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25) 썸네일형 리스트형 파란 눈의 고양이 렉돌(2) 고양이 알러지가 심해 한동안 발 끊었던 아들집에 들렀다. 몇 달 사이 어렸던 냥이가 성묘가 돼있었다. 고양이가 덩치 커진 만큼 행동도 의젓해져서 어른 같은 모습이었다. 그 동안 기억을 잃지 않았는지 가까이 다가와 코를 대고 냄새로 정체를 확인했다. 몸집에 비례하여 빠지는 털이 많았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해보려 했지만, 알러지로 1주일여를 고생한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애매하게 거리를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방문을 열고 나오자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반갑다는 듯 다가왔다. 오히려 인간의 심성이 고양이만도 못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알러지가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상비약으로 가져온 더모타손 크림연고를 가려운 부위에 바르면서 미안한 마.. 겨울 융건릉 오랜만에 융건릉에 들렀다. 융건릉을 둘러싼 華山의 능선 따라 옛 수원 고읍성벽을 둘러볼 참이었는데, 때를 못 맞추었나 보다. 곳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었다. 산불 방지를 위해 12.01부터 05.15까지 둘레길을 들어가지 못한단다. 아쉬웠지만 나무 가득한 왕릉 숲에서 모처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융릉에서 건릉까지 다녀왔다. 왕릉 안은 변한 것이 없으니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만 얼어다가 녹아 질척거리는 숲길이 조금 불편했을 뿐이었다. 융건릉 앞 공용 주차장이 넓어져서 주차하기 편해졌다. 예전에는 주차할 곳이 부족해 부근 식당가에 차를 대고 식사 후 융건릉을 갔었는데, 여유로운 주차장에 이요하는 분들이 좋아할 것 같다. 겨울철이어서 융건릉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은 탓도 있기는 하겠지만, 여유로움은 마음.. 폭설 첫눈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날씨가 너무 맑아 해넘이쯤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식당에서 한참 저녁을 먹고 있노라니 창밖으로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첫눈을 보면 그저 아름답고 마음이 설렌다. 식사 후 눈을 맞으며 찻집에 들어가 담소하고 있을 때, 창밖에 내리던 눈은 폭설로 바뀌어 있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자 걱정이 앞섰다. 차를 가져온 친구가 걱정이 되어 찻집에서 나왔다. 쏟아지는 눈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상 주차장의 자동차엔 이미 눈이 수북이 쌓였다. 급한 마음에 앞과 옆 유리창에 쌓인 눈을 손으로 쓸어내고 불안한 마음으로 친구를 전송했다. 떠나는 뒷모습을 보니, 미처 뒷 유리창의 눈을 쓸어주지 못했다. 가까이 가 눈을 치우려고, 멈추라는데 그 소리를 .. 가을의 끝자락 중국식 정원 월화원 기온이 변덕스럽다. 뜨겁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또 웬일인가 싶게 따뜻해진다. 그래서인지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의 옷차림새도 다양하다. 겨울철 두꺼운 패딩을 입은 사람부터 맨발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까지 사계절 패션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희한한 풍경을 어렵지 않게 대하면서 당연한 일상으로 여긴다. 그 탓인지 하루가 다르게 나무들이 앙상해진다. 길바닥엔 낙엽만 수북하게 쌓이고, 낙엽을 치우는 송풍기 소리만 요란하다. 도시의 낙엽은 쓸모가 없는지 마대자루에 담겨 공원 모퉁이 한구석에 담처럼 쌓여 높아만 간다. 가는 가을이 아쉬워 카메라를 들고 수원시청 인근 월화원에 갔다. 소주의 졸정원을 닮은 정통 중국식 정원으로 중국 사람들이 만든 곳이다. 졸정원보다 규모는 작고 아담하지만 중국 광동식 정취가 물씬나.. 가을이 지나가는 동네 뒷산을 오르며 비행기에서 삐라를 뿌리듯 바람에 나뭇잎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공증에서 나풀거리다가 날려서 떨어진다. 어느덧 나목들이 앙상한 뼈대를 남기곤 찬바람에 떨고 있다. 환절기 알러지 때문에 마스크를 쓴 탓에 날숨을 내쉴 때마다 안경알에 김이 서린다. 안경 렌즈에 주방세제를 바르면 괜찮다고 해서 시도해 봤지만 자주 해야 효과적인 모양이다. 몇 번 하다가 게으른 탓으로 그만두었더니 증세가 심해져서 다시 도포해야 하겠다. 김서린 렌즈에도 불구하고 노랗게 빨갛게 또는 주홍색으로 물든 가을나무잎들이 몽환적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아침에 뿌옇던 하늘이 오후엔 맑고 푸른 하늘로 바뀌는 변화가 신통하다. 가을빛을 따라서 마을 뒷산에 오른다. 해발 192m의 야산임에도 언덕을 오를 때면 땀이 흐른다. 골짜기에선 깊은 산만큼은 아니.. 가을의 길목, 수원 영흥숲공원 영흥수목원 날씨가 롤러코스트를 탄 듯, 기온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나뭇잎이 물들기도 전에 맥없이 떨어져 바람에 뒹굴고 있다. 밤에 내린 비 때문에 공기는 맑았으나 바람이 찼다. 가을빛깔을 생생하게 느껴볼 요량으로 패딩을 챙겨 입고 수목원으로 갔다. 잎들이 떨어져 벌써 앙상해진 나무들이 제법 눈에 띈다. 더위가 끝나기 무섭게 겨울이 찾아드니, 뉴스에서 큰 일처럼 얘기하는 기후변화가 몸으로 느껴진다. 수목원 안, 나무들이 힘이 없어 보였다. 활착하지 못한 탓일까. 야산의 나무보다 나뭇잎이 눈에 띄게 적어 보인다. 본격적인 겨울은 아직 한 달은 넘었는데, 벌써 겨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작년엔 11월 하순에 폭설이 내려 나무들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으니까 변화무쌍한 기후변화에 크게 놀랄.. 억새꽃 향연, 수원 화성의 가을 햇살이 고와 창문을 열어젖히자 가을이 익고 있었다. 맑은 햇살 탓에 수원화성 팔달문으로 갔다. 여러 시장들이 모여 있는 남문 장마당엔 언제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약국, 과일가게, 옷가게, 잡화점 등 가게마다 호객하는 상인과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모여 인산인해였다. 시장을 거쳐 수원천을 따라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있는 용연으로 걸었다. 그곳에도 휴일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용연 주변엔 소풍 나온 사람들까지 그늘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북동포루 인근 성벽 아래 햇살에 하얀 억새꽃들이 물결처럼 빛나고 있었다. 다시 걸음을 옮겨 북문을 지나 장안공원에서 지나가는 가을을 보았다. 나뭇잎들이 불붙은 듯 붉게 물들고 있었다. 가을 햇살이 따가워 성벽 그늘을 따라 화서문을.. 인왕산 국사당과 선바위, 그리고 서대문 독립공원 일제강점기 조선신궁 때문에 남산 정상 팔각정 자리에서 인왕산으로 쫓겨 옮겨갔다는 국사당을 찾았다. 독립문 역에서 모바일 지도를 보며 올라가는데, 인왕산 자락에 난립한 아파트 단지들 때문에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다. 아파트들을 우회하여 가파른 계단과 비탈길을 올라 인왕사 일주문을 찾았다. 엉성한 시멘트 길과 계단들이 어지러웠다. 전봇대에 얽힌 전깃줄 역시 정신이 사나웠고, 그 일대가 대부분 절과 암자였는데, 내가 보기에는 영세한 무속 신앙지가 모여있는 산비탈 집단촌이었다. 국사당을 마주하면 감회가 남 다를 줄 알았으나, 어지럽게 난립한 주변 건물과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 투박한 시멘트 길 등, 정리되지 않은 풍경들과 국사당 외형만 훑어보게 되어 아쉬움이 컸다. 국사당을 지나 경사 심한 계단을 올라 선.. 남산을 오르며 회한에 잠기다. 국민학교 6학년 가을 서울과 강화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던 나도 친구들과 가고 싶었지만 조부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안돼, 여행을 갈 수 없었다. 사실 조모의 내핍생활에 언감생심 감히 말도 꺼내지 못할 처지였기 때문이었지만... 그때, 담임 선생님은 서울의 창경원과 남산 케이블카와 팔각정이 얼마나 멋있는지 침 마르도록 과장하셨다. 배를 타고 가던 강화도엔 뭐 볼 게 있다고 말씀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후, 장성해서 남산에 몇 번 올랐다. 자동차를 타고 올랐던 남산엔 잡지에서 보던 어린이 회관은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었고 식물원과 팔각정, 그리고 서울타워가 있어서 어려서 앓았던 서울 남산의 한을 풀었다. 아이들과 남산타워에 올라 회전하는 타워 전망대에서 맛깔난 식사도 했었다. 그..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6주년, 늘어나는 자생적 친일파 올해로 안중근 의사께서 1909년 10월 26일 9시 30분 러시아령 하얼빈 역에서 일본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하고 초대 한국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116주년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 경제 선진국이 되었다. 어느덧 광복 이후 80여 년의 시간이 흐르자 일제의 잔혹한 국권침탈의 역사가 우리에게 너무 쉽게 잊히고 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수많은 조선인을 살상하고 경제를 수탈했던 일제를 대놓고 찬양하는 세력들이 자생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자라고 있다. 이명박 정권시절부터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뉴라이트 친일세력들은 윤석열 정권에서 노골적으로 정관계에 진출하여 거침없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어 분통을 자아내고 있다. 안의사를 비롯하여 독립운동에 목숨 바치신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오늘도 보수중인, 오산 세마대 독산성 모처럼 빛나는 햇살이었다. 가을철임에도 장마처럼 연일 비가 내린다. 산책길 주변 나무 아래 이름 모를 버섯들이 소복소복 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맑은 햇살이 좋아 성벽 보수작업 때문에 한동안 가지 않았던 독산성의 온전한 모습을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독산성 서쪽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비닐 금줄로 어지럽게 봉쇄한 출입구를 보며 예감이 좋지 않았다. 폐쇄된 입구 때문에 주차장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서문으로 올라갔다. 서문이 있는 성벽아래부터 대대적인 축대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동안 자주 내렸던 비 때문에 흙이 무너져 내려 축대를 쌓아 보수하는 모양이었다. 공사현장을 돌아 서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가 북쪽 성벽길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이곳저곳 살펴보며 한 바퀴 돌아 성 아래로..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갈등, 화성시 매향리평화생태공원 매화향기 그윽한 마을, 그러나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2005년 8월까지 54년간 미공군 쿠니사격장으로 고통받았던 마을이다. 인근에 작고 포근한 고온해변과 항구, 그 곁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이 있다. 몇 년 전 방문했을 때는 화성시에서 조성한 유소년 야구장이 있는 매향리 드림파크와 달리 황량한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사격장 폐쇄 이후 갯벌과 쿠니 섬에서 캐낸 포탄들을 모아 매향리역사기념관을 만들어 그간의 피폐했던 삶을 고발하고 있었다. 과거 기억을 바탕으로 마을 입구를 헤매며, 예전의 기념관을 찾았으나,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아 검색한 끝에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을 찾아갔다. 깔끔한 주차장과 주변 건물들이 새롭고 아름다웠다. 공원 내 인적이 없어 문화해설사의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혹시나 노크했었는데,.. 독립운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화성시 독립운동기념관 제암리 3 1 운동 순국지에 화성시 독립운동기념관이 새로 들어섰다는 글을 우연히 접하고, 반가움에 부리나케 찾아갔다. 내비게이션 안내가 예전과 달라 마을이 크게 달라졌겠다고 생각했으나 마을은 변함이 없었다. 예전 기념관 아래 주차장과 독립운동기념관을 새로 건립하였다. 새로 지은 독립운동기념관은 지하에 건립하여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기념관 입구로 한참 내려가는 동안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길고도 넓었다. 예전 기념관은 1919년 4월 15일 맇본 헌병들의 제암리 교회 마을 주민 23인 학살사건과 인근 고주리 마을 일가족 6명 살해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새로 지은 독립운동기념관은 범위를 화성시로 넓혀 기념하였다. 첨단 미디어 시설로 사실적이며 상징적인 영상들을 보여주었.. 가을비 내리는 경복궁 박석 위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봐도 별다른 감동이 일지 않았다. 그것이 내 한계였다. 빗줄기 속에서도 근정전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여행자의 스케줄은 날씨와 별 관계가 없으니, 비 오는 오늘의 일정이 그저 운 나쁠 뿐이겠다. 파란 하늘 아래 고색창연한 한국의 궁궐이 배경이 되었더라면 멋진 추억이 될 텐데, 아쉬운 일이었다. 한동안 비를 피해 근정전 회랑의 한 구석에서 비 내리는 근정전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져 있다가, 우산을 펼쳐 들고 근정전 뒤 사정전부터 경복궁 순례를 시작했다. 비 때문에 사정전부터는 인적이 뜸해서 좋았다. 경복궁 휴무일에 인적 끊긴 궐내에서 멋진 전각들을 호젓하게 마주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정적에 빠진 교태전을 지나면서 비는 멈추었다. 우산을 접.. 박석 위에 내리는 장대비, 경복궁 근정전 창밖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을철에 접어들었음에도 날씨가 흐리고 장마처럼 비가 자주 내린다. 무더위보다는 차라리 시원한 빗방울이 좋았다. 가뭄에 고통받는다는 강릉 사람들에게도 단비가 내린다니 고마운 일이다. 우산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모처럼 비 오는 날 경복궁 근정전에 가볼 참이다. 유홍준 님이 경복궁을 해설하며 박석 위에 떨어지는 빗물이 아름답다 하길래 그 운치를 맛볼 요량이었다. 경복궁 역에서 지하도를 따라 고궁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 지하도 밖은 억수로 쏟아지는 빗물이 계단을 따라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쏟아지는 빗줄기의 기세에 놀라 잠시 고궁 박물관 안에서 한숨 돌리며,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비가 멎을 기세가 없어 과감히 우산을 쓰고 경복궁 경내로 들어섰다. 비 오는.. 화사한 가을 날, 수원 일월 수목원 2023년 5월 개장한 수원시 장안구 율천동 일월수목원. 수원시에서 영통동 영흥수목원과 함께 민자로 개발해 운영 중인 수목원이다. 영흥 수목원은 산과 묵답을 개발하여 만든 수목원이고, 일월수목원은 일월저수지 부근 잡종지를 활용한 수목원이다. 일월수목원은 수원의 대표적 수목원이라 큰맘 먹고 방문했는데, 영흥수목원에 비해 부지가 좁고 조경이 부실해 보였다. 저수지를 앞에 두고 좁은 부지 탓에 길을 미로 같이 오밀조밀 만들었으나 딱히 주목할만한 관상수도 없어서 굳이 이를 입장료 받는 수목원으로 조성했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저수지 부근 습지와 방치된 땅을 수원시에서 자체 예산을 들이지 않고 민간자본을 유치해 공원화하며 일부분을 수목원으로 만들어 상업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수목원과 저수지가 분리되어 있어.. 종로 사직단과 단군성전 70년대 초반 친구와 사직공원 사격장에서 공기소총으로 표적지에 납탄을 맞추며 놀았는데, 점수가 좋아 사격에 소질이 있다고 자신했었다. 그런데, 논산 훈련소 사격장에서 M16 소총 영점 사격을 할 때 세 발씩 9번을 쐈는데 모두 실패했다. 옆에 있던 조교가 주먹으로 아구창을 날려 입안이 터져 피가 흘렸다. 이빨이라도 나간듯 싶었는데, 다행히 입안이 찢어진 모양이었다. 그 조교 녀석은 옆에 붙어서 어찌나 잔소리를 하던지 머리가 아팠었다. 총소리는 왜 그리 컸는지, 귀가 울려 정신이 혼미했었다. 잔소리와 총소리에 세 발 중 한 발이 자꾸만 엇나갔다. 피를 보고선 나도 모르게 피를 뱉으며 쌍소리로 조교를 노려봤었나 보다. 화난 내 서슬에 움칫 놀라 악마 같던 조교가 움찔 뒤로 물러서던 모습이 선하다. 하얀 눈 .. 구름 아래 걷는 한양 도성, 인왕산 성벽길 간밤엔 벼락과 우레가 무섭도록 몰아치더니, 아침 하늘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보였다. 시간대별 기상예보에 다행스럽게 30도가 넘지 않았다. 맑은 날이 아니라서 잠깐 망설이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사직단을 거쳐 단군성전, 황학정 언덕길을 타박타박 걸어 올라갔다. 휴대폰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길이지만, 그 길이 맞나 싶어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어 인왕산 성벽길로 접어들었다. 지난번에 올라갔던 길이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파른 언덕길이라 이내 온몸이 땀에 젖었다. 게다가 성벽길 안쪽으로 모노레일 공사를 하고 있어서 올라가는 풍경이 곱지만은 않았다. 높지 않은 성벽길임에도 가파른 탓에 숨이 차올랐다. 간간이 그늘을 찾아 쉬어갔지만 흐린 날임에.. 구름 많은 날, 광교 호수 오전에 구름 하나 없던 하늘이 오후 들어 구름들이 몰려들었다. 하늘이 맑고 가시거리가 멀어 산에 가려다 뜨거운 햇살에 포기했다. 산책할 겸 잠시 광교호수로 나갔으나, 더운 날씨 탓에 행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호수 둘레를 한 바퀴 걸어 돌아보려던 뜻은 야무지게 포기하고 조금 걷다가 땀에 젖어 되돌아왔다. 9월 들어 조석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긴 하지만, 아직 한낮에는 여전히 더워 바깥 외출은 무리다. 카메라를 들고나가 구름 그늘 아래 피사체를 찾아보지만 피사체에 구름 그늘이 아른거려 대체로 어두워 보였다. 깔끔한 사진은 기대하기 쉽지 않아, 이내 카메라를 거두었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성지, 서울 효창원 윤건희 정권이 몰락했으니까 뉴라이트 친일 세력들의 극성도 한물갔으면 좋으련만, 도처에서 일부 종교세력과 결탁하여 미친놈 널뛰듯 설쳐대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 후손들이 득세한 것도 서러운데,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욕보이기까지 하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이가 없다. 뉴라이트 세력들이 고개를 든 것이 아마도 이명박 정부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주가조작 사건을 일으킨 BBK의 창립자이자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다스의 실제 소유주임에도 시종일관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며 당선되었던 이명박이었다. 그런 대통령이 권력을 앞세워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 부르며, 수면 위로 그 존재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일제에 끌려가 성적 학대를 받은 위안부들을 모독하고, 안중근 장군을 테러리스트라.. 더위 속의 외출, 화양루에서 장안문까지 오후에 비가 예보되어 선선하리란 예상으로 우산을 준비해서 팔달산 화성에 올랐다. 그러나, 비탈길을 오르는 동안 오전임에도 후덥지근한 습도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더위 탓인지 인적이 끊긴 화성에는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은 대부분 여행자들이었다. 비를 준비했던 우산으로 햇빛을 가렸다. 예전 같으면 쑥스러웠겠지만,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요즘엔 맑은 날, 햇빛을 우산으로 가리고 다니는 남자들을 제법 볼 수 있다. 그들처럼 우산을 쓰고 성벽길을 따라 걷노라니 작년 늦가을 폭설에 꺾인 소나무들이 가지를 잘려 앙상하게 하늘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행로 뒤쪽엔 아직도 죽은 가지를 달고 힘겹게 늘어져 있는 나무들이 많았다. 자연의 재해는 자연이 치료해야 하나 보다. 세월이 약이러니 생각하.. 더위 속의 외출, 수원 화성 동일치부터 화홍문까지 작년에도 겪었지만 정말 뜨거운 여름이다. 뉴스에선 고기압 두 개가 겹친 탓이란다. 37~38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끈적한 습기가 더하여 발코니 창을 닫고 블라인드로 햇빛을 차단한 후, 발코니로 나가는 유리문을 닫고 암실 같이 어두운 방 안에서 박쥐처럼 여름을 지냈다. 해뜨기 전에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해진 뒤 동네 한 바퀴를 걸으며 바깥 세계를 접했다. 열대야 때문에 한밤 중에도 에어컨과 선풍기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처지가 이럴진대 동남아나 중동 같은 열대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상조차 어렵다. 학자들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학자들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하니, 무지한 소시민으로서 어느 편에 손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엔 .. 2025 화랑미술제 수원 컨벤션센터 수원 광교 컨벤션 센터 1층 전시홀과 3층 홀에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화랑미술제에 다녀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화랑미술제'가 수원에서 개최되는 지역 기반 프로젝트이다. 1979년부터 이어져 온 화랑미술제의 운영 노하우와 수원컨벤션센터의 인프라가 결합되어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술 유통 시장을 형성하고 지역 예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전시회이다. 회화, 설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을 전시되어, 신진 작가부터 중견,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10년 전 삼성동 코엑스 전시회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그림들을 감상했는데 세월의 흐름에 격세지감이 들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느낀 것은 그림에 만화적 요소가 가.. 충익공 김종서 장군의 묘, 김종서 장군 역사 테마 공원 김종서 장군( 1383 ~1453)은 조선 초기의 정치인으로 문관이자 군인으로서 세종 재위 시절 1433년부터 1437년까지 6진을 개척했으며 단종이 즉위한 뒤 좌의정이 되어 섭정을 했다. 수양대군이 왕위찬탈을 위해 일으킨 계유정난(1453년) 때, 두 아들과 함께 제일 먼저 살해되었다. 그 뒤 1678년(숙종 4) 후손들이 관직에 등용되었고, 장군은 1746년(영조 22)에 복권되었다.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장군은 6진 개척으로 무신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16세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진출한 문신이었다. 장군이 개척한 6진은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종성·온성·회령·경원·경흥·부령의 여섯 진이다. 이곳은 조선 왕조의 입장에서 왕조 건설의 모태가 되었던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역이었다. 그는 세종 때인 .. 대전 유성구 전민동 김 반, 김 익겸의 묘, 김 만중 문학비 대전에 김만중 문학비가 있었다. 서포 문학비는 광산 김씨 묘역 안 그의 아버지 묘 아래 있었다. 김만중의 아버지 김익겸은 병자호란(丙子胡亂)이 일어나고 청나라 군사들로부터 남한산성(南漢山城)이 포위되자, 다음 날 1636년 12월 29일 성균관 강독관을 사직한 그는 곧바로 1636년 12월 30일 강화도(江華島)로 가서 의병(義兵)을 거병하고, 1636년 12월 31일 그때부터 두 달 남짓 강화산성(江華山城)을 사수하다가, 결국 두 달 지나 1637년 2월 16일 강화산성이 청나라 군사들로부터 함락되기 직전에 남문(南門)으로 올라가 분신 자결 순국하였으니 그의 나이 23세였다. 아버지 김반의 재혼 정실부인이었던 익겸의 어머니 서씨(徐氏)는 아들의 죽음을 이기지 못하고 1637년 2월 22일 목을 매어 자.. 수원 월화원의 봄 모처럼 수원시청 부근에 일이 있어 겸해서 인근 월화원을 다녀왔다. 봄기운이 완연했다. 목련꽃은 이미 흐드러지고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아직 나뭇잎이 여려서 철책과 부근의 고층 빌딩들이 내비쳐 숲이 우거진 여름보다 운치가 덜 했다. 조성한 지 오래된 탓에 바닥의 블록들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특례시라며 시장은 언론 플레이는 곧잘 하더만, 시내 보도와 공원 정비는 엉망이다. 특례시가 되어서 전보다 나아진 것은 내 보기에 하나도 없다. 월화원은 2006년 중국 광둥성과 경기도의 우호교류 협력으로 수원 인계동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뒤 효원공원 안에 개장한 중국식 정원이다. 중국 광동식이라 중국 남부의 건축양식과 전통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 남쪽 건물의 특징인 하늘로 치솟은 지붕의 처마가 이채롭.. 봄 봄 모처럼 맑은 날, 바람도 없다. 흐드러진 살구꽃잎이 눈꽃잎처럼 하나 둘 떨어지고 있다. 꽃이 지기 전에 하나쯤은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뜰앞으로 내려갔다. 살구나무에서 꿀을 빨던 찍박구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거닐며 이웃 아파트 정원까지 갔다가 옆산자락에 있는 절에 들렸다. 스님들이 부지런하시기도 했다. 벌써 초파일 연등을 내걸렸다. 멀리서 보는 연등 색깔이 곱기도 했다. 연등 숫자에 따라 절의 빈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연등을 볼 때마다 연등이 세속적인 지폐로 보이니 속세의 눈이 삐뚤어져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제 따스한 봄기운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오늘처럼 맑고 포근한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살구꽃 공원에 핀 명자꽃 홍매화 벚꽃이 망울져 터지.. 그래도 봄은 오는구나! 유난히 눈이 많았던 이번 겨울, 춥기도 추웠었다. 3월 들어 갑자기 20도가 넘는 날이 며칠간 이어지자 일부 젊은이들이 반팔티를 입고 다니는 진풍경도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갑자기 눈이 내리고 겨울 칼바람이 무서운 소리를 내며 불어오자 모두들 두꺼운 패딩 외투를 입고 거리로 나왔다. 나 역시 성급히 겨울옷을 다시 찾아 입었다. 그 와중에도 양지 녘엔 제비꽃들이 올망졸망 피어나고, 뜰앞 살구나무에 꽃이 피었다. 이리저리 산책 중 봄꽃들이 너무 고와서 핸드폰으로 몇 컷 찍어 보았다. 국제정세가 조변석개하는 마당에 국내 정국도 어수선해서 전전반측 잠을 이룰 수 없다. 게다가 건조한 날씨에 산불까지 번져,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되어 가슴 아프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성공했다는 우리나라 산림녹화가 봄철이면 .. 이전 1 2 3 4 ··· 34 다음