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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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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섬 이 섬엔 안개 없는 날이 별로 없다. 상큼하고 청명한 바다를 바라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안개섬이라 부른다. 섬의 생김 모양이 남쪽을 향해 새우처럼 북쪽 등을 구부리고 앉은 형상이다. 앞쪽은 밋밋한 경사지를 따라 평지를 이루고 있고, 등뒤 북쪽은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높고 험하다. 자연히 마을은 남쪽을 향해 배산임수형으로 정겹게 앉았다. 남쪽에서 부는 바람은 바다를 타고 달려와 방파제를 넘어 넓은 항만을 통해 불어온다. 서북풍은 서북녘 벼랑에 부딪쳤다간 뾰족한 삼각산을 넘어 골을 타고 불어온다. 그러기에 안개는 바람의 등을 타고 남쪽 또는 북서쪽으로부터 조용하거나 요란스럽게 몰려온다. 그런 연유로 먼 바다섬 서거차도는 언제나 바람과 안개가 많다. 이 섬을 방문할 때마다 눈을 ..
여로 진도군 조도 주변에는 섬들이 많다. 그림처럼 많은 섬들이 펼쳐져 경관이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이룬다. 여객선은 조도 창유항을 지나 대마도에서 손님 몇 분을 내려놓고 관매도로 향했다. 대마도에서 내린 손님 중 한 부부는 목포역에서부터 동행을 했는데, 새벽 4시 20분에 목포역에서 내려 날이 밝기만 기다리다 옆에 앉은 손님께 시외버스 터미널 가는 시내버스 시간을 물었더니, 5시 40분이 첫차라며, 목포역 앞 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하릴없이 대합실안을 서성이며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데, 그분이 시외터미널로 함께 가자고 하셨다. 시내버스 기다리다 택시를 타기로 하셨다며 동행하잔다. 고맙게도 그분들을 따라 택시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편하게 이동했다. 택시값을 내가 지불하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서거차도 가을 6 가을이라서인지 낚시 넣기가 바쁘게 고기들이 낚시를 물고 줄줄이 달려 나왔다. 미끼 갈아끼기가 바쁠 정도였다. 오후 서너 시쯤에 한 시간 정도 낚시를 하면 10여 수 정도는 기본이었다. 자잘한 새끼들까지 합치면 20여 수는 문제도 아니었다. 초보낚시쟁이라 원투낚시를 주로 했으나, 갯바위에서 멀리 던지지 않고 주로 갯바위 끝에서 낚싯대 길이만큼의 바다에 선상낚시처럼 추를 바닥에 두드리듯 상하로 움직이며 낚았는데, 손맛이 아주 좋았다. 이따금 해초나 바위에 낚시가 걸려 끊기기도 했지만, 낚싯대를 통해 전해오는 물고기들의 힘센 저항이 매우 짜릿했다. 중간 크기의 노래미나 우럭은 시도 때도 없이 잡혀서 아침저녁 조림반찬으로 민생고를 해결해 주었다. 낚시 중 압권은 50cm가 넘는 광어를 낚은 것이었다. 서거차도 ..
서거차도 가을 5 오전엔 이슬을 털며 윗말 상수도원인 저수지 위쪽 산을 오르려 했으나, 반 길을 넘는 잡초들이 뒤엉켜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옛날 같으면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산에 오르며 길을 내었을 텐데, 기름이나 전기로 난방하는 현대생활에서는 가을산이 주는 혜택은 별로 없었다. 봄철이라면 고사리 같은 산나물채취를 위해서라도 산에 오르내릴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되돌아와, 며칠 전 올랐던 섬의 동복 쪽으로 가서, 서쪽 방향으로 오르기로 했다. 애석하게도 이곳엔 애시당초 산길조차 없었다. 다행히도 북쪽 해안선을 끼고도는 산벼랑만이 거센 해풍 때문에 나무들이 없었다. 나무들이 없는 길도 없는 벼랑가로 조심스레 산에 올랐다. 갈대들이나 작은 잡목 사이로 수많은 거미줄을 만났다. 생존의 치열함은 사람이 살 수..
서거차도 가을 4 가을은 참으로 쓸쓸한 계절이다. 날마다 뚜렷이 줄어드는 낮 길이에 비례하여 날씨도 조금씩 쌀쌀해진다. 한반도 서남쪽 먼바다 섬인 이곳의 가을은 더욱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찬바람이 일면서 몸도 마음도 움츠려드는데, 섬 가장자리에 무성한 갈대들이 바람에 흐느적거리며 눈부시게 하얀 꽃잎들을 나부낀다. 떠오르는 햇살이나 섬 뒤로 떨어지는 낙조에, 때로는 물고기 비늘처럼, 또는 부서져 반짝이는 파도처럼 갈대꽃잎들이 물결져 출렁인다. 섬 동쪽으로 낚시를 나갔다. 서거차도와 상죽도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나갔는데, 물이 들어오고 빠져나갈 땐 물흐름이 장난이 아니었다. 홍수져서 범람하는 큰 강의 물결처럼 힘차게 동쪽으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서쪽으로 밀물져 탕탕히 몰려들기도 했다. 물때만큼 복잡한 것이 있을까? 내륙인으로..
서거차도 가을 3 밤새 거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빗방울이 들이쳤다. 먼 바다 파랑주의보가 발령되었단다. 오늘부터 배가 뜨지 못한다. 이제 이 섬은 들어오는 배도 나가는 배도 없는 고립무원의 섬이 되는 것이다. 진도항과 가까운 조도까지는 배가 운행한다는데, 이곳은 먼 바다라 보니 내륙과 교통이 단절된 섬이 되고 말았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성글어질 때, 바다구경에 나섰다. 두터운 파카를 뒤집어 쓰고 밖에 나가니 비는 그쳤으나, 서북풍이 세차게 불었다. 이따금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방파제로 나가는 몸이 휘청거리기도 했다. 바람 소리가 하도 웅장해서 조금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바다에 나갈 때는 혼자 가지 않는단다. 행여 바닷가에서 낙상하거나 파도에 휩쓸리게 되면 도와..
서거차도 가을 2 오전 10시쯤 서거차 동북 끝, 산능선을 걸었다. 지난 봄에 날씨가 좋지 않아서 다시 올랐는데, 이번 역시 해무가 살짝 끼어 시계는 쾌청하지 않았다. 더구나 역광이라 부담은 있었지만 이만한 날씨도 보장받기 힘들 것 같았다. 다행히 가을철이라 무성했던 풀들이 말라붙어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적도 없는 길을 씽씽 불어오는 해풍을 벗 삼아 가파른 비탈길과 수십 길 벼랑길을 걷노라니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 곳곳에 거미줄이 무성했다. 잡목가지들과 거미줄들을 헤치며, 동북 끝단까지 나아가 동북쪽 바다와 다도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면소재지인 조도와 관매도, 세월호의 슬픔을 안은 병풍도와 서쪽 끝의 맹골도까지 두루 바라보이는 풍경이 참으로 서글프면서도 고왔다. 서거차도 ..
서거차도 가을 1 야간열차로 새벽 4시 20분 목포역에 내렸다. 차창밖으로 아무런 풍경도 보이지 않는 밤기차여행은 무료하기 그지없었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어, 열차의자에 몸을 붙이고 졸아가며 간간 차창밖의 어둠을 바라보곤 했었다. 차창밖으론 지난 세월들이 불빛처럼 번지며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목포역 도착 시각이 너무 일러 대합실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을 검색했으나 초행인 데다 어둠 속이라 방향을 몰라 당황하기도 했었다. 생각 끝에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켜고 걸었지만 보행자용으로는 젬병이었다. 알량한 내비 때문에 목포역 부근에서 20여분을 허비했으나 여전히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는 새벽이었다. 생각 끝에 지도검색으로 길 찾기를 해놓고 걸어서 가기로 했다. 이른 새벽 목포역 앞에서 청소를 하던 미화원에게 터..
안녕! 서거차... 아침부터 해무는 남쪽바다로부터 끊임없이 몰려와 오후에 연락선이 올 수 있을지 염려스러웠으나, 햇살이 퍼지자 소강상태를 보였다. 점심식사 후 짐을 꾸려 부두로 나왔더니, 정기여객선 한림페리가 벌써 들어와 정박한 채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의 일로 서거차도 행정수부인 조도로 나갔다가 게서 1박 하기로 한 탓에 예정보다 하루 일찍 이곳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 국토의 서남부 끝 먼바다 작은 섬, 높은 산 정상에 올라서면 한 눈아래 섬전체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50여 호의 주택 가운데 40여 호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가 두서너 집, 미역양식하는 집이 두 집, 그 외 발전소와 관공서에 근무하는 직원들 몇 사람... 장년세대도 거의 없는 외로운 섬이다. 자연환경이 ..
서거차도 일기 10 매일같이 안개가 밀려왔다. 서거차중앙교회 목사님이 이 섬의 동북쪽 산정의 전망을 안내해주기로 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오후가 되자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그러나, 망망대해 위 조각배같은 대한민국 서남단, 이 끝섬의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무때문에 시계가 제한적이어서 안타깝긴했지만 나에게 허락된 시간도 여유가 없어서 훗날을 기약할 수 없었다. 북동쪽 해안에서 가파른 비탈을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비탈의 왼쪽발 아래론 수십길 낭떠러지여서 오를수록 간담이 서늘해졌다. 산정에 오르자, 서거차도는 물론 동거차도까지 한 눈에 조망되었다. 안타깝게도 해무때문에 주변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만으로도 가파른 산비탈을 올라 ..
서거차도 일기 9 하루종일 안개가 몰려왔다. 가까운 남쪽바다로부터 끊임없이 밀려와서 그 앞뒤를 가늠해 보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안개는 비릿한 냄새를 풀어헤치고 바람소리를 내며 남쪽으로부터 상륙해서는 들판을 가로질러 산등성이를 타고 북쪽 바다로 떼 지어 몰려갔다. 온종일 그렇게 끊임없이 밀려왔다 떠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제한된 시계를 가진 이 작은 섬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몇 미터의 바다와 몇 척의 어선들과 마을의 작은 집들이었다. 안개 때문에 통통거리며 조업에 나서던 배들도 하릴없이 부두에 정박해 있고, 하루 한 번 들리는 정기여객선도 발이 묶여버렸다. 바쁠 것 없이 시간만 멈춰버린, 이 작은 섬엔 안개와 해풍과 파도만 부지런하게 하루종일 밀려오고 떠나갔다. 안개 때문에 산에도 가지 못하고 소일 삼아 항만에 붙은 마을..
서거차도 일기 8 일찍 잠든 탓으로 새벽 닭소리에 잠에서 깼다. 밖에 나가보니 아직 밝지 않았는데, 항만의 불빛만 가물거린다. 방안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갔더니 망망한 바다를 타고 올라온 해무가 지네처럼 엎드려 기어가고 있었다. 멀리 동편 하늘이 밝아오고.... 내륙엔 폭염과 가뭄이 극성이라는데, 이곳도 아침 안개 덕분에 제법 뜨거운 하루가 되리라 예상해 보았다. 그러나, 한낮이 되어도 뜨겁지 않았다. 하늘도 쾌청하지 않았고... 간간이 지나가는 구름 덕에 하늘의 색깔이 변화무쌍하기만 했다. 하릴없어 섬의 이곳저곳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걸어서 움직이는 건 부두 광장을 가로질러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와 교회의 흰둥이, 그리고 우리 뿐이었다. 서쪽 해안으로 갔다가 성과가 없어 라면만 끓여 먹고 돌아와서 다시 북동쪽해안으로 가서 ..
서거차도 일기 7 어김없이 또 하루 섬의 일상은 아침이 밝으면서 어제처럼 반복되며 시작된다. 어제 그 사람이 오늘 또 내 곁에 있고 어제의 일이 또 오늘의 일이다. 단 날씨만 바뀌지 않는다면... 때로는 내륙에 출타하기도 하며 힘들게 찾아왔던 친지들도 힘들게 이곳을 떠나간다. 정기항로는 하루 한 번 진도 팽목에서 떠나는 9시 50분 연락선이 12시 50분경 들어왔다 나간다. 그 외에는 지나가는 연락선에 미리 전화로 연락해서 입항하도록 요청해서 배를 타고 떠나간다. 떠나간 사람은 몰라도 남아있는 사람은 한동안 그만큼의 공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할 터이다. 좁은 섬 주변을 쳇바퀴 돌듯, 뺑뺑 돌고 나니, 벌써 무료해진다. 동네의 개들도 이미 낯이 익숙해진 듯 가까이 다가가도 이젠 쳐다보지도 않는다. 처음 영악스럽게 짖어대던 교..
서거차도 일기 6 그동안 벼르기만 하고 길을 찾지 못해 올라가지 못했던 서거차마을 뒷산에 올랐다. 날씨가 너무 맑아 멀리 있는 섬들이 눈앞에 있는 듯했다. 흔적만 희미한 산길이라 우거진 잡목과 숲을 헤치며 어렵게 올라갔다. 뱀에 물릴까 염려하여 등산 스틱으로 잡목들을 치면서 조심스레 올랐다. 오르는 중에 숲길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는 뱀을 발견해서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산 등성이에서 잠시 길을 잃어 헤매다가,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길의 흔적을 찾아 더듬듯 숲을 뚫고 정상에 올랐다. 사자바위와 한반도 섬을 찾아보았으나, 한반도 형상의 돌섬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서쪽 끝으로는 맹골도가, 남쪽으로는 서거차마을과 항만, 병풍도가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다도해의 무수한 섬들이 막힘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었다. 서거차도 북쪽 해안은 거의..
서거차도 일기 5 넓지 않은 섬이라 동쪽 끝 산등성이로 걸어서 갔다. 우리가 통발을 놓던 동남쪽 해안에서 빤히 보이는 동쪽 산등성이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이곳 대부분의 산길이 그렇지만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어 도로의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에 우거진 잡초 사이를 헤치고 걸어야 했다. 조심스러운 것은 곳곳에 살모사나 까치 독사들이 서식하고 있어 까딱하면 물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섬주민들처럼 장화 신고 산을 오를 수 없는 일이어서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동쪽 끝 산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망망한 수평선 위에 크고 작은 무수한 섬들을 띄우고 있었다. 해무 때문에 시계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올망졸망 떠있는 검푸른 섬들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지도를 보며 익힌 섬이 눈앞의 상죽도와 동거차도, 감투 두 개가 산 꼭..
서거차도 일기 4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예보에는 9시부터 12시 사이에 내린다더니,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조바심에 예보를 찾아보니 고맙게도 오전 9시 이전에 비가 그친단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강수량도 5mm 정도이고, 오늘은 물때가 좋아 입질을 맛볼 수 있으리란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으나 신통하게도 9시 넘어 비가 그쳤다. 낚싯대와 취사도구를 챙긴 후, 대웅이 아빠 봉고트럭을 타고 서거차 서쪽 끝지점인 커크래 해변으로 갔다. 커그래는 모래미 동네입구를 지나 해안의 비포장 도로 끝 지점에서 작은 고개 하나를 넘어, 거북처럼 생긴 섬 뒤의 바닷가에 있었다. 우리가 산 위에서 조망했던 거북 모양의 섬은 건너새끼섬으로 서거차도에서 통한의 맹골수로를 바라보며..
서거차도 일기 3 새벽녘, 닭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검푸른 하늘엔 별이 총총한데, 북두칠성과 북극성 카시오페아가 선명하게 빛났다. 이름 모를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새벽이슬이 비처럼 내렸다. 가랑비처럼 떨어지는 이슬의 촉촉한 감촉이 나쁘진 않았다. 이슬을 맞으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새벽 공기로 심호흡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서거차에서 제일 높은 산에 오르기로 했다. 서거차항만을 타박타박 걸어서 이웃마을 모래미 동네길로 올라서며 산행을 시작했는데, 최고봉인 상마산에 레이더 기지가 있어서 길은 넓었지만, 통행이 없는 탓으로 숲이 우거져 원시림 속을 헤치고 가는 것 같았다. 지나는 길에 달래꽃, 찔레꽃, 산딸기, 싸리꽃들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정상에 오르자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통쾌했다. 애석하게도 세월호 참사 때..
서거차도 일기 2 섬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러웠다. 햇볕이 쨍하다간 이내 구름으로 덮이고, 그러다간 또 햇빛이 나온다. 오늘은 주로 서거차도 항만 주변을 거닐며 소일했다. 항만으로 뻗은 야산 두 개를 반반씩 쪼개어 연안을 메우고 부두와 방파제를 쌓았다. 그 덕에 작은 섬마을에 걸맞지 않은 대규모의 항만을 갖추었다. 항만은 인근의 어선들이 모두 집결해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매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연락선은 팽목항발 9시 50분 배인데, 짝수날은 같은 시간대에 두 척이 출발한단다. 아침부터 항만을 지켜보고 있자니, 수시로 연락선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이른 아침 물고기 상자들을 싣고 가는 연락선부터 쾌속으로 다니는 행정지도선까지 호수같이 잔잔한 항만의 물살들을 드믄드믄 가르고 있었다. 오히려 어선의 출..
서거차도 일기 1 5월 25일 부처님 나신 날,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온 누리에 부처님 자비로 가득할 것 같은 아름다운 날이었다. 친구 둘과 함께 팽목항에서 오전 9시 50분 서거차도 가는 배를 탔다. 멀미를 걱정했으나, 바다의 수면은 호수처럼 잔잔해서 작은 파도 하나 일지 않았다. 처음 보는 크고 작은 섬들을 거치면서 몇 명씩의 손님들을 섬에 내려놓고는 배는 다시 최종운항지인 서거차도를 향해 갔다. 바다 바람이 거세고 차가웠으나, 서거차도에 이르는 세 시간여를 3층 조타실옆 갑판에 서서 오밀조밀한 섬들을 바라보며 갔다. 관매도를 지나 이른바 병풍도 부근 맹골수로를 멀리 바라보니 세월호 참사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잠시라도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1박 2일 프로그램에서 봤던 관매도를 경유해서 멀리 병풍도를 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