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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켈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공원에 가기 위해서 새벽 4시 15분에 호텔에서 출발했다. 깜깜한 새벽길을 달리면서 가이드는 한국식 패키지여행의 무리한 스케줄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둘러보는 것이 여행이고 힐링인데, 한국 여행사들은 경쟁적으로 살인적 스케줄의 상품들을 내놓기 때문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한국 여행사들의 타이트한 스케줄은 중국 여행사들조차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벌써 자유여행으로 돌아섰고, 버스를 애용하는 유럽인들은 넉넉하게 일조시간에 맞춰 여유 있는 여행을 하고 있단다. 금년 하반기부터 버스에 운행기록 저장장치(타코메타)가 장착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자연 안전운행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어 현재처럼 별 보며 다니는 여행 프로그램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8시간의 시차에 적응되지 못해 호텔에선 뜬 눈으로 밤새우고, 달리는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며 다니는데, 샛별 보고 나와서 저녁달 보며 숙소에 들어가니, 북녘의 천리마 운동도 아니고 제대로 된 여행이라 할 수 없겠다. 버스를 타고 네다섯 시간을 어렵게 달려갔다가, 정작 목적지에선 기껏 한 시간여 둘러보며 사진 찍고 돌아서는 것이, 패키지여행의 정석이다 보니 항상 쫓기듯 움직이는 게 다반사이다. 다행히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엔 쇼핑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의 경우엔 가이드 주머니 걱정까지 해가며 관광보다 쇼핑시간이 더 긴 경우가 허다하니 본말이 뒤집어진 꼴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패키지 여행을 선호한다. 자유여행일 때는 한 없이 걷고 기다리고 찾다가 지쳐버린다. 패키지의 경우엔 적은 경비에 여행지에 대한 사전 지식 없어도 먹고 자고 보는 걱정이 전혀 없어 편하기 이를 데 없다. 다만, 불량한 가이드를 만나면,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두 시간 이상 달려, 아침 햇살이 퍼졌을 무렵 한국식당에 들러 시원한 북어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끝없이 이어진 길가 초지에는 소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는데, 우사도 없이 그저 방목해서 2년가량 키운단다. 출하 3~4달 전에 집하장으로 보내 사료를 먹여 육질을 바꾼 뒤, 시장에 나간다고 한다.  

 

  70년대 우리 청년 시절에 남진의 노래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들이 띄엄띄엄 나타났다.

 

  요세미티 공원 입구

 

  작은 터널을 지나자, 공원의 거대한 바위산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여름에도 녹지 않는 빙하와 수천 길의 암벽과 그 암벽을 타고 거대한 폭포들이 이마 위에 내려쬐는 햇살 속에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막 지나온 터널과 주차장

 

  차장으로 보이는 요세미티를 대표하는 삼단 폭포, 겨우내 내린 눈이 녹아 흐르기 때문에 지금 이때가 수량이 제일 많아 볼만하다고 한다. 7-8월이 지나면 갈수기라 볼품이 없어진단다.

 

  폭포를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려 폭포로 다가 갔다.

 

  폭포 근처 응달에 아직 녹지 않은 눈...

 

  폭포 아래 개울을 건너는 나무다리를 건너려 했으나, 골짜기를 타고 뿌리는 폭포의 물보라가 어찌나 거센지, 눈 뜨고 마주 바라보기조차 힘들었다.

 

  되돌아가는 길

 

  맞은편 면사포 폭포, 물보라가 날려 신부의 면사포 같대서 붙여진 이름...

 

 거대한 요세미티의 호연지기를 맛볼 사이도 없이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다섯 시간 넘게 달려와 깊은 골짜기 폭포 하나 달랑 바라보고 가는 심정이 아쉽다. 이곳저곳 소요하며 거대한 자연을 음미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마음 같아선 이곳에서 며칠간 야영하며 노닐고 싶지만, 무정하게도 버스는 협곡의 좁은 길을 헤치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