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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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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쌍 동굴과 탐남동굴 블루라곤에서 점심을 먹고 방비엥 쏭강 상류로 30여분을 달려갔다. 이른바 코끼리들이 죽을 때면 찾는다는 탐쌍 동굴과 튜브를 타고 탐험한다는 탐남 동굴을 가기 위해서인데, 목적지보다 걷는 길이 더 아름다웠다. 쏭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방비엥의 카르스트 산맥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탐쌍 동굴로 가는 길 쏭강을 건너자 나타나는 탐쌍 동굴 사원 탐쌍동굴사원 동굴 내부 입구 가까운 곳에 있는 코끼리 바위 동굴 사원에서 나와 물동굴 튜브 체험을 위해 마을을 지나 농로를 따라 10여분 정도 걸었다. 우리나라 60년대가 연상되는 평화로운 농촌 풍경이었다. 겨울철에 보는 옥수수 밭 탐남동굴 입구 머리에 랜턴과 보호 핼맷을 쓰고 튜브에 앉아 동굴 안으로 이어진 줄을 잡고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다. 동굴 높이가..
다이빙 명소 블루라군 "꽃보다 청춘"이란 프로그램에서 물놀이하는 영상을 보곤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작은 곳이어서 놀랐다. 마치 서양인들의 개인 집에 딸린 수영장 규모의 작은 사이즈였다. 서양인들이 모여 파티하면서 미끄럼도 타고 유흥도 즐기는 풀장 규모로 보면 딱 알맞겠다.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진 자연 풀장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계곡과 골짜기가 차고 넘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여름 한 철밖에 즐길 수 없는 것이 흠이다. 상하(常夏)의 나라 라오스에선 일 년 네 계절 가릴 것 없이 사시사철 물놀이할 수 있는 곳이니 자연 각광을 받게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양인들에겐 자연 속의 지상낙원이니 어쩌니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지나친 과장이라 싶어 오히려 우스꽝스러웠다. ..
방비엥 버기카 리조트 조반 후, 톡톡이를 타고 버기카를 타러 나갔다. 버기카는 1인승 사륜 오토바이보다 작지만 2명이 타는 4륜 레저 소형차이다. 이곳에서 처음 보는 자동차로 운전이 간단하여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레저용 자동차였다. 다만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먼지 예방책이 필요했다. 준비 없이 업체에서 지급해 주는 1회용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밀려오는 먼지를 주체할 수 없었다. 또한 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할 수 있는 보안경도 필수 요소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조수석에 앉았는데, 비포장 도로 흙먼지를 머리부터 몸통까지 뒤집어썼다. 카메라까지 뽀얀 먼지가 잔뜩 앉아 결국 촬영을 포기하고 말았다. 블루 라군에서 버기카 대여점으로 되돌아올 때 운전했는데, 스티어링 휠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떨림에 손끝..
수상 뱃놀이 롱테일 보트 해질 무렵 숙소에 여장을 풀고 1톤 트럭 적재함에 승객을 태우는 이른바 톡톡이를 타고 롱테일 보트 선착장으로 나갔다. 롱테일 보트는 좁고 긴 3인승 보트로 좁은 보트에 이동식 좌대에 종대로 승객 2명이 앉고, 맨 뒤에 사공이 앉아 기다란 모터 스크루를 조정하며 방비앵 쏭강 여울을 타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뱃놀이다. 방비앵의 쏭강은 수심이 옅고 여울져 있어서 지형을 모르는 사람은 운행하지 못한다. 의자가 붙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 무게중심을 잃으면 강물에 빠질 수 있다. 수심이 깊지 않아 크게 위험하지 않으나 뒤집어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중국 계림 석회암 바위산들처럼 아름다운 방비앵의 산능선 너머로 석양이 지고 있어 낙조를 바라보며 보트를 타는 것도 제법 멋스러운 풍경이었다. 우리 일행 ..
방비앵 가는 길 태국과 메콩강 접경지역인 라오스 수도 비앤티안에서 170여 km 북부에 방비앵이 위치한다. 도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버스로 4시간 정도 거리라고 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현대 리무진 버스로 차창에 지워진 글씨 흔적으로 미루어 부산 해운대에서 김해공항을 운행하던 차량이었나 보았다. 연식은 알 수 없었으나 준수하게 승차감도 편안하고 가속 성능도 국내 버스에 뒤지지 않아 장거리 여행이 매우 편안했다. 부다파크를 떠나 바다가 없는 라오스의 내륙 소금마을을 거쳐, 라오스 탕원에서 뱃놀이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는데, 아름다운 강변을 바라보며 밥 먹는 풍류가 그만이었다. 배안에 노래방 설비까지 있어서 뱃놀이에 적격이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손님들의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어서 강물 따라 오가는 배들마다 우..
라오스 첫째 도시 비엔티안-1 미지의 나라 라오스. 최근에서야 라오스가 베트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라는 걸 알 만큼 무지했었다. 70년대 인도 차이나 반도에서 베트남이 공산주의로 통일될 때 주변 국가들이 도미노 현상으로 공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킬링 필드로 불리는 대학살을 겪은 크메르와는 달리 라오스는 이른바 대숙청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나 보았다. 한파가 몰아쳐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따뜻한 동남아가 부럽기도 했다. 3박 5일 패키지 여행인데, 밤 비행기로 가서 새벽 비행기로 돌아오니 실제로는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처럼 짧은 3일 동안의 여행인 셈이었다. 가는 시간이 무려 5시간 40분, 오는 시간은 4시간 40분이니 만만치 않은 비행이었다. 게다가 저가 항공사는 처음 이용하는 것이라서 왠지 불편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선뜻 ..
이탈리아 잡경 첫째 날 로마 근교 호텔,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제치고 창밖을 보니 허름한 시골 풍경이 나타났다. 로마 교외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행사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도심을 피한 듯한데, 번듯한 건물보다 호텔 안이 매우 허름해서 우리나라 모텔들보다 편의 시설이 좋지 않았다. 오르비에토에서 피렌체 가는 길. 오르비에토는 벼랑 위에 성을 쌓고 마을을 만들어 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놀라웠다. 이 도시 외에도 보이는 산꼭대기마다 많은 마을들이 있었다. Uptwon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차창밖 산마루마다 TV 세트장 같은 동네들이 보였다. 낡고 오래되어 허름해 보이는 동네들... 단독주택이 아니라 대부분이 우리나라 다세대 주택 같은 집들이었다. 도회지 아닌 농촌에서도 공동주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길가 들판 ..
서양 문명의 발상지 로마 오전에 바티칸을 둘러보고 점심 식사 후, 로마 시내를 관광했다. 반나절로 로마투어를 마친다는 것이 정말 웃기는 일이지만, 본디 패키지 투어라는 것이 점 하나 찍고 가는 것이고 보면 이해할 수밖에 없다. 투어 코스도 천편일률적이어서 과거 로마 투어와 코스도 엇비슷했다. 전에는 겨울비 맞으며 걸어서 갔던 포로 로마노 길을 상기하며 투어에 나섰는데, 날씨가 무더워 도저히 걸을 상황이 아니었다. 가이드의 말대로 벤츠 투어라는 승합차 선택관광을 했는데, 그 덕분에 무더위를 피할 수 있긴 했다. 로마 시내는 하나하나가 모두 유적들이다 보니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그저 아쉽고 서운했다. 일 년 정도는 살며 느껴야 로마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을... 방대한 문화유적들을 보며 서구 문명의 근원인 로마 문명의 위대..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티 이탈리아 여행의 하일 라이트인 바티칸 시티 방문을 위해 6시 15분에 호텔을 떠나 로마로 향했다. 대개 바티칸 투어는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여행사의 경우 손님들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예약제를 이용하기 어렵단다.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까닭에 일정을 맞추려 일찍 출발한다는 것이다. 어제 옆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이웃 호텔의 그룹은 이미 6시에 떠났다. 바티칸은 1929년 이탈리아와 교황청 주변 지역에 대해 주권을 인정하는 라테라노 조약 체결로써 독립국이 되었다. ‘바티칸'이라는 국명은 크리스트교 발생 이전에 내려온 오래된 말로, 테베레(Tevere) 강 옆에 위치한 바티칸 언덕을 뜻하는 라틴어 ‘Mons Vaticanus’에서 유래한다. 바티칸 안에 성 베드로 광장, 대성당, 교황 궁전, 관청, 바티칸 박물관..
지중해 휴양지 카프리 섬 카프리섬은 소렌토에서 연락선으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석회암으로 형성된 섬이었다. 섬 투어는 다섯 시간 정도 소용되는 이른바 선택상품인데, 나폴리의 치안이 좋지 않고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말에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배를 타고 쪽빛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는 재미도 쏠쏠했고, 험준한 벼랑과 비탈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때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햇볕이 너무 뜨겁고 시원한 그늘이 부족해서 더위에 지치기도 했다. 부두에 내려 소형 버스를 타고 서쪽의 아나카프리로 이동하여, 섬의 뒤쪽인 북쪽 전망대까지 갔었는데, 벼랑 아래 푸른 바다와 그 위에 다양한 배들이 떠있는 풍경들이 매우 아름다웠다. 이 섬은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동굴 유적들이 남아 있으며, 고대 그리스 땅이었다가 로..
벼랑 위 해안 도시 소렌토 이른바 나폼쏘, 나폴리와 폼페이, 소렌토를 아울러 일컫는 말인데, 이탈리아 반도 서지중해, 중남부 해안에 붙어있는 도시들이다. 기아차의 소렌토란 차명을 차용한 곳이 이 도시이다. 문화적 사대주의처럼 생각된다. 이곳이 우리나라와 특별한 연관성도 없을 텐데 말이다. 하나같이 외국 동네 이름들을 차용하는 국산차들의 성능이 외산차와 같았으면 좋겠다. 날로 불어나는 외국산 차량들이 거리마다 홍수를 이루는데 사람들의 국산차에 대한 불평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똑같다. 폼페이에서 소렌토 까지는 기차로 열네 정거장 구간이다. 폼페이에서 가이드를 따라 기차에 탔는데, 가이드와 기차 칸이 달라서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하나 둘 세다가 중간에 그만 잊어버려 내심 실소하고 말았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옆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니 ..
화산의 도시 폼페이 이른 아침에 폼페이로 이동하여 투어를 시작했다. 폼페이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상한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음이 짙게 우거진 산자락에 연기가 피어 올라 산 중턱에 구름처럼 엷은 띠가 퍼지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였다. 폼페이에 도착했을 땐 옛날 화산이 폭발했다는 베수비오 산 아래에 여러 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내 딴에는 화산 분근의 유황이 끓어오르는 모습으로 생각했다. 그 덕에 한껏 폭발하는 화산의 모습을 실감 나게 상상하며 폼페이 유적지들을 돌아보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유황 연기가 아니라 번지는 산불 연기였다. 그 산불은 하루 종일 번져서, 우리가 소렌토를 경유하여 카프리 섬에서 나폴리로 돌아올 저녁까지 꺼지지 않아 폼페이 부근의 하늘이 온통 희뿌연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폼페이는 BC 6세..
사탑의 도시 피사 친퀘 테레 리오 마지오레 투어 후 라 스페치아에서 버스를 타고 남향하여 피사로 이동했다. 사탑으로 유명한 도시, 피사는 중세에는 강성한 토스카나의 도시국가로서 상업 중심지였다. 이곳에 벽돌과 돌로 지은 대성당과 종탑이 있는데, 기울어진 종탑이 바로 유명한 피사의 사탑이다. 피사는 내분으로 1406년 피렌체에 정복되었다가, 1494년 나폴레옹 침공 때, 잠깐 독립했으나 1509년 다시 피렌체에 종속되었다. 그 뒤 쇠락하여 토스카나 지방의 일개 도시로 명맥을 이어왔다. 동쪽에 피렌체와 가깝고, 인구 9만여 명의 소도시로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피렌체 사람이었던 갈릴레이는 피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는데, 대학에 다니던 중 피사 대성당에서 등잔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그 유명한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하였다. ..
바닷가 어촌 마을 리오 마지오레 호텔 조식 후 친퀘테레로 향했다. 이탈리아 농촌 마을이 깨끗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겨울철에 보았을 땐, 앙상한 산등성이 마을들을 궁색하게 바라봤었는데, 여름 풍경은 사뭇 그 반대였다. 심지어 퇴락한 농가까지도 짙은 녹음 속에 풍요로워 보였다. 계절이 주는 느낌이 이토록 다른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버스는 평야지대를 지나, 우리 강원도 평창길 같은 산악지대를 지나 서지중해 항구도시 라스페치아에 이르렀다. 이탈리아 반도는 아마도 서쪽이 높고 험한 지형인 모양이었다. 라스페치아로 들어서는 길은 정말 우리나라 강원도 길과 다름없었다. 라스페치아에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리오 마지오레로 갔는데, 지형이 험한 탓으로 한 정거장 구간임에도 많은 터널을 지났다. 친퀘 테레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에 있는 절벽과 바위로..
패션의 도시 밀라노 이탈리아 패션의 중심이라는 밀라노, 밀라노에 도착했을 때 이탈리아 날씨답지 않게 잔뜩 흐려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도 했다. 십여 년 전 겨울 저녁, 이곳에 왔을 때 어둠 속 광장에서 두우모 성당을 바라보았었다. 그리고 임마누엘 갤러리를 지나 다빈치 동상을 보았다. 어둠 속 풍경이어서 그 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사방으로 뚫려있는 임마누엘레 갤러리의 장대하고 화려함에 놀랐었다. 특히 개선문처럼 생긴 사방의 아치형 출입구가 무척 아름다웠다. 파리의 장엄한 개선문도 로마에 있는 고대 개선문을 모방한 것이란 사실을 알고 얼마나 실망했었는지 모른다. 그런 개선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 광장 갤러리 출입문으로 사방에 웅장한 모습으로 떠억 버티고 있는 것이 여간 대단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무수한 ..
줄리엣의 고향 베로나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존한다는 줄리엣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곳 베로나를 찾는다. 나 역시 영화 속에서 봤던 줄리엣의 집을 상상하며 베로나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왔다. 그것이 이번 여행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당대, 영국은 이탈리아 유행이 풍만하던 때라고 한다. 그러기에 이미 이탈리아 작가 마테오 반델라의 '질레타와 로미오'를 영국인 아서 브록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번역 서사시로 발표했었다고 한다. 이것을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동명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희곡으로 재창작했으며, 이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후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탈리아 전설 속에 인물인 질레타가 살았다는 집과 발..
운하 도시 베니스 안개가 많아 색감이 발달했다는 베니스. 베니스에 들어가기전 묵었던 호텔 로비 분위기가 참으로 모던했다. 파스텔 톤 쇼파 몇 개로 색감의 조화를 부렸다. 그러고 보면, 세계 유행을 선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안목이 유별나게 뛰어난 것도 쉽게 수긍이 된다. 쇠락한 고건축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색깔들의 오묘한 조화가 아닐까. 전에 느꼈던 피렌체나 베니스의 건물들의 빛바랜 벽들을 보고는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 겉칠이 벗겨지고 띁어져나가 흉측하게 패인 곳이 한둘이 아니어서, 크게 실망했었는데, 그들도 멀리서 바라보면, 그것이 티가 되지 않고 주변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베니스는 십자군 원정으로 번성하여 크게 세력을 떨쳤던 해상공화국이 되었다. 그 후 이탈리아에 통합되어 오늘에 이르..
르네상스의 꽃 피렌체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 다시 섰다. 10여 년 전, 겨울에 이 자리에 서서 얼마나 감격했었던가. 르네상스 발상지인 이곳에서 미켈란제로나 다빈치의 유적들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무한 감격했었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보는 유적들이 세계 문화사에 이바지한 바 얼마나 컸었던가를 생각하며 감동했었다.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단테 이야기를 그의 생가 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감동했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 시가의 그윽한 풍경은 예와 다름이 없었다. 본디 다비드 상은 시뇨리아 광장 베키오 궁 앞에 세웠다고 한다. 당시 피렌체는 공화정을 수립하였고 미켈란젤로 역시 정치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이때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가 공화정 서기관장이어서, 다비드 상은 바로 공화정의 대표적..
중세 성곽도시 오르비에토 잔뜩 흐린 날씨였다.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이지만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전에 갔었던 베네치아나 밀라노는 별 관심이 없었고, 줄리엣이 살았다는 인터넷 베로나 사진들을 떠올리며 알리탈리아 항공기 탑승시간을 기다렸다. 오후 1시 55분 이륙한다는 비행기는 탑승 후, 한 시간이 지나서야 지상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13시간 이상을 비행한다는데 이미 출발 전 한 시간을 기다렸으니 14시간 비행이나 마찬가지다. 무료한 시간을 메꿀 수 있는 영화도 준비가 부족한 탓인지 성의가 없어서인지 한국어 더빙 영화는 두 편뿐이어서, 내키지 않던 영화 한 편을 보다 말고 비행시간 내내 좁은 자리에서 뒤척거리며 잠을 청했다. 두 번 주는 기내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한식이라고 주는 첫 번째 식사는 그런대로 먹었지만, 마..
지중해풍의 낭만 도시 샌디애이고 LA에서 아침을 먹고 샌디에이고로 이동했다. 캘리포니아 지역 대부분이 과거 멕시코 땅이어서인지 스페인풍의 건축물들이 많이 보였다. 구름 낀 날씨였지만 공기가 맑아 깨끗하고 상쾌했다. 박물관, 미술관들이 모여있는 발보아 공원과 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물이 있는 투나 하버, 샌디아고 구시가들을 돌아보았다. 본디 스페인 점령지였고 멕시코와 국경이 가까운 탓인지 건물들이 스페인식으로 매우 아름다웠다. 하늘로 치솟은 열대 야자수들이 주는 풍경과 푸르고 맑은 하늘, 맑고 깨끗한 가시거리로 더욱 예쁜 모습으로 보였다. 바깥 기온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낮아서 긴팔 점퍼를 입었음에도 덥지 않았다. 오히려 바닷바람에 쌀쌀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열대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은 겨울이 춥지 않은 까닭이다. 일 년 중 겨울철 2..
LA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헐리우드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가는 길, 높은 산맥을 넘자 드넓은 호수가 나타났는데 인공저수지였다. 이 저수지의 물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수로를 따라 캘리포니아 농경지로 스며든다. 지평선만 이어지는 평원지대에 목초지, 또는 포도, 아몬드 농장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 고속도로 휴게소, 휴게소엔 화장실 건물 하나만 달랑 서 있다. 그것도 임시로 세워놓은 가건물처럼 그 구조도 매우 간단했다. LA 유니버셜 스튜디오 드디어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나는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놀이동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가족 연간회원권을 사서 수시로 다녔었지만, 애들이 중학생이 된 이후로 흥미조차 두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며 회전하고 수직강하 하는 롤러코스트는 어지러워 감히 타지도..
태평양의 관문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역시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되는 여정이었다. 별 변화 없이 지평선 한가운데 곧게 일직선으로 뻗은 프리웨이, 시차 덕이겠지만 단조로운 풍경 때문에 더 많이 졸았을 것 같다. 미서부의 대표적 도시 LA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유명한 MLB 야구 라이벌인데, 도시의 규모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서부에 시애틀과 샌디에이고도 있지만, SD는 전력이 약해서 LA나 SF의 라이벌은 못된다. 해마다 강력한 파워의 다저스와 자이언트가 용호상박처럼 자웅을 겨루니, 두 도시의 재력과 후원이 그만큼 대단하기도 하겠다.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70년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 그리고 90년대 니콜라스 케이지의 '더 록', 얼마 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화려한 액션..
켈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공원에 가기 위해서 새벽 4시 15분에 호텔에서 출발했다. 깜깜한 새벽길을 달리면서 가이드는 한국식 패키지여행의 무리한 스케줄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둘러보는 것이 여행이고 힐링인데, 한국 여행사들은 경쟁적으로 살인적 스케줄의 상품들을 내놓기 때문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한국 여행사들의 타이트한 스케줄은 중국 여행사들조차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벌써 자유여행으로 돌아섰고, 버스를 애용하는 유럽인들은 넉넉하게 일조시간에 맞춰 여유 있는 여행을 하고 있단다. 금년 하반기부터 버스에 운행기록 저장장치(타코메타)가 장착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자연 안전운행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어 현재처럼 별 보며 다니는 여행 프로그..
캘리포니아 농경마을 베이커스필드 모하비 사막 가운데 작은 마을 한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곳에선 캘리포냐 특산물도 팔고 있었는데 값이 대체로 싸지 않았다. 외국 어딜 가나 현지에 사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인 사회는 단합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만 같은 동포들끼리는 견제와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삶의 방식이 외국에 나가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일 게다. 단적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측근이 잘 되면 축하보다 시샘이 앞선다는 것인데, 한국인의 심성이 대부분 그렇다. 반대로 남이 잘못되었을 때, 측은지심은 대단한 편이어서 누가 앞장서지 않아도 십시일반 발 벗고 도우려 나선다. 운동경기를 관람할 때도 대부분 한국인들은 강팀을 응원하지 않는다. 강팀을 야..
캘리포니아 폐광촌 캘리코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캘리포니아 베이커스 필드로 가는 중간에 서부개척시대 은광산이 있었다는 캘리코 폐광촌에 들렸다. 이런 곳도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보잘 것 없어 보였다. 사람들이 황금과 은을 찾아 서부로 몰려들 때 형성되었다는 작은 마을이 이제는 서부개척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관광지가 되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사막 한가운데, 이런 마을도 충분한 볼거리가 될 듯하다.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관광하며 장시간 자동차 운행의 피로감도 풀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얻을 듯하다. 낮엔 사람들로 붐비다 밤이 되면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되어 유령마을이라 부른다. 모하비 사막 캘리포니아 차량 검사장 마을 입구 주차장에서 바라본 사막지대 마을 뒤, 폐쇄된 은광산과 전망대가 있는 언덕 언덕 위에..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마피아 부두목 벅시가 사막 한가운데 만들었다는 도박과 환락도시 라스베이거스(Las Vegas). 애리조나 그랜드 캐년에서 대략 5시간 모하비 사막을 달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카지노가 많아 관광과 도박 도시의 대명사로 결혼과 이혼 수속이 초간단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길가에 시골 간이역처럼 조촐하게 지어 신혼부부 공장 같은 웨딩하우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업과 카지노의 발달로 도박업이 주류이고, 컨벤션의 장소이기도 하다. 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로 컨벤션에 참석한단다. 세계의 유명 건물을 모방한 건축물들이 많아 건축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드림시티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 보기에는 족보 없는 집안의 화려한 겉치레처럼, 속 빈 강정처럼 보이긴 했지만, 거대한 자본..
아리조나 그랜드케년 그랜드 캐년을 보기 위해 새벽 어둠 속에 길을 나섰다. 한 코스를 보기 위해 보통 다섯 시간 주행이 다반사니, 우리나라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서울 부산 거리 정도는 여행에 있어서 일상사에 가깝다. 호텔을 떠나 콜로라도강을 건너 애리조나주로 들어갔다. 서부영화의 주 배경인 애리조나, 그리고 콜로라도강, 해발 2000m가 넘는 고원지대이다. 산맥을 넘고 모래 없는 사막을 가로질러 그랜드캐년으로 향했다. 중국 장가계 대협곡을 중국사람들이 그랜드 케년이라고 불러서 그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내 상상력이 퍽이나 부족했다. 터어키 '으 흘라라' 대협곡을 보고 그 웅대한 자연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여기 애리조나 대협곡은 감히 비할 수 없는 규모로 넓고 장엄했다. 우리나라에선 강원도 철원 한탄강 유역이 평원지대..
LA에서 라플린까지 급작스레 떠난 미서부 여행이었다. 20여 년 전에 시애틀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LA 지역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미국행은 비자발급이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작년 전자여권으로 바꾸면서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다. 여행사와 계약을 하고, 이스타 비자 신청까지 마쳤다. 인터넷 트래픽 때문에 저녁엔 이스타 연결이 자주 끊어져 아침 일찍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오후 두 시 너머라서 집에서 조반 식사 후 여유 있게 출발했다. 공항 무인발급기에서 티켓을 뽑았는데, 그 절차도 쉽진 않았다. 하고 나면 별 것 아닌데 사람보다 기계를 대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 세상이 사람보다 기계를 점점 선호하니 세상살이가 삭막해지고 인정이 메말라가며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비행기가 A380인데 다행히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