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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헌인릉

 오랜만에 들린 헌인릉, 지난여름 별생각 없이 이곳을 찾았었는데, 공교롭게도 월요일어서 헛걸음했었다. 깊어가는 가을날, 날씨는 왜 이리 청승맞게 연일 우중충한지, 오전에 맑았던 날씨조차 비라도 뿌릴 듯, 잔뜩 찌푸려 있었다. 나뭇잎은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들을 하늘로 뻗어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헌인릉은 이복동생들과 자신을 도와 왕권쟁취를 도왔던 처남들마저 무참하게 죽이고, 조선의 기틀을 바로 세우고자 했던 조선조 3대 임금 태종 이방원의 헌릉과 정조의 아들로 외척들의 세도정치를 막지 못하고 조선 왕조의 몰락을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23대 순조의 인릉이다.

 

  왕조의 흥망이 유수하고, 현대화되어 시멘트 철근 건물들이 하늘을 찌르는 요즈음, 도시의 변두리에서 비닐하우스 화원 농장이 즐비한 산자락에 헌인릉은 다소 생뚱맞아 보였다. 더구나 인릉 왼쪽으로 국정원 건물들이 가득 차있어서,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이고 보니 살벌한 기운이 엄습하는 듯하기도 하고... 여름이었다면, 주변의 건물들과 비닐하우스들이 숲에 가려 아늑한 분위기를 보였을 텐데...  앙상한 나뭇사이로 드러나는 변두리 풍경이 왕릉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날궂은 날이라서인지 철 모르는 산책꾼 몇 명만이 조용한 이 산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었다. 나 역시 그중 하나가 되어 인적 드문 왕릉길을 소소히 걸었다. 애시당초 이곳에서 두어 시간을 보내리라 마음먹었다가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분위기 때문에 3-40분 만에 일정을 끝내고 말았다. 하늘을 찔렀던 태종의 추상같은 기상이 눈에 선하다. '용의 눈물' 같은 역사 드라마에 너무 빠졌던 탓이리라 자책도 해봤지만 골육상쟁 끝에 세운 왕권 덕에, 아들 이도를 왕위에 올렸는데, 세종대왕 이도는 훈민정음을 창제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새문화 기틀을 창조해 내었다.    

 

  태종, 이 방원. 인간의 정을 끊어내고, 왕권에 집착했으나, 기나긴 역사의 흐름으로 본다면, 그의 모질었던 성정이 조선을 만들고, 이 나라의 기틀을 닦았으리라 생각해 보며, 질척거리는 왕릉길을 빠져나왔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23대 순조의 인릉(순조와 순원왕후의 합장릉)

 

인릉의 오른쪽으로 능 위로 오르는 계단길이 있었다.

 

인릉 앞의 석물

 

인릉의 정자각과 비각

 

조선조 제 3대 태종 이방원의 헌릉

 

헌릉의 정자각과 비각, 그리고 그 위로 태종릉과 원경왕후 민씨의 릉 

 

정자각

 

비각 안의 신도비(전란에 훼손된 왼쪽과 숙종 때 새로 세운 오른쪽의 신도비)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  봉분 가까이에서 바라본 전경

 

헌인릉 입구의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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