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대청호 청남대

  한글날, 날씨가 좋았다. 하늘엔 새털구름이 깔렸다. 그동안 몇 번 가보려다 포기했던 청남대에 갔다. 문의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해서 대청호의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며 가을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 마스크를 쓰고 발열 체크까지 하고 입장했지만,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풍광 좋은 대청 호숫가에 자리 잡은 대통령 별장 청남대는 주변에 철망 울타리와 원형 철조망을 올려놓아 철책선을 방불케 하여 아름다운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권력의 서슬이 시퍼렇던 전두환 폭정 시절, 민생과 관계없이 국민의 세금으로 호화롭게 지어진 청남대 경내를 거닐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말 나쁘단 생각이 들었다.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여 안보타령과 정쟁으로 긴장감을 불어넣고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호사하는 무리들이다. 대통령이랍시고 철조망을 둘러치고 일반인은 접근도 못하게 하곤 경치 좋은 곳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별장을 지어 놓고, 수영장 골프장 헬기장을 만들어 틈틈이 찾아와서 즐기고 가던 곳이라 생각하니, 먹고살기 힘들어 민생고에 지치면서 각종 세금을 피 빨리듯 빨려가며, 찌든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이 불쌍하다. 

 

  金樽美酒 千人血 이요, 玉盤佳肴 萬姓膏라. 燭淚落時 民淚落이요, 歌聲高處 怨聲高라."라고 시대를 질타했던 춘향전의 이몽룡의 시가 떠올랐다. "금잔의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고름이라. 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도다."  부패한 조선시대, 소설 속의 싯구절이 오늘날에도 공감을 울리는 것은 이 땅의 정치가들이 부패한 까닭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제 재산을 불리는가 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제 자녀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 부귀한 신분을 세습시킨다. 그러나, 서민들은 권력 없고 돈 없어 재산도 늘리지 못하고 하루살이 인생으로 살아간다. 제 자식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아르바이트 근로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혜택은 없고 의무만 짊어진 서민들의 눈에서는 피고름 같은 눈물만 떨어질 뿐이다. 부모 찬스 없는 청년들은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잡일 알바로 시들어 가니 혼기도 놓치고 경제적으로 희망이 없어 절망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는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무도한 전두환이 만든 이 별장에서 그를 질타하며 감옥에 보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들도 이곳에서 대통령으로서 특권의식을 만끽하며 한 때의 망중한을 즐겼을 것이다. 아름다운 호반 위에 지은 별장을 국민들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한 노무현 대통령이 그나마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괜찮은 대통령이었던 것 같다. 

 

   청남대 경내 대청호 구비마다 이름지어진 대통령 길을 따라 굽이굽이 호수를 보며, 동산의 언덕을 넘어가며 걷고 걸었다. 조그만 땅뙈기 하나 없이 한평생 살아온 인생이 서글프다. 언감생심 내 처지를 감히 대통령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이 땅의 정치가들이 정쟁을 멈추고 사리사욕을 떠나 진정한 마음으로 백성들을 섬기는 사람들이 되기를 희망해 보았다. 

 

 

 

  청남대 안내도가 있는 입구

 

코로나 예방을 위한 발열체크 검사 후 경내로 들어갔다.

 

대통령 기념관(별관) 위 옥상, 하늘 정원으로 가는 계단

 

이른바 하늘정원

 

본격적인 관람 코스로 들어가는 길목, 이곳에서 직진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아 호수가를 걸어갔다.

 

보통 사람 노태우, 전두환과 12 12구테다를 일으킨 주역이었으나 그나마 순정이 있어 보였던 대통령, 요즘 병고에 시달린다던데... 회복되길 바래 본다.

 

 

호숫가 한 구비 동산 너머에 있는 대통령 기념관. 실내는 들어갈 수 없었다.

 

기념관 앞 양어장과 언덕 위 전망대

 

기념관 오른 쪽 귀퉁이에 서있는 우남 동상, 그는 자신의 권력획득을 위하여 친일파와 손잡고 자유당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독재로 시작한 흑역사의 창조자였다.

 

4 19혁명 뒤, 수립한 내각책임제, 제2 공화국 시대 윤보선 대통령, 516 군사 쿠데타로 비운의 대통령이 되었다. 1960년 8월 12일 민의원·참의원 합동회의에서 대통령에 윤보선, 국무총리에 장면이 선출되어 1961년 5 16까지 9 개월 정도 집권했었다.

 

1961년 516 쿠테타로 집권하면서 1979년 10 26까지 장장 18년 동안이나 헌법을 농락하며 무소불위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 낮에는 사이다를 탄 막걸리를 먹고, 밤에는 딸 같은 연예인들을 끼고 시바스 리갈을 즐겼던 이중인격자였다. 

 

1979년 박정희 사망 후, 12 12 쿠테타로 막강한 권력으로, 백성들을 숨도 못 쉬게 억눌렀던 철권 통치자, 백담사 도피생활도 잊은 채, 치매환자 행세하는 요즘엔 뻔뻔함이 하늘을 찌른다. 이곳 청남대를 만든 주인공 

 

대통령 기념관 맞은 편 동산에 있는 봉황 숲 전망대

 

청남대 본관으로 가는 구비에 있는 오각정

 

드디어 청남대 본관

 

본관 앞에 있는 헬기장, 봉황 조각이 헬기를 대신하고 있었다.

 

본관 철대문의 봉황 조각, 조지훈 선생의 '봉황수'가 생각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슬픈 표상이다. 왜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벌레먹은 두리기둥, 빛 낡은 단청(丹靑), 풍경 소리 날러간 추녀 끝에는 산새도 비둘기도 둥주리를 마구 쳤다. 큰 나라 섬기다 거미줄 친 옥좌(玉座) 위엔 여의주(如意珠) 희롱하는 쌍룡(雙龍) 대신에 두 마리 봉황(鳳凰)새를 틀어 올렸다. 어느 땐들 봉황이 울었으랴만 푸르른 하늘 밑 추석(甃石)을 밟고 가는 나의 그림자. 패옥(佩玉) 소리도 없었다. 품석(品石) 옆에서 정일품(正一品), 종구품(從九品) 어느 줄에도 나의 몸 둘 곳은 바이 없었다. 눈물이 속된 줄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九泉)에 호곡(呼哭)하리라."

 

어울림 마당, 사자놀이 공연이 한창이었는데, 코로나 시대 너무 위험해 보여 스치듯 지나쳤다.

 

낙우송과 골프장

 

행운의 샘

 

족욕 체험관

 

막강한 권력을 내던지고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이웃집 아저씨 같았던 노무현 대통령.

 

초가정

 

초가정에서 언덕길을 오르고 올라 찾아간 출렁다리, 대단한 줄 알고 갔다가 대실망했다. 우리 동네 뒷산 출렁다리만도 규모가 작았다.

 

골프장 잔디밭 위에 세워진 위인들의 동상

 

하늘정원 방향으로 나가는 길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산 선샤인랜드  (0) 2020.11.22
대청호 오백리길, 대청댐  (4) 2020.10.24
공세리 성당  (1) 2020.08.31
삽교호 공원  (1) 2020.08.30
양평 세미원과 두물머리  (1)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