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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부여 낙화암과 고란사

  궁남지의 연꽃에 미련이 남아 인근 부소산성에 올랐다. 여름 더위가 시작되어 더운 날씨였으나, 부소산 숲길은 울창한 나무 그늘길이어서 시원하고 상큼했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사자루 가는 삼거리 광장에 밴드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추어 밴드에 사람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하는 것이었는데, 노래라기보다 소음에 가까웠다. 귀청을 찢는 듯한 밴드와 노랫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숲길을 걸어 밴드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낙화암이 있는 백화정에서 산 아래 유유히 흐르는 백마강을 굽어보며, 한 때를 보냈다. 그리고 그 아래, 백마강변에 있는 고란사에 들렸다. 옛날 70년대 고란사 옆에 백마산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하룻밤을 자며, 깜깜한 밤에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별무리들을 보곤 너무 아름다워 밤잠을 설친 적이 있었다. 그 백마산장은 흔적조차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낙화암에서 고란사까지 가파른 내리막 계단길이어서, 다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더위를 핑계 삼아 그 아래 선착장으로 내려가 구드래까지 유람선을 타고 갔다. 백마강을 따라 내려가며, 강에서 바라보는 부소산과 낙화암은 또 다른 풍경이었다. 유람선 스피커에서는 '꿈꾸는 백마강'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린 시절 부여로 들어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었다. 유람선에서 듣는 노래는 같은 노래임에도 들뜬 기분 탓이기도 했겠지만 감동 없이 소음처럼 강바람에 날려 갔다. 

 

  낙화암에서 나당 연합군을 피해 삼천궁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망국 백제의 슬픔을 과장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의자왕의 방탕함을 비방하기 위한 것일까. 터무니없는 삼천궁녀 이야기에 쓴웃음이 나온다.  의자왕은 나당 연합군을 피해 공산성으로 피신했다가, 오히려 신하였던 공산성 성주에게 사로잡혀, 사비왕궁으로 되돌아와 소정방에게 항복하고, 머나먼 당나라로 끌려가 이국타향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부소산성 서쪽 출입구, 입장료는 성인 기준 2000원, 부여군민은 무료.

 

숲길을 돌아 올라, 사자루 아래에 있는, 망국의 백제 궁녀들이 투신했다는 낙화암 위에 세운 정자인 백화정 안내문. 

 

낙화암 아래 무심한 백마강엔 유람선이 흐르고 있었다.

 

  낙화암 아래 백마강변에 있는 고란사 안내문

 

고란사 영종각, 종을 치고 싶은 사람은 자유로이 종을 칠 수 있다.

 

법당 뒤에 있는 고란정

 

고란정 안 고란초가 서식하는 우물

 

고란사 아래 선착장, 구드래 선착장까지 유람선을 운행한다. 편도 5000원. 선착장은 옛날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부소산성을 공격할 때 백마로 용을 낚았다는 설화가 있는 조룡대이기도 하다.

 

  백마강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선착장과 부소산 전경

 

  부소산 낙화암

 

구드래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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