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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城

가을 찬가, 죽주산성

 

 가을의 색깔은 오묘하다.

 가을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색깔은 무엇일까.

 산을 불태워버릴 듯 맹렬하게 번지는 단풍나무의 원초적 빨강, 참나무들이 내뿜는 주황, 태고적부터 살아왔다는 화석식물인 은행나무의 노랑 등 등...   형형색색이 서로 섞여, 이 가을을 수놓는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 산하를 금수강산이라 했나 보다. 내가 보기에는 비단에 수놓은 것보다도,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오묘한 색상들의 배합이 더 아름답다. 다시 말하면 미려한 금수강산이란 말보다도 우리의 가을 산천은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곳, 죽주산성에는 노랑색의 향연이었다. 산성에 서식하는 나무들의 주류는 낙엽송이었는데, 노랑 낙엽송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파랑 하늘빛과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허물어졌던 옛 성을 최근에 보수해서 구불구불한 산능선을 따라 성곽을 이뤘는데, 성곽은 새로 쪼아 쌓은 화강암의 날카로운 색감 때문에 고풍스러운 자연미를 잃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나그네는 파란 눈의 영국사람들과 가을쑥을 캐는 아낙네가 전부였을 정도로 인적이 뜸하기도 했다. 내국인들도 찾지 않고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곳을 낯선 이방인들이 산책한다는 것이 너무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들도 조악하게 보수한 산성의 아름다움보다는 눈부신 노란색에 가을을 제대로 느꼈을 성싶었다.   

 

 지자체마다 산성을 보수할 때, 고증을 제대로 거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벽쪽으로는 풍상에 빛바랜 화강암 자연석들을 제대로 쌓아 전통적 축성방법을 따랐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성곽들은 1960년대 못줄 대고 사방공사하듯 화강암 모서리를 정으로 쪼아 벽돌처럼 쌓아 올렸기에 산성을 마주할 때, 푸근한 마음이 사라지고 서리 맞은 정수리처럼 날카로운 화강암 모서리에 콧날이 시려온다.  반만년 우리 역사와 함께 고락을 함께해 온,   이끼 묻어 더욱 고색창연한, 우리의 산성들을 어쩌다 이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신생국처럼, 과거의 전통을 망각하고 실적내기에 급급한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우리 겨레와 고락을 함께해 온 산성들은 그 고난의 역사와 더불어 우리가 보존해야 할 전통 유산이기에 더욱더 고증에 힘써야 할 것이다. 온고지신으로 우리의 옛것들을 제대로 보전하여 우리의 자긍심을 스스로 높여야 할 일이다.   

 

 가을.

 눈 부신 이 계절은 시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아름다운 싯구들을 가슴에 안고 살듯 하다. 다만, 마음속에 품은 그 감동들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을 뿐이겠지...  

 조락의 계절, 서러움이 북바치도록 눈부신 이 가을에, 이토록 가슴 시린 아름다움 없이, 울창했던 수목들의 푸른 잎새들이 무채색으로 시들어 떨어져 버린다면, 아마도 우린 삭풍이 휘몰아치는 엄동설한에 꿈조차 꾸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시리도록 아름다운 가을이 있기에 우리는 겨울을 극복하며, 내년의 따스한 새봄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나 보다.  

 

 

 

 

 

 

 

몽고침략 때, 죽주산성 전투에서 승리한 송문주 장군 추모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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