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들렸던 오산 궐리사를 녹음기에 재방문했다. 궐리사는 논산시 노성 궐리사와 함께 우리나라 제 2대 궐리사 중 하나로서 1792년 정조(16)에 창건되어 사액 되었으며 대성 공자를 봉안하고 있다. 오산 궐리사는 상시 개방을 하여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살아있는 교육현장이 되고 있으나, 논산 노성면에 있는 궐리사는 사유재산이라며 상시개방을 하지 않고 지역 행사 때 지역 유림들이 모여 제향을 받드는 폐쇄된 공간이다.
이곳은 공자의 64세손인 공서린(중종때 도승지, 경기 황해감사, 대사헌 등 역임)선생이 낙향하여 서재를 짓고 서재 아래 은행나무를 심은 후 북을 걸고 두드려 제자들의 학업을 독려하며, 여생을 보내던 곳이다. 선생 별세후 자연 폐허가 되고 은행나무 역시 말라 주었다. 200여 년이 지난 무렵, 정조대왕이 인근 화산에 사도세자의 묘소를 이장한 후, 이곳에 들려 왕명으로 공자의 고향 산동성 곡부현의 궐리 이름을 차용하여 이곳을 궐리로 이름짓고 공자의 사당을 짓고 '궐리사'란 현판을 하사하였다. 이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거되었다가, 1981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하였다.
예전에 보았던 궐리사 사무실은 여전히 기와 없는 지붕으로 비닐을 뒤집어쓴 채, 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궐리사 앞 홍살문과 정문, 홍살문과 정문이 붙어 있어서 정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조대왕의 어필인 '궐리사' 현판
정문 오른쪽에 세운 궐리사 재건공적비
공자 사당 '성묘'로 들어가는 문,
공자를 기리는 사당, 같은 공자를 모시는 사당이라도 향교에서는 '대성전'이라 부른다.
사당 왼 편의 향나무, 오산시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나무란다. 내 보기엔 글쎄다... 나무 받침목들이 너무 성의 없어 보였다.
사당 왼편에 있는 공자의 석상, 1993년 공자의 고향 중국 곡부현에서 기증했다고 한다.
공자 석상으로 들어가는 문, 성묘문과 동일한 형태로 지어 세웠다.
아직까지 기와없이 비닐을 이고 있는 사무실, 오산시의 재정이 궁핍해 보인다. 일부러 저러진 않을 텐데...
강당인 행단, 공자의 말씀을 가르치는
공자문화전시관, 닫혀 있어서 내부관람을 할 수 없다.
공서린이 심었다는 은행나무, 공서린이 죽자 함께 고사했다가 200년 후 되살아났다는 전설이 있다.
문헌공 공서린 유허비
공서린의 시를 돌에 새긴 시비
무성한 은행나무와 그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돌연 굉음을 내며 낮게 떠서 북쪽으로 날아가는 F-16 전투기 편대
뒤따르는 F-15 전투기들, 세상이 어수선하니 전투기만 봐도 가슴이 섬찟하다.
오산 궐리사의 유래
오산 궐리사는 본디 공자의 후손인 조선의 문신 공서린이 지은 후학들을 가르치던 서재였다. 공서린은 중종 때의 학자로 1519년(중종 14년) 문과에 급제하여 좌승지로 지내던 중 기묘사화를 맞아 15년의 옥고를 치루었다. 그 후 낙향하여 서재를 세우고 뜰아래 은행나무를 심은 후, 그 위에 북을 매달고 후학들의 권학을 장려하며 그들을 가르쳤다. 이후 1538년(중종 33년)년 중종의 부름을 받아 경기도와 황해도의 감사를 거쳐 대사헌에 발탁되었으나, 3년 후인 1541년(중종 36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은행나무도 말라죽었다.
은행나무가 고사한 지 200여 년 후, 정조대왕이 화산(花山)에서 남쪽 멀리 바라보니 많은 새들이 슬피 울며 모여들므로 괴이하게 여겨 그곳에 행차해 보니, 죽었던 늙은 은행나무에 싹이 트고 있었다. 이에 정조는 1792년(정조 16) 가을 경기감사에게 명하여 이곳에 사당을 짓게 하고, 이곳의 지명을 공자가 살던 노나라의 곡부(曲阜)의 궐리로 고쳐지었으며, 공자의 영정을 봉안하게 하고 ‘闕里祠’라고 부르고 대왕의 친필로 궐리사 현판을 하사했다.
현재 솟을삼문 주위로 사고석담[四塊石墻 : 돌담]이 둘러 있고, 사당이 있으며, 입구에 하마비(下馬碑)가 있다. 삼문에는 ‘聖廟(성묘)’라는 현판이 있다. 고종 때 서원 철폐로 인해 철거되었으나, 1900년에 다시 지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4년 4월 20일에는 '오산시궐리사'라는 명칭으로 경기도의 기념물 제147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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