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칼라바카 공중 수도원 메테오라

  어린 시절 봤던 영화 중 벼랑 위 요새에, 행글라이더를 타고 은밀하게 침투해서 공격하던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그곳이 칼라바카 메테오라가 아닌가 싶다. 테살로니키에서 간단하게 투어를 마치곤 이내 공중 수도원으로 유명한 메테오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휴게소에서 처음으로 그리스식 점심을 먹었다. 식사 전에 먹는 둥근 빵은 터어키와 같았고, 샐러드, 돼지고기 완자와 감자가 나왔는데, 입맛에 맞아 한 접시를 모두 비웠다. 이스탄불에서 테살로니키로 오는 도중 간단한 기내식으로 아침을 해결한 탓에, 휴게소 식당에서 그리스식 점심을 배불리 먹어 포만감이 몰려왔다. 오랜 비행과 달라진 시차, 포만감으로 온몸이 노곤하여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졌으나, 차창밖 이국의 색다른 풍경을 보는 재미에 차마 눈을 감고 잘 수 없었다.

 

  메테오라로 가는 도중 차창밖으로 눈 덮힌 올림푸스 산을 보았다. 신들이 살았다는 곳, 신화 속 올림푸스 산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비록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것이었지만 환상적이었다. 그리스 북쪽 산들은 대체로 척박했다. 사막 같은 바위산에 풀뿌리 같은 작은 나무들이 성글게 자라고 있었다. 그런 산 밑에 축사를 짓고 염소나 양들을 키우는 곳이 이따금 눈에 띄었다.   

 

  메테오라 수도원은 9세기 무렵부터 수도사들의 은둔 생활로 시작되었다. 비잔틴 제국의 그리스 정교회 양식으로 수도원을 짓고 생활하기 시작했는데 14세기 경에 그 전성기를 이루었단다. 칼라바카 지역의 벼랑 바위 위 공중에 떠있는 수도원은 6개인데 4곳은 수도사들이, 2곳은 수녀님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성 스테펜 수녀원이었다. 차창 밖으로 수십 길의 칼라바카 벼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는 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벼랑을 우회하여, 산 등성이 길로 굽이굽이 스테펜 수녀원 뒤쪽으로 접근해 들어갔다. 성 스테펜 수녀원은 산과 벼랑이 작은 다리로 이어져 뒤쪽에서는 그리 놀랍지 않았으나 북쪽을 제외한 삼면이 벼랑이어서, 수녀원 안에서보다, 수녀원 밖 먼 곳에서야 그 절경을 볼 수 있었다. 

 

  테살로키니에서 칼라바카 메테오라로 가는 중간 휴게소

 

  차창밖으로 바라보이는 올림푸스 산

 

  그리스의 들과 척박한 산

 

  메테오라의 성 스테펜 수녀원, 높은 벼랑을 우회해서 수녀원 북쪽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 들어갈 수 있다. 

 

  수녀원으로 들어가는 벽에 붙은 성화

 

  수녀원 안은 촬영할 수 없다. 수녀원 교회당은 세 개의 방과 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탄생과 죽음(십자가), 부활의 방이다. 성 스테펜 수녀원엔 20여 명의 수녀님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교회당의 구조처럼 탄생과 결혼 죽음이 그리스 정교를 믿는 대부분 그리스인들의 삶이기도 하며, 이들은 죽은 후 절대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가이드는 전했다.

 

   벼랑 바위 위 수녀원 앞 마당

 

  멀리서 바라보는 벼랑 위 성 스테펜 수녀원

 

  이웃의 홀리 트리니 수도원

 

  성 스테펜 수녀원을 떠나 산길을 돌아 메테오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길

 

  전망대 앞 벼랑 바위

 

  전망대에서 마을 방향으로 이동하던 길가에서 바라본 공중 수도원   

 

  차창밖 풍경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탓으로 새벽 3시에 깨어 잠을 자지 못했다. 핸드폰을 켜고 뉴스들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침 식사 후 여유시간이 있어서 카메라를 둘러메고 성 스테펜 수녀원 벼랑 아랫마을까지 걸어갔다. 마을 뒤 험준한 벼랑 바위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이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이따금 들개들이 따라왔으나 터어키 개들처럼 온순해서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서 키우는 개들이 아마도 밥값을 하려는 듯 이방인의 발소리에 사납게 짖었다. 부모와 함께 초등학교에 등교하던 인형 같은 그리스 어린이들이 검은 머리 동양인이 신기한 듯, 흘끔거렸다.     

 

  메테오라 - 그리스 테살리아 지방 트리칼라 주의 뾰족 바위들 꼭대기에 있는 수도원 집단. 그리스 중부 칼라바카의 북쪽에 있다. 산맥의 2개 암괴가 뾰족 바위들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위에 12~16세기에 은둔 수도원들이 지어졌다. 16세기 당시에는 16개 수도원이 있었는데 출입은 밧줄과 그물을 이용했지만 현재는 다리나 계단을 이용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많이 파손되었지만 1960년대에 복원되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많은 수도자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 <다음 백과>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림픽의 성지 올림피아  (2) 2019.03.09
세상의 중심 신탁의 성지 델피  (2) 2019.03.08
마케도니아 테살로니키  (4) 2019.03.07
비엔티엔-2  (1) 2018.02.16
방비앵의 소소한 풍경들  (1) 2018.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