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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풍기 금선정과 금양정사

  햇살이 좋아 햇살 때문에 금선정을 찾아갔다. 친구들과 안동 가는 길이었는데, 햇살이 좋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명승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 이름 없는 시골 마을 작은 골짜기 정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 가을에 왔을 때, 금선정은 풍상에 씻긴 그대로 고색창연한 모습이었는데, 아뿔사 그 사이 전면 보수를 해서 낯선 모습으로 서있었다. 정자를 에워싼 담과 축대도 새 돌로 쌓았고, 정자 지붕에 기와도 새것으로 바꿔 덮었다. 마치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고택을 찾아왔는데,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들을 벗겨내고 새로 지은 신축건물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모처럼 마음 크게 먹은 방문이었는데 그동안의 기대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새로 주변을 정비했기 때문에 너무 낯설어 보였다. 주변에 그득하던 야생화도 찾아볼 수 없어서 실망감이 컸으나, 함께 온 친구들이 좋아해서 다소나마 위로가 되었다. 

 

  계양정

 

  금선정

 

  정자 안, 돌에 새긴 금계 황준량의 詩 '유금선대'

 

  금선정을 보고난 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양정사를 찾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을 위치를 몰라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비탈이 심해 갈 '지(之)'자 꺾인 가파른 길이 매우 위태로웠다. 금양정사는 16세기 중엽 유학자인 금계(錦溪) 황준량(黃俊良 1517~1563)이 학문을 닦으려 지었으나, 이 집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다. 황준량은 이황이 행장(行狀)을 지을 정도로 아끼는 문인이었다. 450여 년 옛집이라 낡고 퇴락했으나, 한옥 특유의 선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지금은 금계 황준량의 후손이 사는 듯, 살림을 살고 있어서 이곳저곳 살펴보는 것이 몹시 조심스러웠다. 지방 사림과 사대부 건축 유형을 잘 보여주는 옛집으로 화려하지 않으나 나름 멋을 부려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집이었다.

 

  금양정사 오른편 앞에 있는 퇴계 이황 선생과 금계 황준량을 모신 욱양단

 

  살림집과 금양정사

 

  안채의 대청마루엔 '영월헌'이란 현판을 달았다. 산 중턱이라 달을 바라보며 맞이하는 풍취가 그윽했을 법하다.

 

  금양정사, 안채와 독립된 별채로 방보다 더 큰 마루가 시원해 보인다.  뒤로는 소나무 우거진 숲을 등지고 앞으로는 햇살과 달빛을 흠뻑 받을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이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낡고 퇴락했으나, 선비의 학문수양 공간으로 아름다운 곡선이 멋들어진 사각 기와지붕 옛집이었다.   

https://fallsfog.tistory.com/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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