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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화성 융건릉과 정조 효공원

  요사이 며칠 동안 그야말로 북풍한설이 극성이다. 어렸을 때 주기적으로 순환되던 삼한사온이 생각난다. 추운 날이면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양지녘 벽에 붙어 햇빛바라기를 하곤 했다. 그 시절 손등은 왜 그리 거미줄처럼 갈라지도 터졌는지. 손 튼 데는 안티푸리민이 특효였지만, 그것도 귀해서 터진 틈으로 피딱지가 엉겨 붙어도 참으며 하릴없이 한 겨울을 넘겼다. 삼한사온이 없어진 지 오래된 오늘, 차가운 북풍이 얼굴에 부딪치니 새봄의 훈풍이 더욱 그립다. 날씨가 추운 탓에 하늘이 푸르렀다.

  푸른 하늘 덕에 햇볕이 좋아 모처럼 바깥나들이로 오랜만에 융건릉을 찾았다. 몇 년 사이 주변 풍경이 많이 변했다. 용주사와 왕릉 사이에 있던 푸른 초원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흉하게 함석 울타리를 두르더니, 그 울타리가 없어지고 공원이 들어섰다. 융건릉 숲과 멀리 떨어진 곳에 아파트들이 삐죽하게 들어섰는데 다행스럽게도 융건릉 숲이 흐르는 스카이 라인을 넘지 않았다. 융건릉 주변에서 옛 시절 수원 고읍성의 유적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곳도 고층 아파트로 난개발을 이루었을 것이었다.   

  김포에 있는 장릉(인조의 생부 정원군의 묘, 후에 원종으로 추존) 앞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기의 조선 왕릉이 탈락될 위기에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조선 왕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유교 문화권 장례 전통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이룬 독특한 사례로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장릉 앞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는 이 같은 유산의 경관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었었다. 장릉에 이어 융건릉도 그 꼴이 나지 않을까 염려했었는데, 천만다행이다 싶다. 후손들의 탐욕이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바뀌는 정권마다 그린벨트를 줄여가며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삼가야 할 일이다.

  융건릉 입구 주차장도 아담한 돌담을 두르는 등, 왕릉과 어울리게 단장을 해서 보기에 좋았다. 단지 흠이라면 인근 수원공군비행장에서 이착륙하며 기동훈련하는 전투기들의 굉음이 가끔씩 하늘을 찢곤 했다. 40년 넘어 폐기 직전의 F 5와 F 4 팬텀기라 보기에 민망하다. 이따끔 추락하는 낡은 전투기를 빨리 교체해야 젊은 조종사들이 안전하고 전투력이 향상될 텐데 말이다. FA 50 수출을 많이 한다고 자랑만 하지 말고 우리 군의 장비들을 하루빨리 현대화하는 것이 급선무겠다.

  또한, 도심지에 있는 공군 비행장 이전 계획이 수립된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부지 선정을 놓고 지자치제 간에 시시비비 하는 걸 보면 언제 이전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자체 간 갈등에 천하의 명당이라고 모신 화산의 사도세자와 정조대왕이 편안하게 영면하시지 못하겠다. 전투기가 이륙하면 수원 상공만 수호하는 것도 아니며, 수원시와 화성시의 하늘의 경계가 두부 자르듯 딱 잘라 그어진 것도 아니다. 더구나 비행장이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에 있는 만큼,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입구의 융건릉 종합 안내도

 

전시물

 

입구에 있는 융건릉 재실

 

융릉으로 가는 숲길

 

융릉으로 건너는 돌다리

 

돌다리 건너 왼쪽의 곤신지(坤申池). 융릉에서 바라보는 첫 연못으로 용의 여의주 형상이라고 한다. 

 

홍살문 안 융건릉- 왼편부터 수라간, 정자각, 융릉, 오른쪽 끝은 비각이다.

 

사도세자(장조대왕으로 추존)와 혜경궁 홍씨의 비각

 

정자각

 

굉음을 내며 융건릉 상공을 선회하면서 착륙하려는 F 5 전투기

 

출구로 나가는 숲길 - 날씨가 추워 정조대왕의 묘소인 건릉은 다음으로 미루고 밖으로 나왔다. 

 

융건릉 밖, 새로 조성된 정조효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