서 계림으로 오는 산길, 길가의 풍경 하나...  비닐을 뒤집어쓴 낑깡나무 풍경마저 기이하며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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