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봄바람 속에 온 산이 진달래 붉은 꽃으로 물들면, 마을 담장 사이로 드문드문 솜사탕 피어오르듯 목련꽃이 부풀어 오른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꽃처럼 목련꽃도 봄의 전령사이다. 금년은 예년보다 봄이 일찍 찾아든 줄 알았는데,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봄꽃들이 피려다가 시들고 시들다가 다시 피어난다. 목련 역시 밀려드는 봄기운을 피할 수는 없었는지 활짝 피지는 못했지만, 터지기 직전 팝콘처럼 망울 망울 부풀어 올랐다. 군복무 시절, 민간인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시절에, 봄낮이면 산꼭대기 대공초소에서 머언 민가에서 솜사탕처럼 피어오른 목련들을 바라보노라면, 고향의 집이 생각났었다. 하루종일 산꼭대기에서 보초를 서며, 서울서 부산까지 왕복하고도 족히 남을 시간들을 목련꽃을 바라보며 국방부 시간..
황학동 벼룩시장
신당동 전철역을 나오자마자 길바닥 좌판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공구들부터, 시계, 인형, 장신구, 구제 의류 등등이 도로를 따라 길거리에 널려 있었다. 에전에 종로 거리에서 봐왔던 노점상들이 이리로 다 모였나 보다. 한두 점을 깔아놓고 추운 날씨에도 임자를 기다리다 지쳤는지 쭈그리고 앉아 졸고 있는 상인부터 높은데에 올라가 큰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까지 참으로 각양각색이었다. 아마도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으리라 싶었다. 해병대, 공수부대, 육군 군복부터 그럴싸한 동양화, 서양화, CD, 캠코더 필름, 정력제, LED TV, 라디오, 카셑, 차량용 오디오, 썬그라스 등등등... 필카에서 디카까지, 수북히 쌓아놓은 핸드폰, 핸드폰 밧데리, 고장난 것부터 사용가능한 것들까지... 진열장 속에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