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서너 번 들렸던 갑사. 절 중에 으뜸이라 '甲寺'라 한다고 하지만, 내 보기엔 으뜸이 될 만한 사찰은 아니다. 갑사보다 수려하고 고풍스런 가람들이 많은 터에, 으뜸이란 말은 과유불급이다. 때마침 일요일이라 코로나 사태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정리되지 않은 개천변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주차료는 3000 원을 받았는데, 여기 절들은 주차료가 일정치 않았다. 같은 공주 권역인 마곡사는 잘 정비된 주차장임에도 무료였고, 대전권역이지만 봉우리 하나 넘어 동학사는 4000원을 받으니, 중구난방이다. 계룡산이 국립공원이라 하나,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데, 그를 핑게삼아 상술을 부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입구에 즐비한 식당가를 지나, 인적이 없는 옛길로 걸어 올라갔다. 호젓한 산길이 그리 정겨울 수 없었다. 그 덕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갑사의 당간지주와 본디 통일신라 시대 창건 당시 대웅전 자리였었다는 대적암도 관람할 수 있었다. 코스모스와 구절초,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진 옛길이 포장도로보다 곱절은 나았다. 갑사 법당 안에 모신 부처님들이 보물이 되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본전에 모신 부처님들의 상호를 유심히 보았으나, 속세의 필부가 어찌 국가보물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황금칠로 단장하신 부처님들 모습에 오히려 감동이 반감되는 것 같았다. 닭벼슬 같이 생긴 계룡산 산봉우리와 어울어진 갑사의 경내를 순례하고 용문폭포까지 숲 속의 돌길을 밟고 올라 갔으나, 실망만 하고 내려왔다. 폭포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보다는 가을 나무 이파리들이 계절의 풍미를 뿜어내어 색깔을 바꾸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생각 같아서는 남매탑을 넘어 동학사까지 내달리고 싶었으나, 등산로에 박힌 무수한 돌길들이 무서웠다.
날씨가 흐려 사진이 쨍하니 선명치 않아 아쉬웠다. 날씨 덕에 뜨겁지 않아 다행이긴 했다. 갑사 아래 식당가에서 호객 소리가 요란했으나, 코로나가 두려워 준비해간 도시락을 자동차 안에서 먹었다. 뭔가 부족하고 허전한 느낌에 4km 근처에 있는 신원사로 이동했다.
갑사 입구 고목, 줄기가 부러져 곁가지로 목숨을 이어가는 느티나무가 신목으로 떠 받들여지고 있었다. 우리 동네 앞에 있던 부러져 죽은 느티나무가 안타깝다. 뿌리에서 나온 싹들을 키운다고 지지대를 세우는 등 법석이지만, 100대 나무에 선정되었을 만큼 아름답고 기품있는 느티나무 당목이었었다.
한껏 모양을 낸 식당가
일주문을 지나 오른 쪽 옛길로 걸어 올라갔다. 입구에서 팻말을 들고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그곳을 지난 후 마스크를 벗고 활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정말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마스크 없이 왠 수다는 그리 떠는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묵묵히 마스크를 쓰고 걷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대 진정한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대적전과 승탑, 승탑은 스님들의 유골을 모신 탑이다. 보통 부도라고 한 군데 모아 두는데 이곳엔 전각 앞에 외로이 서 있었는데, 보통의 부도탑과 모양이 달랐다.
대적전은 통일신라시대 갑사의 큰법당인 대웅전이 있던 곳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소실된 것을 중수한 것이다.
대적전과 요사체
갑사 앞 도로변에 있는 공우탑, 갑사 재건 당시 재목들을 나르며 불사를 도왔다는 황소를 기리는 탑
갑사 범종루와 강당
왼쪽부터 진해당, 대웅전, 오른 편엔 적묵당
진해당과 대웅전
대웅전 안의 부처님들
대웅전 오른 편의 삼성각
관음전
대적선원
갑사 위 대성암에 있는 부처님, 해와 달을 든 부처님상이란다.
계룡산 계곡
이른바, 용문 폭포. 실망하여 사진도 찍지 않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갑사 바로 아래 찻집
천왕문으로 내려가는 포장도로
천왕문 아래로 길 좌우에 황매화가 군락을 이루었다. 봄이 되면 노란 황매화로 장관을 이룬다니, 봄철에 한 번 방문해 볼 일이다.
2012년 8월 갑사 : https://fallsfog.tistory.com/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