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0) 썸네일형 리스트형 옥천 읍내 풍경 우리나라 시인 중 시어의 정제가 가장 뛰어나고 아름다웠다는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곳이 옥천이다. 시 향수의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 바로 옥천의 옛 풍경이다. 얼룩빼기 황소는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젖소로 오해했으나, 우리나라 토종소인 칡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지용 시인은 이화 여전 교수로 재직하다가 6 25 전쟁 때 납북되어 어떻게 죽었는지 그 종적을 알 수 없다. 한국전쟁이 예술계에 끼친 비극이다. 아름다운 예술도 정치적 억압 아래에서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아름다운 그의 언어들도 해방 이후 불온도서로 묶여있다가 88 올림픽 이후 냉전시대가 끝나면서 해금되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와 햇볕을 볼 수 .. 옥천 부소담악 추소정 부소담악은 대청댐을 건설하면서 마을이 수몰되고 댐 위에 있는 많은 야산들도 물에 잠기게 되면서 생겨난 곳이다. 이곳은 기암절벽의 700여 m 산줄기가 물에 잠겨 산봉우리 능선들이 호수 위에 떠서 뱀처럼 길게 뻗은 형상이다. 그 모양이 연꽃이 연못에 떠 있고 호수에 바위가 있는 곳이라 하여 부소담악(芙沼潭岳)이라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주말 여행지로 선정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이곳을 검색해 보니, 대부분 드론으로 촬영을 한 것들이라 일반 방문자로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어서 방문이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여 불원천리 머다 않고 찾아 나섰다. 옥천 IC부터는 산길이 험하여 거북이처럼 천천히 굽이를 돌고 돌아 부소담악 입구인 황룡사까지 갔다. 평일임에도 방문객들이 .. 가을 세종 호수 공원 가을빛이 그저 고운 날이었다. 햇빛 따라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노랗게 또는 빨갛게 변해가는 나뭇잎들이 햇볕아래 빛나고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답다. 점점 짧아지는 낮길이 때문에 서러워지기도 하지만, 동지가 지나면, 또 새봄이 다가서니 감상에만 빠질 이유는 없다. 내게 주어진 아름다운 오늘 하루가 빛날 뿐이다. 멀리 구름 아래로 계룡산 능선들이 아득히 가물거리고 있었다. 불심처럼 그윽한 영평사 구절초 영평사의 구절초 축제는 끝났지만 구절초들은 막바지인지도 모를 작은 꽃들을 올망졸망 피워내고 있었다. 절정기가 지난 탓 때문인지 영평사 뒷동산에는 이 빠진 듯 구절초들이 성근 곳도 많았지만, 익어가는 가을 속에 부처님의 불심처럼 곱게 피어나고 있었다. 구절초를 심어 꽃동산을 만든 이곳 스님들의 노력으로 영평사는 가을 구절초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리 크지 않은 사찰임에도 변화무쌍 변모하는 영평사에는 스님들의 혁신 정신이 그 동력의 원천이 되는 듯하다. 구절초 동산 외에도 추모공원을 만들고, 많은 장독들에 전통 장류들을 숙성시키는 등, 상업적으로도 재정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한 순간 지나가는 과객으로서 자세한 내용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절 주변의 조경만 보더라도 이곳 스님들의 노력은 기.. 계룡산 신원사와 중악단 천도재 갑사에서 가까운 신원사를 찾았다. 신원사는 규모는 크지 않으나 소박하고 단아하며 깔끔한 절이다. 동학사와 갑사, 신원사가 계룡산의 대표적인 고찰인데 내 보기에는 그중 신원사가 제일 단아하며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절이다. 백제 말 의자왕 때 창건한 절로 역사가 깊다. 예전에 계룡산 골짜기에 우후죽순처럼 많았던 무속신당들을 철거하자 계룡산 주변으로 뿔뿔이 흩어졌는데, 일부 무속인들이 옮겨 간 곳이 신원사 주변이다. 계룡산 정상인 천왕봉과 가장 가깝기도 하거니와 산에서 뿜는 기운이 가장 강한 곳이 신원사가 아닐까 나름 짐작해 본다. 계룡산 서남쪽에 자리한 신원사는 조선시대 중악단을 두고 산신께 제사 지냈다. 조선조 때 묘향산에 상악단을, 지리산에는 하악단을 세워 국가에서 산신께 제사를 지냈다. 지금은 .. 계룡갑사의 가을 기상하여 커튼을 제치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완연한 가을이다. 기온도 뚝 떨어져 아침 온도가 10도 안팎이다. 간단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계룡산이 가까워지면서 닭볏 같은 기묘한 산봉우리들이 눈앞에 전개되었다. 언제 보아도 참으로 신묘한 형상이다. 제법 눈에 익은 갑사 가는 길이었음에도 주차장 근처에서 내비게이션이 심술을 부렸다. 좁은 편도 일 차선에서 엉뚱한 길로 안내하는 탓에 잘못 들어섰음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가야 했다. 펜션들이 즐비한 마을의 좁은 길을 돌고 돌아 주차장에 들어섰다. 어젯밤까지 내린 보슬비 때문에 갑사로 가는 길 위에 젖은 낙엽들이 쌓여 있었다. 송풍기로 낙엽들을 날리는 굉음과 휘발유 타는 냄새가 요란했다. 시간을 두고 조금만 참으면 저절로 말라서 .. 여주 남한강 영월루(迎月樓) 영월루는 신륵사에서 여주대교를 건너자마자 만날 수 있는 커다란 누각으로 남한강을 굽어보고 있어 누각 위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풍경이 그윽하다. 신륵사 방향에서 봐도 벼랑 위 숲 사이에 우뚝 솟은 그림 같은 누각이 남한강의 운치를 한층 더 북돋운다. 여주박물관 신관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카페 안 인공수조에 비친 영월루 풍경은 선경에 가깝다. 이름 그대로라면 달맞이하는 누대인데, 달이 더오른 달밤에 맞이하는 풍경은 더욱 운치 있을 것 같다. 남한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황포돛배는 마치 과거로 거슬러 가는 착각을 느낄 만큼 한적하고 여유롭다. 여주 봉미산 신륵사와 강월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신륵사였다. 평일 오후여서인지 신륵사엔 주변부터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기 때문인지 식당을 찾아들었으나, 주인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로 요기하고 신륵사 경내로 들어갔다. 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는데, 매표소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매표 없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이곳 신륵사에도 징수하던 관람료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신륵사는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과 썩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고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내에 들어가서 두 번 실망했다. 첫 번째는 가람막을 씌우고 범종각일대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신륵사 좌측면 바위 위 강월헌 정자 주변에 추락 위험이라 적은 현수막과 정자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어설프게 둘러친 금줄 때문이었.. 여주 영릉(寧陵) 효종대왕릉 세종대왕 英陵에서 옆 숲길을 따라 효종대왕의 寧陵으로 걸어갔다. 이른바 왕의 숲길이었다. 700여 m 거리의 숲길은 우람한 적송들이 우거진 가운데, 인적조차 없어 고요하고 정감이 있어 운치가 있었다. 효종은 인조 4년(1626), 8살에 봉림대군(鳳林大君)으로 봉해졌다. 병자호란에 조선이 항복한 탓에 형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었다. 인조 23년(1645) 5월, 귀국한 후, 1개월 만에 형인 소현세자가 급사하자 그의 뒤를 이어 세자로 책봉되었고, 4년 후 인조 27년(1649)에 아버지 인조가 승하하면서, 창덕궁 인정전에서 조선 17대 왕으로 즉위했다. 효종은 청나라를 정벌하여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자는 북벌론을 주창하며, 조선 중흥의 기틀을 다졌으나, 39세로 재위 10년 만에 아깝.. 여주 영릉(英陵)-세종대왕릉 모처럼 전철을 타고 영릉에 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도착지에서 다음 장소로 이어지는 교통 연결이 원활하지 못했다. 여주 세종대왕릉역까지는 전철로 수월하게 갔지만, 전철역에서 영릉까지 이어지는 시내버스 배차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명색이 세종대왕릉역이건만 세종대왕릉까지 이어지는 버스를 40분 이상 기다려야하는 현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공교롭게 간격이 뜸한 시간에 도착한 탓에 역사 주변에서 40여분을 기다렸다.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나을 성싶어 안내소에서 이것저것 물었으나 신통한 정보는 없었다. 전철역에서 허무하게 40여분을 기다려 5km 정도 거리에 있는 영릉행 버스를 타게 되었다. 영릉에 도착하자 수년 전 공사 때문에 영릉 주차장에서 되돌아갔던 생각이 .. 정자가 있는 가을 풍경 가을빛이 완연하다. 불볕더위로 땀 흘리던 날이 엊그제인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다. 나뭇잎 색깔도 점점 빨갛게 물들어 가을의 흥취를 돋우고 있다. 모처럼 숲 사이를 한적하게 걷고 있는데, 느닷없이 전투기 굉음이 가을 하늘을 찢었다. 깜짝 놀라 하늘을 보니 F-15 편대와 공중 조기경보통제기가 북서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시절이 하수상하다. 푸틴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티나인 무장단체가 공격을 하며 민간인들을 살상하고 인질로 잡았단다. 아름다운 이 가을날에 문득 전쟁의 공포가 머리를 스친다. 우리나라에서 6 25 같은 참혹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될 텐데, 국제정세가 날로 어지러우니 그 불똥이 우리 발등 위에 떨어질까 염려스럽다. 도봉산 신선대 지난밤에 궂은비가 내린 탓으로 화창한 가을날이었다. 밀린 숙제 풀듯 눈에 아른거리던 도봉산을 향해 작심하고 떠났다. 늦게 출발한 탓에 도봉산 아래 도착한 시간이 12시였다.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자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일찍 출발했어야 했을 것을... 길지 않은 산행길이긴 하지만 해가 짧아져 벌써 6시쯤에 해가 진다. 날씨는 가을답게 다행히 20도 내외라 산행날씨론 적격이었다. 탐방센터에 이르기까지 길가에 무수한 음식점들과 등산복 가게들이 즐비했다. 사람도 많고 상점도 많았다. 도로 따라 전선줄도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살 만큼 되었으면 뒤엉킨 전선들을 정리했으면 좋겠다. 명색이 국립공원인데 탐방로 주변이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었다. 등산로 입구부터 안내표지도 제대로 된 것이 없어 주변 .. 경복궁과 중국산 대여 한복의 한계 가을날답지 않게 연일 비가 내리더니 모처럼 비가 그쳤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챙겨 경복궁에 들렀다. 월대 공사로 광화문 출입이 막혀있어서 경복궁 서편 고궁박물관 출입문으로 들어갔다. 평일임에도 관람객들이 붐볐다.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대부분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한복도 한류 탓인가 보다. 궁궐 안이 한복 입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한복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나, 변형된 여성 한복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치마폭을 넓히고 통치마 안에 둥근 테를 넣어 부풀린 것은 우리 고유의 한복 치마가 아니다. 한복치마는 통치마가 아니라 평면으로 된 차마를 허리에 감아 입는 것이다. 대여 한복의 대부분은 통치마로 보인다. 한복 치마에 서양식 맵시를 부.. 치욕의 역사가 서려 있는 남한산성 권력욕에 눈 먼 서인세력들이 쿠데타로 실리적 외교를 추구하던 광해군을 축출하고 능양군이던 인조가 즉위하면서 조선 왕조는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명분을 주장하며 오직 대명(大明)만을 사대하는 정책으로 몰아갔기에 두 번의 여진족의 침략을 받아 왕은 왕대로 치욕스러운 항복을 했으며, 백성들은 전란의 고통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살육당하거나 삭풍이 부는 오랑캐 나라로 끌려갔다. 반정 후 논공행상을 빌미로 북방을 지키던 이괄이 난을 일으켜 훈련된 군사들을 잃은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하지만, 이괄의 쿠데타로 공주까지 도망간 인조로서 국방을 강화하기보다는 장수들을 견제하는데 힘써, 나라를 지키는 군사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난리가 나면 임금이 도망하는 것이 우리나라 지도자의 유.. 인천 송도 센트럴 파크 1980년대 초반 협궤기차를 타고 수원에서 송도까지 몇 번 간 적이 있었다. 협궤 수인선은 일제 강점기인 1937년에 놓인 사설철도로 수원부터 인천 용현동까지 부설했었다. 주로 경기도 해안지방에서 만든 소금과 더불어 같은 협궤노선이었던 수려선(수원-여주)과 연계하여 경기 동부지방인 여주 이천에서 생산하는 쌀까지 인천항으로 수송해 일본으로 반출하여 식민지를 수탈하는 역할을 했다. 90년대까지 일부 구간이 여객 수송 수단으로 남아 있었던 협궤노선은 그 생명이 끈질기게 이어졌다. 현재 수인선은 수원에서 인천까지 2020년 9월 분당선을 연장하여 완전 개통한 덕에 인천에서 수원을 경유하여 왕십리까지 운행하는 수인분당선으로 경기남부를 가로지르는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윗집이 이사 간 후 새로 입주할 사람..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김유정문학촌을 구경하다 춘천 친구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더니, 잠시 후 차를 갖고 찾아 왔다. 예정에도 없었던 돌발여행이라 조용히 춘천역에 가서 시티버스를 타고 투어할 생각이었는데, 고맙게도 친구 덕에 친구차로 호사하며 돌아다녔다. 맛집이라는 곳에서 막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막국수 맛은 참으로 종잡을 수 없다. 수년 전 가족여행 와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맛있게 먹었던 곳이어서 주저하지 않고 주문해서 먹었으나, 그때 그 맛이 아니었다. 춘천 사람도 입맛에 맞는 막국수집을 찾기 어렵다. 막국수 맛을 정형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입맛이 다르니 취향도 각기 다르겠지만, 메밀 막국수의 본고장이라는 춘천에서조차 꾸준한 맛을 보존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옛날 중앙국민학교 아래 작고 허름한 막국수집에서부.. 김유정 문학촌 기존의 경춘선 선로를 직선화한 춘천행 전철을 2010년 12월 개통 이후 처음 타 보았다. 옛 경춘선은 청량리역에서 춘천역까지 운행했으나, 현재 춘천행 전철은 일부 청량리역에서 출발하고 대부분은 상봉역과 춘천역을 오고간다. 경춘 전철 승차가 처음이어서 청량리역에서 중앙선으로 환승하여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전철을 탔다. 예전엔 가평을 지나면서 북한강변을 끼고 달리기 때문에 차창밖 경치가 수려했으나 직선화된 철로는 백양리에서 강변을 떠나 강이 보이지 않는 강촌역과 김유정역으로 연결하여 경치가 예전만 못하다. 북한강가에 있던 강촌역은 역사를 이전하여 아름다운 북한강 경치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예전의 강촌역은 레일바이크역으로 바꿔서 레저활동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유정 문학촌에 가기 위.. 수퍼 블루문 수퍼문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지점에 위치할 때 뜨는 보름달로,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보름달인 미니문에 비해 14% 더 크고 30% 더 밝다고 한다. 블루문은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뜰 때, 나중에 뜨는 달을 말한다. 수퍼문과 블루문이 동시에 뜨는 경우는 드문 현상으로, 다음 수퍼 블루문은 약 14년 후인 2037년 1월 31일에나 볼 수 있단다. 모처럼 삼각대에 500mm를 얹어 공터에 거치하고 구름을 피해 몇 컷 촬영해 보았다. 내 보기에는 별로 달리 보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태풍 카눈 전야 오키나와를 덮친 태풍 '카눈'이 갈 '之'자 행보를 거듭하다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하여 한반도를 훑으면서 북진한다. 기존 태풍들과 달리 이번 것은 속도가 느리면서도 강풍과 엄청난 비를 동반한다니 걱정이다. 7월의 호우피해가 아직 복구되지도 않았는데, 강력한 태풍이 들이닥치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예전의 여름은 휴가철이어서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기는 낭만적이었었다. 그러나, 요즘 여름은 갑자기 쏟아지는 홍수와 주체하기 어려운 폭염, 거기에 태풍까지 몰아치니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운 계절이 되어버렸다. 저녁 산책을 나가려다 창밖을 보니 태풍의 전조로 보이는 기다란 타원형 구름 띠가 석양빛에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침산책 장마가 그치면서 연일 35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방콕하면서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로 햇빛을 가리고 커튼까지 쳤어도 뜨거운 열기를 막을 수 없었다. 가만히 누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 속옷을 적신다. 지구 온난화로 인류의 종말이라도 오려는 것일까. 참고 견디다 할 수없이 에어컨으로 방안의 열기를 식혀보지만 오랫동안 켜둘 수도 없다. 비염 탓인지 에어컨 바람에 흐르는 콧물을 주체할 수 없으니 그것도 어려운 일이다. 한낮엔 더위 때문에 외출하지 못하니까 해 없는 새벽과 저녁시간에 공원길을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운동을 대신한다. 호우가 그칠 무렵 예년보다 긴 장마이다. 내 기억으론 작년 이맘 때엔 서울 강남역 부근이 침수되어 길 가던 중년의 남매가 맨홀에 빨려 들어가 유명을 달리했다. 하수도가 역류한 탓에 맨홀 뚜껑이 열려 그곳으로 급류가 소용돌이쳐 흘러들어 간 탓이었다. 길 가다가 비명횡사한 평범하고 일상적 생활을 하던 시민이 뜻밖의 변고를 당한 것이었다. 금년엔 지하도에 진입했던 차량들이 제방이 터지며 흘러든 흙탕물 때문에 열두 분이나 목숨을 잃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는 하염없이 내리더니 오늘은 소강상태를 보이려나 보다. 아침에 눈뜨자 커튼을 여니, 앞산에 자욱했던 구름들이 빠르게 산 위로 올라간다. 창문을 연 후, 동네 한 바퀴를 걸었다. 냇물이 밤사이 빗물에 불어 거센소리를 내며 흐르고, 내를 .. 장마 한가운데 수원 화성 이상 기후로 야기되는 장마전선의 국지성 호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가 조금 더 재난 방지에 관심을 갖고 노력했더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을... 자연재해이지만 인재에 가까운 오송 지하도 침수로 많은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가 국가 경영의 제일이었건만 후진국형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정부 당국자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두 정신줄을 놓은 듯하다. 제방뚝이 터지고, 지하차도에 물이 유입된다거나, 댐이 넘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지하차도에 강물이 홍수 져서 들어가는데도 차도를 막는 안전요원 하나 없었다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지하차도 한가운데 자동차 안에서 밀려오는 흙탕물에 숨져간 사람들의 마.. 비 오는 날의 수목원 유난히 여름 장마가 길다. 요사이엔 국지성 호우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린다. 마치 동남아의 스콜처럼 2-30분 정도 폭우를 쏟아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침을 떼고 뚝 멈춘다. 하루에 몇 번씩 그렇게 간헐적으로 폭우가 지나간다. 잠시 시내에 나갔다 10 여분 동안 장우산을 쓰고 걸었는데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었다. 연일 찌푸린 날씨에 맑은 하늘이 그립다. 산책 삼아 수목원에 들렸다. 오월부터 유료화 한다더니 아직 무료입장이라며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발급해 주었다. 언제 폭우가 내릴지 몰라 조심스레 수목원 안을 걸었다. 장맛비에 꽃들이 많이 상했다. 요즘 피는 꽃들이 비에 물러 뭉그러지고 있었다. 비 때문에 수목원 안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잠시나마 한적한 장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정조대왕(正祖, 17.. 공주 무령왕릉 수년만에 무령왕릉을 방문했다. 그때보다 모형관의 모습이 달라졌다. 하기야 그대로 두고 방치한다면 발전도 없겠지만... 그런데, 딱히 특별한 무엇이 없는 듯하다. 유일하게 무덤 속 인물의 정체가 밝혀진 왕릉임에도 전시물이나 무령왕의 업적들이 심금을 울릴 만큼 마음속에 와닿지 않았다. 유네스코 지정 유적지구라고 요란스런 입간판 표지만 있을 뿐 유적다운 유적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백제 수도 60여 년 동안 도읍지였다면 역사적으로 볼 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나마 망국의 수도였기에 그 옛날 삼국시대 백제의 유물들이 제대로 보존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지정 역사지구라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무엇이 있어야 할 텐데 허전한 것이 그저 아쉽기만 하다. 무령왕릉 모형관을 나와서 .. 공주 미르섬 공주 공산성 건너편에 있는 미르섬에 가면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요즘철 계절 꽃이 애매한 시기인가 보다. 화려한 봄꽃들을 심었던 꽃밭이 추수 뒤 밭처럼 그루터기만 남아 허전한 풀밭이 대부분이었다. 베어낸 꽃밭을 가로질러 금강변으로 가는데, 베어내고 남은 꽃줄기 그루터기들이 날카로운 죽창처럼 솟아있어서 제법 위험했다. 꽃이 없는 미르섬에 실망하다가 멀리 철교 아래 꽃밭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꽃들이 혼합된 꽃밭들은 공산성 앞 금강을 가로지르는 철교 너머에 있었다.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철교 아래 그늘에 앉아 꽃밭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는데, 내 보기엔 접사할 만한 예쁜 꽃들을 볼 수 없었다. 꽃밭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꽃은 피고 지고 며칠 사이로 활짝 피었던 장미꽃이 시들어 간다. 화사하던 모란과 작약은 시든 지 오래되었고, 밤꽃이 제법 한창이다.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더위 때문에 한낮 외출이 망설여진다. 추웠던 겨울엔 여름이 좋은 것 같더니,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찾아들지 않았음에도 이젠 겨울이 그리워진다. 사람 마음만큼 간사한 것이 또 있으랴 싶다. 그래도 해가 길고 활동량이 많은 여름철이 겨울보다 좋긴 하다. 없는 서민들에겐 여러 가지로 겨울은 고통이 많은 계절이다. 모처럼 꽃구경을 나섰으나, 봄꽃은 떨어지고 여름꽃들은 아직 필 준비가 덜 되었나 보다. 꽃은 피고 지고 계절은 순환한다. 꽃잎이 말라 떨어진 꽃봉오리들을 보며 또 한 해가 흐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 덕분에 활동적이지 못했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하면 문.. 계룡산 장군봉 암릉 산행 지난 산행 중 장군봉에서 신선봉 삼불봉 관음봉 코스를 완주하려 했다. 그런데, 들머리를 찾지 못해 지석골로 입산하여 장군봉을 거른 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그런 탓으로 장군봉 암릉 산행에 나섰다. 동학사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장군봉은 그 형상이 대단히 우람했다. 특히 장군봉 능선은 험준한 암봉들이 연이어 있어서 계룡산 국립공원 측에서 최고의 난코스로 분류해 표시하고 있었다. 실제 산행을 해본 결과 어렵긴 하지만 관음봉에서 은선폭포를 경유해서 동학사로 내려오는 너덜길 급경사 코스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병사골 들머리에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이 급경사여서 다소 힘이 들었지만 쉬엄쉬엄 산책 삼아 걷는 길이었고 황톳길이 대부분이라 나름 재미있었다. 다만 장군봉에 오르는 들머리 길이 대전 공주 간 국도 가까.. 대전 수운교 도솔천 수운교(水雲敎)는 처음 들어보는 종교이름이었다. "수운교는 동학시조 수운 최제우 천사(水雲 崔濟愚 天師)께서 출룡자(出龍子)로 세상에 다시 나타나시어 수운강생 102년(단기 4256년, 서기 1923년) 10월 15일 개교한 종교이다. 수운교는 불천심일원(佛天心一圓)의 무극대도(無極大道)로서 하늘님을 신앙하며, 유불선(儒佛仙) 합일의 천도와 불천사님을 숭배하여 신성한 도덕 세계인 지상천국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대전시 유성구 추목동 금병산 아래의 용호도량(龍虎道場)에 도솔천을 중심으로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국 각 지방에 지부와 선교소를 두고 있다. 수운교의 교명은 최제우천사의 별호에서 비롯되었다." 수운교는 최제우를 교조로 모시고 유불선을 통합한 동학의 한 교파로 보면 틀림 없겠다. 대전 유성구에 .. 이전 1 2 3 4 5 6 ··· 33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